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 위의 검은 것 - 일리인이 들려주는 책의 역사 아이세움 배움터 7
미하일 일리인 지음, 박수현 엮음 / 미래엔아이세움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백지 위의 검은 것이란?

바로,,,종이 위에 글자가 쓰여진 것을 보고 일컫는 말이다.

왜 제목에서 이렇게 백지와 검은 것을 강조했을까?

그건 하얀 종이와  지워지지 않는 잉크로 글자를  만들어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음을 강조하기 위한 상징적 의미가 아닐까 싶다.

 

지금은 흔하고 흔한 게 종이로 된 책이지만,

우리가 이렇게 마구 사용할 수 있는 종이와 글자도 사실은 엄청난 역사의 흐름을 거쳐 만들어진 것임을 알게 된다면, 아이들도 함부로 책을 찢거나 내동댕이치는 무례함을 범하진 않을 것 같다.

지나친 기대이긴 하지만, 책을 앞뒤로 다시 훑어보며 책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가지게 되는 아이들도 생기지 않을까? ㅋㅋㅋ

 

늘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책이 언제부터 우리 옆에 있어 온 것인지에 대해선 한 번도 의문을 품어보지 않았다.

한데,,시계와 등불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 익숙한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 역사를 알고 싶어하는 남다른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작가 일리인은,,,아이들 마음에 한 발짝 더 다가가 있는 사람이란 걸 이 책을 통해 새삼 느끼게 한다.

 

지금 네가 읽고 있는 바로 이 책은 이 세상에 나온 책 가운데에서 몇 번째 책일까?

맨 처음 문자가 없던 시대의 책은 무엇일까? 하는 식으로

아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듯 툭툭 물음을 던지고는,,,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정말 뭘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해서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물음에 답을 하고 생각해 보는 과정에서,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사람의 고민과 노력과 희생을 거쳐 오늘 날의 책이 완성되었음을 자연스럽게 알도록 해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ㅎㅎ

 

로마의 이테리우스라는 부자가 인간 노예 200명에게 이야기를 암기 시켜 돌아가며 말하게 했었다는 일화는 인간의 기억 속에 담아둘 수밖에 없었던 구전시대의 책이 '인간의 말'이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이며, 살아있는 사람이 곧 책이어서 아플 땐 그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었다는 대목에선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여러 가지 매듭과 조개, 칼자국 등의 물건이 문자의 역할을 하며 서로의 의사 전달을 도왔다는 것도 아이들에겐 새로운 사실로 받아질 것이고, 책의 흐름과 함께 각각의 설명에 맞는 풍부한 사진과 도판 그림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니 즐거움을 줄 것이다.

 

딱딱해질 수 있는 내용을 어쩜 이리도 맛깔스럽게 차근차근 들려주는지,

오랫동안 백지 위에 검은 글자를 얹어낸 다양한 책들의 변천 과정만큼이나 하나의 주제를 담은 옛이야기 여러 편을 재미있게 듣고난 기분이랄까.^^

 

글자 하나, 종이 한 장에 수천 년의 역사가 스며 있기에

아무리 얇고 재미 없어 보이는 책이라도 귀하지 않은 게 한 권도 없다는 그의 마지막 말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책 한 권이 출간되기까지 작가의 노력과 정성은 물론이고

여러 사람들의 수고를 거쳐 내 손까지 들어왔을 거란 생각을 하니,

때론 지나치게 가혹했던 어떤 책에 대한 나의 혹평이 조금은 미안해진다. ㅎㅎㅎ

 

일리인이 미처 언급하지 못했던 우리나라 인쇄술의 역사와 동양의 필기구인 문방사우에 대한 정보는

2쪽씩 지면을 할애해서 엮은이가 간단히 정리를 해서 실어 놓은 듯하다.

미흡하나마 만일 이마저도 없었다면,,,많이 섭섭했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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