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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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예외적인 취향만으로도 반가운 아저씨 선생님. 결국 한국을 떠나 있어야 이런 캐릭터가 가능한 것이었나,, 한편 슬픔을 안고, 즐겁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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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 로베르트 발저 작품집 쏜살 문고
로베르트 발저 지음, 박광자 옮김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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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더 이상 미래의 전망을 볼 수 없었고, 지나온 일을 이해하려고 아무리 애써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자신의 삶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물거품이 되었고, 쾌감도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은밀한 기쁨을 선사했던 여행과 산책도 이상하게 싫어졌다. 발걸음을 옮기는 것도 겁이 났고, 체류지를 옮기려고 하면 괴물을 마주한 듯 소름이 끼쳤다.


그는 완전히 고향을 상실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 세상 어딘가를 진실로 자연스럽게 편안한 거처로 삼지도 못했다. 그는 죽지 않아도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고, 거지처럼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영락없이 거지였고, 그럼에도 구걸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우아하게 처신했고...

그는 나름대로 섬세하고 고결한 사람이었다. 그는 교양이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아주 특별한 경로를 통해 독특한 교양을 쌓는다.

그는 신분이 낮아서 소박한 옷차림을 하고 다녔다. 아무도 그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그래서 그는 좋았고 기뻤다.

그는 말하자면 어두컴컴한 길을 따라 즐겁게 사색에 잠겨 우아한 인생을 차분하게 조용히 살았다. 그는 자신의 변변치 못한 처지를 예찬했다.

그는 책을 읽을 때면 몇 주일 몇 달 내내 자연스러운 행복을 맛보았다. 그럴 때면 온갖 상상과 상념들이 마치 다정한 여인들처럼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는 바깥세상보다는 정신의 영역에서 살았다. 말하자면 그는 이중생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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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통행로 / 사유이미지 발터 벤야민 선집 1
발터 벤야민 지음, 최성만 외 옮김 / 길(도서출판)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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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가장 불행하던 시절에 가장 착실한 생활을 했다.
폐허 속에 둥지를 틀고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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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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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를 추구하는 삶이란 물론 우리가 각자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행동의 문제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그 삶을 어떻게 묘사하고 자신 외에 무엇을 곁에 두고 살아가는가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일단 우리가 이것을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면, 그때부터 우리는 비로소 우선순위와 가치에 대해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잔학함에 대한 저항은 그 잔학함을 숨기는 언어에 대한 저항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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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 - 2019년 제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윤이형 지음 / 문학사상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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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사람들은 인턴들이 없을 때 인턴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직 일해본 경험이 없어서 오히려 일을 만드는 경우도 많고, 일을 습득하는 속도도 느리다는 말이었다. 그런 불만들은 ‘그래도 인턴을 챙겨야 한다‘는 시혜적인 말로 끝나곤 했다. ‘우리‘가 그들을 도와야 하고, 이끌어야 한다는 식이었다.

팀 사람들은 그녀에게 다희와의 관계에 대해서 묻곤 했다. 어차피 떠날 확률이 더 높은 사람에게 왜 그렇게 잘해주느냐고. (...) 대졸 공채 출신 정규직 사원과 친밀하게 지냈더라면 그런 질문들 받을 일도 없었으리라고 생각하면서.

그녀는 회사 내의 대학 동문 모임에 초대받아 참석한 적이 있었다. 몇 기수 위 선배가 인트라넷 메시지로 동문들을 비밀리에 초대했다. 그 자리에 가서 그녀는 인간이 배타적인 공동체에서 얻는 끼리끼리의 저급한 쾌락을 읽는 동시에 어린 여자인 자신이 그들의 ‘진짜 우리‘에 들어갈 수 없음을 알았다. 그리고 더 이상 그들의 ‘우리‘에 관여하고 싶지도 않았다. 왜 그 모임에 다녀와서 기운이 없고 울고 싶었는지 그녀는 다희와 대화하며 알 수 있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모두 같은 목소리로 저마다 방백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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