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책을 이야기하는 독서 모임에서 위인전에 대해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요즘 나오는 위인전은 우리 부모들이 어릴 때 보았던,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는 다른 비범함을 지닌 '신비스런'존재가 아니라,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여러 차례 지적된 문제이지만,
'인물이야기는 작가가 아무리 객관성을 유지하고자 해도
어느 정도 '훌륭함'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인물이 지닌 훌륭함보다,
살아가면서 무엇에 가치를 두고 어떻게 살았는지를 생각하며 책을 읽으면 좋겠다.'
는 어린이 도서연구회 조월례님의 위인전 읽기에 대한 지적은 참으로 큰 도움이 된다.
인간적인 약점과 한계를 극복하고 진실되게 살아가는 동안 차곡차곡 쌓인 훌륭함이 느껴질 때
우리 아이들도 자신에게 장점이 있고, 그 장점의 계발을 통해 위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누구나 위인이 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닐 뿐더러.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더 소중한 것임을 스스로 알게 되기를 바란다면 너무 틀에 박힌 기대일까? ㅎㅎㅎ
이런 잣대로 볼 때,
이 책은 쉽고 명쾌하고 편안한 문장으로 반기문 유엔 총장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성실하게 자신의 꿈을 이룬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무난히 잘 표현해 내고 있다.
그는 2006년 제 8대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되면서 언론과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유명해졌지만,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차근차근 이루어낸 과정을 보면
결코 당선의 흥분된 분위기에 휩싸인 반짝 호감만을 나타낸 것은 아님을 느끼게 된다.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책상 앞에 장래 희망을 적어 붙여 두고는 그 꿈을 이룬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포부를 다져 보았을 것이다.
그것처럼 반기문 총장도 초등학교 때 변영태 외교부 장관이 학교를 방문해서 했던 강연에 큰 감동을 받고는 뭐든 좋아하는 한 가지만 잘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다.
그것이 바로 그가 가장 좋아하고 자신 있어 하던 '공부'였던 것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그림을 잘 그리면 될 테고,
운동을 잘하는 사람은 운동을 잘하면 될 테고,
나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할 테야.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보다 공부니까.'
어떤 이들은 반기문의 이야기에서 공부와 성적을 너무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가 이야기한 것처럼 그가 가장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이 공부이고,
그 결과로 이런 꿈을 이룬 것이기에
그것 또한 자신의 이상과 신념을 일관되게 지켜온 흔적이기에 필수적이란 생각이 든다.
우주를 넘나드는 첨단 과학시대에 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몇백 년 전에 살던 인물이 아니라,
국제화 시대의 가장 치열한 한 복판에서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를 위해 소외되는 국가가 없도록 인권을 보호하는 일에 앞장서는 그의 모습은 현재진행형 그대로 몸에 와닿을 것이다.
그동안 왜 자신이 영어 공부를 하는 지도 모른 채
그저 영어 단어를 외우고 학원 가방을 메고 다니는 우리 아이들이나,
공부 자체에 재미를 붙일 수 없도록 지나친 잔소리로 아이들을 주눅 들게 한 나같은 부모라면,,,
어떻게 아이의 꿈을 키울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한다.
부록에 실린 '사진으로 보는 반기문 총장님 이야기'는
어딘지 어수룩해 보이는 촌스런 어릴 적 모습과 학교 풍경,
지금은 볼 수 없는 수.우.미.양.가가 선명한 생활기록부는 물론
그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케네디 대통령을 보려고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 등 다양한 그의 일상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사진들을 싣고 있어 흥미롭다.^^
또한 '외교관'과 '유엔'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더 알고 싶어요2,3'을 통해 간략하지만 친절한 설명을 덧붙이는 배려도 빼놓지 않았다.
그가 이룬 유엔 사무총장의 꿈과 희망은 이 책 한 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국제사회의 갈등을 평화적으로 잘 해결하는 지구촌 해결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지,
그 다음 이야기에 더 큰 기대를 갖게 하는 '~ing'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