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잔상들
장혜령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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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글쓰기는 밝은 탁자 위에서 이뤄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상과의 단절, 고독이라는 깊은 어둠을 거쳐야만비로소 그것은 나타난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문장들은 단숨에 우리의 시선을 낚아채지만 어떤 문장들은 서서히 그 속에 스며들 것을 요구한다. 그런 세계에 들어서기 위해 우리가 견뎌야하는 것은 어둠이라는 시간이다.

이처럼 어둠은 사랑의 권리이고 꿈꾸는 사람, 이미지를 보는 사람의 권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십사 시간 불 켜진 상점들로가득한 빛의 도시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권리를 파기한다. 이곳에서는 거꾸로 이미지의 소멸, 사랑의 소멸이 일어난다.

철하
학자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은 
《반딧불의 잔존》을 통해 말한다. 
오늘날 반딧불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어두운 곳에 있지 못한 거라고, 그러니 반딧불을 보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당연하게도 반딧불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이상한 말이었다. 어떤 것을 바라보기 위해 우리가 충분히 어두워져야만 한다는 것은. 그렇지만 뒤늦게 도착한 극장의 어둠 속에 서 있을 때면, 이해하지 못한 영화 앞에서 잠들고 난 다음이면, 왠지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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