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학년 아들의 급식일이나 3학년 딸의 학부모 모임이 있어서 학교를 가 보면, 삼삼오오 모여 있는 엄마들의 주된 이야기는 교육에 관한 것이다.
조금이라도 내 자식이 공부를 잘하기 위해선 어떤 학원을 보내고, 어떤 교재를 선택하며, 어떤 선생님이 좋다고 소문이 났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대화에 동참한다.
이런 현상은 아이가 제도권 교육에 들어선 순간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여겨지고, 심지어 유치원 엄마들에게로까지 전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리 나의 주관대로 밀고 나가려 해도 사교육으로 똘똘 무장한 우리 아들,딸의 똑똑한 친구들을 보면
갈등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초등학교 땐 좀 놀려도 돼!", "앞으로 공부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얼마나 많을 텐데 벌써부터 사교육으로 내몰아? 우리 아이들만은 그렇게 키우고 싶지 않아!"라고 쿨한 척 큰소리 쳐 보지만, 방 안에서 동생이랑 키득거리며 만화책만 보고 있는 딸을 보면 끓어오르는 화를 참기가 쉽지 않다.ㅎㅎㅎ
초등3학년까지는 학교에서도 저학년으로 구분되고 교과도 크게 어렵지 않기에 엄마가 옆에서 조금만 학습 방법을 제시하면 무리없이 잘 따라와 주었지만, 이제 초등 4학년부터는 고학년에 해당하는 여러 학습 단계들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는 엄마표 엄마들을 부담스럽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이런 시점에서 만난 이 책은 꼭 시험 치기 전에 시험에 나올 만한 핵심 내용만을 쭉~ 뽑아 놓은 족보(?)만큼이나 고맙고 반가운 책이다.
'사교육이 휘몰아치는 어지러운 판국에서 엄마들이 어떻게 하면 정신을 잃지 않고 자녀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차분한 지침서다.'는 추천인의 말 그대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초.중.고 통합 공부법'이란 커다란 패러다임으로 장기적인 학습계획을 세워야 하는 필요성을 자신이 실천한 방법 그대로 보여준다.
그 어떤 상위 1% 엄마가 이런 숨겨놓은 비법들을 빼놓지 않고 자세히 알려 줄 것이며,
삼삼오오 모인 많은 엄마들 중 누가 이런 야무지고 알찬 공부 전략들을 소개해 줄 수 있을까? ㅎㅎ
책을 받아든 순간부터 눈을 떼지 못하고 읽었던 과목별, 학년별, 학교별 공부 Tip은 감동과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사교육비를 절약하는 학습법이 아니라, 내 아이의 인생을 설계하는 데 참고로 할 만한 멋진 초석이 될 것 같아 흥분을 감출 수가 없다.
'학교의 연간 일정표와 가정의 계획표가 맞물려 돌아갈 때 더 효율적인 아이 교육을 기대할 수 있다'(84쪽)는 말은 계획을 세워서 공부하지 않는다고 무작정 아이만 닥달하던 엄마가 얼마나 막무가내식으로 아이에게 뜬구름식 계획을 요구했는지를 반성하게 한다.
게다가 학교의 연간 일정표는 건성으로 휙~보고 말았는데, 그것 또한 중요한 정보임을 깨닫게 해 주었다.
또, 중학 국어를 공부할 때 교과서로 독서 능력을 쑥쑥 키우기 위해서 교과서의 소설 본문을 복사해서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순으로 나눠 가위로 오려 섞어놓고 아이에게 글 순서대로 맞춰보게 하는 방법(106쪽)의 소개 등은 너무나 실용적이고 큰 도움이 되는 짜투리 정보이다.
어떤 교육을 하든지 엄마의 관심이 함께하지 않으면 성과가 작을 수밖에 없음을,
이 책의 저자가 상위 1%로 길러낸 두 아이들을 위해 기울인 노력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마냥 '너희들 스스로 알아서 해!'라고 어설픈 자기주도학습을 들먹이며, 너무 우리 아이들을 위해 정작 엄마인 나 자신은 무심하지 않았나 싶어 자꾸 부끄러워지니.......
그나마 긴 겨울방학 동안 하루종일 뒹굴거리며 집안에서 책읽기를 하며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어느 정도 '책읽기'와는 친하니 모든 공부의 기본은 책읽기에서 시작한다는 선배 엄마의 말에 희망을 가져 본다.
사교육비를 아끼면서,
내 아이들을 상위 1%로 만들려면,
엄마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아~ 돈을 들이지 않으려면 그만큼의 노력은 뒤따르는 법.
게으른 엄마는 결코 상위 1%아이들을 만들 수 없다.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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