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아무튼, 택시 - 매 순간 우리는 원하지도 않았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지점들을 지난다 아무튼 시리즈 9
금정연 지음 / 코난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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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타야할 만큼 쉼없이 써왔던 그의 글들 중 이 책이 제일 많이 읽힐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렇대도 어쩔 수 없지...‘ 체념 조로 중얼거리며 택시를 잡아탈 작가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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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심도 사라지고 발랑까진 동네가 돼버린지 오래다. 단지 교통이 불편할 따름이다. 운전만 할 수 있다면 그런대로 살만할 텐데 그걸 배우기 엔 너무 늦은 나이에 차없이 살수 없는 동네에 둥지를 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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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별세계의 연속인 양 낯익은 거리가 낯설어져 잠시 방향감각을 잃고 우두망찰하게 되는 것도 어딘지 감미롭고도 쓸쓸한 영화의 뒷맛이었다.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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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성을 즐기고 예기치 않은 상황에 처한 자신을 내려다보며 내가 어떤 인간이었는지를 즉각적으로 감지하는 감각도 잃어버렸다. -p.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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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님, 사태를 좀 아시고 말씀하세요. 아이엠에프로 회사문을 닫을 참인데 취직이라니요. 남 복장에 비수 찌르는 겁니까, 사람들을 보세요. 모두가 죽을상이 돼 있지 않습니까. 젊은 후배 세대들이 지푸라기 같은 희망도 잡을 길이 없어 절망에 빠져 있는데 나이 잡술 만큼 잡수신 분이 어떻게 사태 파악도 못하십니까, 영감님 세대가 그처럼 까막눈으로 그렇게 사셨으니까 나라가 이 꼴 아닙니까. 취직 욕심을 내실 게 아니라 집에 가 참회나 하십시오. 나라 망한 책임을 통감하시고 참회나 하시라고요.

참말 되게 퍼붓더군. 난 그때까지 아이엠에프가 뭔지를 몰랐거든. 나라일이야 나리님들 소관 아닌가. 하긴 몰랐다는 것도 안될 일이긴 하지. 허지만 내가 책임질 일이 아닌 건 분명하잖은가. 헌데도 직싸하게 욕을 먹었다네. 그러곤 다시는 취직운동에는 나가지 않았지.

대통령이다 장관이다 국회의원이다 하는 놈들, 그리고 돈쟁이 놈들도 다 빠져나갔는데 왜 내가 욕을 먹겠어. 난 나를 욕하는 세상을 향해 왕창 망해버려라, 하고는 이를 갈면서 칩거를 시작한 거야. 난 머릿속으로 놈들의 상판을 문둥이처럼 만들어버리는 상상을 하면서 홀로살이를 즐기고 있었던 거야. 상상만으로 신나데.

-P.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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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가까워지며 해는 길어질 대로 길어져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학교문을 나서는데 해가 중천에서 조금 기운 정도였다. 하늘이 맑고 햇볕이 따뜻했다. 그 솔밭 밑 너럭바위에 혼자 누워 뒹 굴뒹굴하기 좋은 날이었다.

맹수들은 싸우다 전투력을 잃을 정도로 상처를 많이 입으면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장소를 찾는다. 그곳에 혼자 웅크리고 혀로 제 상처를 핥으며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전투력을 회복해야 한다. 나만의 장소인 솔밭 밑 너럭바위는 나에게 그런 장소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에 가는 것은 한가하게 쉬러 가는 게 아니었다.

나의 매일매일은 거의 전투에 가까웠기 때문에 내일을 위한 최소한의 전투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절박감 같은 게 있었다. 믿을 수 있는 건 내 네 발의 근육과 발톱뿐이었고, 그 근육에 다시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건 내 혀밖에 없었다.

나는 그 솔밭 밑 너럭바위에 갈 작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건널목을 건너고 있었다. -p.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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