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쉬고 싶니? 이 나쁜 남편놈아!"
헉~~'게으른 남편'이란 제목만으로도 벌써 이 아줌마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 잡기에 거침이 없는데, 이건 또 웬 원색적이고도 속시원한 직격탄이란 말인가? ㅋㅋㅋ
그기다가 표지에서 맥주 몇 cc를 잔에 들고는 푹신한 쿠션에 등을 기댄 채, 그 꼬랑네 나는 발가락으로 리모콘을 눌러대며 TV를 응시하는 남편이란 작자의 모습이란....휴휴~~
청소기를 들고는 있지만, 못마땅한 표정이 역력한 채 그런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눈매가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바로 우리 집의 상황이고, 대부분의 일반 가정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ㅋㅋㅋ
책장을 넘기면 오른쪽 페이지 맨 아래쪽에 어김없이 리모콘을 엄지 발가락으로 '꾸욱'누르는 얄미운 남편의 오른발을 마주치게 된다.
한 대 꽁 쥐어박고 싶어서 책장을 넘길라치면 어느새 흔적만 남기고 도망가고 있는 영락없는 우리 남편같다.
살짝 나온 똥배도 사랑스럽고, 머리 정수리의 머리카락 갯수가 점점 줄어들어 소갈머리가 되어가는 것도 안스럽게 생각될 때가 있는데, 왜 소파에 드러누워 혼자서 낄낄거리며 텔레비전 보는 모습은 그렇게도 화가 치미는지......ㅠㅠ
가족치료와 결혼상담의 권위자인 조슈아 콜맨은 행복한 결혼생활과 가정을 이루게 하기 위해, 자신이 게으른 남편임을 당당히 밝히면서 남편들에겐 상당히 '불온한'서적이 될 수 있는 이 책을 발간했다.
바로 이 책이 남편들만 공격하려고 지은 책이 아님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나 역시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땐 노란 표지며, 익살스런 그림, 상당히 직설적인 문구들 때문에 쉽고 가볍게 한바탕 웃으며 우리 집 남편을 비웃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나의 그런 선입관은 여지 없이 무너지며, 이 책이 결코 남편을 비웃고 매도하고 웃기 위한 여성들의 책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그가 수많은 임상 진료들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은 남편을 변화시키려면 우선 아내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4장에서 부부의 서로 다른 신념방식에 따라 전통적인 결혼, 평등주의에 기초한 결혼, 그 중간에 위치한 과도기적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가정의 실제 관계를 통해 가정이 좀더 공평하게 굴러가려면 무엇이 변화되어야 하는지를 세심하게 판단하도록 한 것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또, 아내들이 남편에게 가사 참여의 동기를 부여해 주려면 어지간한 요령 없이 덤볐다가는 가사분담은 커녕 가정불화만 일으키게 될 수도 있으므로, 적당한 협상 목록과 남편 개조 프로젝트를 만들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결코 진부하지도 않으며, 역자의 말처럼 생생한 예들 덕분인지 머릿속에서 쉽게 그려진다.
결혼이란 결코 낭만적일 수 없는 양보와 희생 그리고 한없는 이해심으로 극복해야 하는 또 하나의 크다란 숙제이기에, 어딘가에 메모해 두고 매일 조금씩 실천해 나가야 힘이 덜 들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뒤,,, 결혼 생활을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해 내가 고쳐야 할 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치약을 가운데부터 쭈욱 짜서 나를 속상하게 만드는 남편이 쉽게 그 습관을 고치지 않는 이유도 알게 되었다.
결국 '게으른 남편'도 '아내가 요리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훌륭한 남편'이 될 수도 있음을,,,
거창하고 체계적인 실례들을 통해 점잖게 기억시켜 주고 있다.
만일 이 책을 좀더 발칙한 생각을 가진 아내라는 이름의 여성이 썼더라면,,,
톡톡 튀는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훨씬 많이 첨가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가긴 하지만 말이다.ㅎㅎㅎ
아내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오늘날 모든 부부들이 부딪히는 전형적인 딜레마들을 깊은 통찰력을 통해 재치있게 풀어냈다는 데, 나 역시 크게 공감의 한 표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