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대상이 무엇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대상이 예술가의 독창적인 감수성으로 어떻게 바뀌었느냐, 바로 이 점이 예술의 핵심이다. ㅡ(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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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잔상들
장혜령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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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글쓰기는 밝은 탁자 위에서 이뤄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상과의 단절, 고독이라는 깊은 어둠을 거쳐야만비로소 그것은 나타난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문장들은 단숨에 우리의 시선을 낚아채지만 어떤 문장들은 서서히 그 속에 스며들 것을 요구한다. 그런 세계에 들어서기 위해 우리가 견뎌야하는 것은 어둠이라는 시간이다.

이처럼 어둠은 사랑의 권리이고 꿈꾸는 사람, 이미지를 보는 사람의 권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십사 시간 불 켜진 상점들로가득한 빛의 도시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권리를 파기한다. 이곳에서는 거꾸로 이미지의 소멸, 사랑의 소멸이 일어난다.

철하
학자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은 
《반딧불의 잔존》을 통해 말한다. 
오늘날 반딧불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어두운 곳에 있지 못한 거라고, 그러니 반딧불을 보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당연하게도 반딧불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이상한 말이었다. 어떤 것을 바라보기 위해 우리가 충분히 어두워져야만 한다는 것은. 그렇지만 뒤늦게 도착한 극장의 어둠 속에 서 있을 때면, 이해하지 못한 영화 앞에서 잠들고 난 다음이면, 왠지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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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잔상들
장혜령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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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쩌면 태어나지 않은 사람, 또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만난 적 없는 사람의 언어를 받아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강렬한 감정을 느낄 때, 그것은 사실 내 것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그이에게서 온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투명한 각주로 된 아가미를 양쪽에 매단 마리오네트인형처럼 누군가의 손에 의해 움직여지고 또 실로 연결된 다른존재를 움직이게도 하면서 걸어간다. 그런 일들이 너와 나에게 동시성이란 이름으로 나타난다. 만나지 않은 우리 사이를 관절처럼 접합하며 이 세계가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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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에게는 이상한 습관이 있다. 
자기가 남성이기 이전에‘보편적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습관이다. 
"세계 평화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까?" 묻는 남자에게, 버지니아 울프 Virginia Woolf 는 대답 대신 이렇게 되물었다. 
"당신은 왜 ‘우리‘라고 말하는가?"

어쩌면 남자들은 ‘백마 탄 기사‘ 라는 스테레오타입에 묶여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남자는 여자에게 기사 역할을 빼앗길까 불안해하다 여성혐오에 빠진다. 반면 어떤 남자는 여성혐오라는 괴물에 맞서 여자를 돕고 싶어한다. 하지만 여자들 눈에는 이 역시 백마 탄 기사 역할놀이로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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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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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의 글을 모두 다 잘 읽을 수는 없지만 어떤 부분의 통찰은 탄식을 자아내게 아름답다. 긴 러닝타임을 버티다 반짝이는, 그러나 잊을 수 없는 장면을 선사하는 어떤 예술영화들처럼. 이책에선 ‘노래에 관한 몇 개의 노트‘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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