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까워지며 해는 길어질 대로 길어져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학교문을 나서는데 해가 중천에서 조금 기운 정도였다. 하늘이 맑고 햇볕이 따뜻했다. 그 솔밭 밑 너럭바위에 혼자 누워 뒹 굴뒹굴하기 좋은 날이었다.

맹수들은 싸우다 전투력을 잃을 정도로 상처를 많이 입으면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장소를 찾는다. 그곳에 혼자 웅크리고 혀로 제 상처를 핥으며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전투력을 회복해야 한다. 나만의 장소인 솔밭 밑 너럭바위는 나에게 그런 장소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에 가는 것은 한가하게 쉬러 가는 게 아니었다.

나의 매일매일은 거의 전투에 가까웠기 때문에 내일을 위한 최소한의 전투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절박감 같은 게 있었다. 믿을 수 있는 건 내 네 발의 근육과 발톱뿐이었고, 그 근육에 다시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건 내 혀밖에 없었다.

나는 그 솔밭 밑 너럭바위에 갈 작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건널목을 건너고 있었다. -p.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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