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속이면서, 게다가 이상하게도 전혀 상처를 입지도 않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정말이지 산뜻하고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불신이 인간의 삶에는 충만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저는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 따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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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물론 지금과 같은 궤변은 인정하지 않아. 절대로 허락할 수 없어.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인간이 나온다고 해서 놀라지도않아. 우리 세대에는 그런 지향성이 있으니까."
"생명을 무조건적으로 소중히 여겨야 한다든지, 사회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든지 하는 그런 생각을 조롱하는 지향성?"
노리코는 고개를 저었다.
"그 모든 것보다도, 따분하지 않은 것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지향성이라고 할까?"
그리고 잠깐 생각하고는 덧붙였다.
"응. 맞아. 가장 두려운 것은 인생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거야.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못하고, 아무런 자극도 없는 인생을 보낼바에야 죽는 편이 낫다는 그런 지향성."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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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에게는 무턱대고 믿어주고 기특하게 여겨주는 누군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예전에는 그런 존재들이 함께 살았는데 이제는 함께 살지 않는다. 내 딸에게 꼭 필요한 어떤 것이 없다면, 내가 그 존재가 되어야 한다.
나는 꿀짱아의 엄마지만, 절반은 할머니가 되어야 함을깨달았다. - P162

할머니가 늘 하시던 ‘장혀‘를 연습해서 내 입에 붙였다. ‘시험 공부는 안 하고 신경질만 잔뜩 부린‘ 저녁에아무렇지 않게 "애썼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 P163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사람을 멀리하고 나에게 힘을 주는 사람을 가까이한다.  - P180

지지와 격려는 눈에 보이지 않을 때 진정으로 힘이된다.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받을 때 진짜 산소가되어 그의 폐로 스며들고 근육에 힘이 된다. 지지와 격려가 귀에 들리고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그것은 서서히 긍정적인 힘을 잃고 부담이 되어간다.  - P207

 입시 결과와 관계없이 그저 한 인간으로서소중하고 온전하다는 확신, 삶의 안전판과도 같은 그것을 주고 싶었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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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옳다 그르다라는 가치 판단을 함부로 내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할머니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있으면 나쁘다거나 못됐다는 표현을 쓰지 않고 별나다고 했다. 엄마뿐 아니라 내가 못마땅할 때도 똑같이 별나다고 했다. 사람마다 제각각 별난 개성들이 있는데,
함께 살다 보면 그것이 때로 견디기 힘들 지경이 되곤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할머니는 그렇게 표현했다. 살면서 부딪히는 많은 갈등들이 옳고 그름의 차원이 아니라 부대낌의 문제인 것을 그분은 알고 있었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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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나의 대리인이자 기록 보관소였다. 엄마는 내 존재와 성장 과정의 증거를 보존하려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내 모습을 순간순간 포착하고, 내 기록과 소유물을 하나하나 다 보관해두면서 엄마는 나의 모든 걸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태어난 때, 결실을 맺지 못한 열망, 처음으로 읽은 책. 나의 모든 개성이 생겨난 과정, 온갖 불안과 작은 승리. 엄마는 비할 데 없는 관심으로 지칠 줄 모르고 헌신하면서 나를 지켜보았다. -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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