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제목만큼이나 '도깨비같은 영어 만화학습서'의 출현이 아닐 수 없다.
서로 다른 두 단어를 모아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를 한 번 본 아이들이라면 머리 속에 이미지가 쏙쏙 박혀서 영어 단어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이름하여 '캐릭터 네이밍 학습법'.
그 발상부터가 신선하고 새롭다!
새로운 신조어가 또 하나 아이들의 언어 세계에 생겨난 듯하다!
책이 도착하기 바쁘게 우리 집 두 아이는 돌아가면서 읽고 또 읽으며 키득거리더니,
부록으로 들어있는 '도깨비 캐릭터 카드'가 어느새 아이들의 놀이가 되어 DQ(도깨비 지수)가 높은 카드를 서로 갖겠다고 한바탕 쟁탈전까지 벌인다.
아이들이 잠든 후에야 겨우 훑어 본 도깨비 영웅전의 독특한 캐릭터는
아이들과의 첫만남부터 사랑을 듬뿍 받는 복덩이답게, 3년간의 기획 끝에 신개념 영어학습법으로 소개하게 되었다는 출판사의 홍보 문구가 결코 거짓이 아니란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다.
1년 넘게 홈스쿨 영어를 하고 있어도 쉽게 익혀지지 않는 영어 단어와,
결코 흥미롭게 학습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우리 딸의 평소 모습을 지켜보며
나름대로 속이 타고 불만이 있었기에,,,
두 눈에 광채를 뿜으며 영어캐릭터 이름을 신나게 외치는 딸의 모습은 생소하다 못해 대견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해 주었으니 말이다.ㅎㅎ
마법천자문으로 한자에 새로운 접근 방법을 시도했던 아울북이
밑도 끝도 없어 보이는 아이들의 영어에도 뭔가 새로운 접근 방법을 시도해서 스스로 즐기는 영어를 아이들이 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큰소리 치며 용감하게 등장한 것에 일단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다.^^
아무도, 그 어떤 학습서도 목소리만 높였지,,, 아이들의 얼굴에서 신나하고 즐거워 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해 주진 못했기 때문이다.
도깨비월드 최고의 모험왕인 주인공 제로는 마법천자문의 손오공을 닮은 듯하고,
얘기의 스토리 역시 대도적 실버가 숨겨 놓은 전설의 보물을 찾아 도깨비월드에서 갖가지 모험을 하게 된다는 조금은 뻔한 환타지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뻔한 구조를 결코 뻔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은밀한 구성력인 것 같다.
책을 읽는 아이들조차 자신이 영어를 익히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영어 단어에 익숙해지도록 스토리와 반복 학습을 교묘하게 교차시켜 나가는 과정은 기존의 만화 학습서와 확실히 차별화 된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도깨비 캐릭터 연구소>를 거치게 되는데, 이 땐 이미 만화 내용에서 익힌 영어 단어들을 독특한 캐릭터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설명 속에 고도의 수법으로 숨겨서 또 한 번 익히게 해 준다.
그 뿐만 아니라 마치 '이런 캐릭터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라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치밀해서 읽는 내내 그 특징을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자꾸 집중해서 읽게 된다.
각 장의 얘기 속에 등장하는 도깨비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 방식 또한 매우 다양하다.
백과사전식으로 각부 명칭을 소개하기도 하고,
성격과 특기를 Q&A 방식으로 묻고 답하며 자연스럽게 정보를 인식하도록 하기도 하며,
때론 과학적 지식을 동원해서 마치 실제로 그런 실험을 통해 나타난 결과인 것처럼 받아들이게도 한다.
퀴즈로, 퍼즐로, 추리와 연상력으로 아이들의 머리 속에 영어단어들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상천외한 방법들을 다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더 실감나는 건 아이들의 궁금증을 이끌어내는 질문을 툭~던져 놓고는,
"정 궁금하면 여기로 와 봐~~~~"하고 도깨비영웅전 카페의 주소를 아이들이 클릭하도록 소근소근 꼬드기는 '도깨비 비밀 상자'의 속삭임이다.
답을 제시하지 않았으니, 호기심쟁이 아이들은 궁금해서 안달이 날 것이고, 이런 심리를 맘껏 부추겨서 카페까지 방문하도록 앙증맞게 유도하는 전략이 눈에 그대로 드러나는데도 밉지 않다.
왜냐하면,,,책에서 유도한 대로 그 주소의 카페를 직접 방문한 착한 독자인 내가,
도깨비 영웅전에 대한 강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카페지기들과 영어에 관심 있는 엄마와 아이들이 올려 놓은 좋은 영어 정보들로 카페가 꽉 채워져 가고 있음을 이미 확인했기 때문이다.ㅋㅋㅋ
그저 아이들에게 만화의 흥미만을 잔뜩 심어주는 책이 아니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울러 영상세대인 우리 아이들의 구미에 맞게 시각적으로 다가간 그 신선함에 감탄과 기대를 한꺼번에 가져 본다.
그건 아마 아이들이 도깨비 캐릭터를 응용해서 스스로 새로운 도깨비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응용 학습을 시작했기에 가질 수 있는 기대감이리라.
"엄마, 선풍기(Fan)와 스컹크(Skunk)가 합체 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요?
바로 선풍기스컹크(Fan Skunk)가 되는 거에요.
그럼 스컹크의 독한 방귀 한 방을 선풍기 바람으로 멀리멀리 날려 보낼 수 있는 강한 힘을 갖게 된다구요. 히히~~"
1학년 아들 녀석의 허풍섞인 너스레를 들으니, 앞으로 도깨비 영웅전의 거센 바람이 또한번 아이들을 휘몰아치리란 예감이 찐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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