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이다 이제, 봄꽃들이 다 피었다. 속살대던 꽃들의 만찬은 수그러들고 이때부터 나는 고요해진다. 그야말로 두문불출하고 그간 느낀 것들을 풀어내기 위해 안으로 안으로 기를 모아야 한다. 그래서 여름엔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는다. 철저한 내 세계를 펼치기 위해 고독 견디기에 들어간다.
봄내 꽃을 피운 그것들도 결실을 위해서 뙤약볕 아래 몸을 뒤척이거늘, 응달에 들어앉은 사람으로서 내안의 것들을 익히기 위해 이쯤의 고독을 견디지 못한다면 어찌 글쓰는 사람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고독 속에 드는 시간을 부러 자초한다. 그 기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더워지기 시작하는 6월 중순부터 선들바람 불기 시작하는 8월 중순까지이니 길어야 두 달이다.
... 그동안은 최대한 혼자가 되어야 한다. 정 답답하면 산길을 걷고, 푸른 달빛에 마음을 얹으며, 바람에 덜어내야 한다. 이렇게 작정한 이상 집안의 대소사나 공식적으로 참여해야할 일 외에는 스스로가 차단해야 한다.
불러내는 사람들을 여과없이 만났다가는 자신을 지키기란 어렵다 분산되는 신경을 관리할 줄 아는 것도 스스로가 해야 할 일이므로 ...
사람을 안 만나고 견디어보는 것은, 속세에서의 도닦기’이다. 한편 한편의 짧은 수필에 혼을 불어넣기 위한 수양인 것이다. 영육간의 기를 모으는 기몰이 말이다. 즉 무색옷을 입은 승려들이 고요의 뜰에 들기 위해 자연 속에 잠기는 것처럼, 나는 내 안의 나를 만나기 위해 스스로 걸름망 장치를 하는 것이다.
이토록 애를 써가며 스스로가 고독 속에 드는 것은, 가장 맑은 정신을 만나기 위한 작업이다.
이때는 미워하는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도 다 놓아야 한다. 오직 가슴속 깊이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맑은 정신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 속에서 주관과 객관이 화합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그나마 탁하지 않을 정도의 글줄기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한다.
... 세상에 내놓았을 때 독자가 매끄럽게 읽어내도록 하기 위하여, 쓰는 사람은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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