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까워지며 해는 길어질 대로 길어져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학교문을 나서는데 해가 중천에서 조금 기운 정도였다. 하늘이 맑고 햇볕이 따뜻했다. 그 솔밭 밑 너럭바위에 혼자 누워 뒹 굴뒹굴하기 좋은 날이었다.
맹수들은 싸우다 전투력을 잃을 정도로 상처를 많이 입으면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장소를 찾는다. 그곳에 혼자 웅크리고 혀로 제 상처를 핥으며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전투력을 회복해야 한다. 나만의 장소인 솔밭 밑 너럭바위는 나에게 그런 장소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에 가는 것은 한가하게 쉬러 가는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