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바이올린
진창현 지음, 이정환 옮김 / 에이지21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머리를 콕콕 찌르는 감기 두통으로 자꾸 이불 속으로 몸을 뉘게 되는 와중에 머리 맡에 두고,

틈틈이 읽은 진창현씨의 자전적 소설인 <천상의 바이올린>.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감기 약 기운이 온몸에 퍼지면 책을 읽다 잠이 들고, 또 잠이 깨면 읽기를 반복하면서 그의 순탄하지 않았던 인생은 마치 내 꿈 속인 듯 몽롱하게 다가왔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더욱 아파오는 두통!!!

마치 내가 필라델피아의 콩쿠르 대회장에 앉아 바이올린 꿈을 꾸며 졸다가 '부라보'를 외치며 수상소감을 당하고는 얼떨떨해 하던 진창현씨라도 된 듯, 감격과 감동으로 얼굴이 상기되고 책을 집중할 때 잠시 멈췄던 지끈거림이 한꺼번에 밀려온 것이다.

 

경북 김천의 한 시골 마을에서 약장사가 연주한 바이올린 소리에 흠뻑 빠진 여섯 살 소년이,

14살  때 일본으로 건너간 뒤 피나는 노력 끝에 세계가 인정하는 바이올린 제작자의 최고봉인 '마스터메이커'란 칭호가 붙기까지의 과정은 한 마디로 '땀과 노력'에 의한 결실이었다.

단 한 번의 요행도 없었고, 단 한 번의 쉬운 기회도 없었다.

모든 것은 진정으로 바이올린과 사랑에 빠진 그의 집념과 신념과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에 의한 것들이었다.

 

어떤 일이든 목표를 잡고는 어느 정도 그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노력에 대한 보상처럼 조그만 결과만 주어져도 만족하고 스스로 대견해 하는 나 자신과는 정말 대조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말한 '천상의 바이올린'은 하늘을 울리는 맑은 음색의 바이올린 소리일 뿐만 아니라,

그가 평생의 정신적 지주로 존경하고 그리워한 어머니가 가신 하늘나라로 그 소리가 울려퍼지길 바라는 간절한 염원도 함께 담겨져 있을 것이다.

그의 장인으로서의 개인적 삶 속에서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우리의 뼈 아픈 역사와 분단의 현실이 그의 가족사와 뒤엉켜 밑바닥에 똬리를 틀고 있기에, 가슴 한 켠이 아련하게 시려오는 사모곡에는 읽는 나도 함께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 어떤 역경에도 바이올린을 사랑한 그의 열정은 가히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이 재료는 어디에서 구하는 거죠?" 이것은 내 인생을 결정짓는 질문이었다.(167쪽),

대체 어떤 재료를 사용하면 이 니스같은 색깔을 낼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게 생각한 나는 여느 때처럼 혀를 대어 감촉을 확인했다.(283쪽),

이들 모두가 훌륭한 연주자이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악기도 멋진 명기들뿐이다. 그리고 훌륭한 연주자는 모두 명기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추억'을 내게 남겨 주었다. 다만, 설사 명기가 아니라고 해도 바이올린 한 대, 한 대가 나름대로의 드라마를 가지고 있다.(284쪽)---

이런 표현들은 그가 얼마나 호기심쟁이였고, 바이올린을 사랑했으며,  바이올린 연주자들과의 만남을 소중하게 여기는 진정한 장인인가를 엿보게 되는 대목들이다.

 

바이올린 한 대마다 나름대로의 드라마를 가지고 있다는 그의 말은,

그가 흘린 땀방울로 제작된 그의 바이올린 한 대 한 대 역시 몇 회에 걸쳐 아슬아슬하게 방영되는 드라마처럼  결코 만만치 않았던 그의 인생역정이  담겨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지 싶다.

 

바이올린의 '바'자도 모르는 내가 그가 그렇게도 동경해 마지 않았던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만나고,

'마스터 메이커'란 세계 다섯 명밖에 없다는 바이올린 제작자에게 붙여지는 호칭을 알게 되었으며,

처음 접하는 세계 유명 바이올린 연주자들의 이름과,

우리 나라의 위대한 작곡가 겸 연주가인 안익태 선생과 윤이상 선생의 알려지지 않은 일화를 듣게 된 것은 정말이지 가슴 설레는 경험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어머니의 무덤에서 연주한 '봉선화'의 애잔한 선율은

흰 머리에 고고한 주름과 슬픈 눈동자를 머금은 그의 단아하고 장인다운 얼굴과 묘한 조화를 이루며 나의 시선을 끈다.

감기로 찌르듯이 아팠던 두통도 기분좋은 흥분의 두통이 되었기에,,,

그 어떤 표지 디자인보다 아름다운 그의 모습이 담긴 책을 가만히 책상 위에 세워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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