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님, 사태를 좀 아시고 말씀하세요. 아이엠에프로 회사문을 닫을 참인데 취직이라니요. 남 복장에 비수 찌르는 겁니까, 사람들을 보세요. 모두가 죽을상이 돼 있지 않습니까. 젊은 후배 세대들이 지푸라기 같은 희망도 잡을 길이 없어 절망에 빠져 있는데 나이 잡술 만큼 잡수신 분이 어떻게 사태 파악도 못하십니까, 영감님 세대가 그처럼 까막눈으로 그렇게 사셨으니까 나라가 이 꼴 아닙니까. 취직 욕심을 내실 게 아니라 집에 가 참회나 하십시오. 나라 망한 책임을 통감하시고 참회나 하시라고요.
참말 되게 퍼붓더군. 난 그때까지 아이엠에프가 뭔지를 몰랐거든. 나라일이야 나리님들 소관 아닌가. 하긴 몰랐다는 것도 안될 일이긴 하지. 허지만 내가 책임질 일이 아닌 건 분명하잖은가. 헌데도 직싸하게 욕을 먹었다네. 그러곤 다시는 취직운동에는 나가지 않았지.
대통령이다 장관이다 국회의원이다 하는 놈들, 그리고 돈쟁이 놈들도 다 빠져나갔는데 왜 내가 욕을 먹겠어. 난 나를 욕하는 세상을 향해 왕창 망해버려라, 하고는 이를 갈면서 칩거를 시작한 거야. 난 머릿속으로 놈들의 상판을 문둥이처럼 만들어버리는 상상을 하면서 홀로살이를 즐기고 있었던 거야. 상상만으로 신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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