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호소의 말들 - 인권위 조사관이 만난 사건 너머의 이야기
최은숙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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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권위 조사관이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사건 조사 기록철에는 묶이지 못한, 검정색 끈 대신 다정한 마음으로 사건 너머의 이야기를 묶은, 나의 다정 기록이라고 저자는 책을 소개한다.
거짓말을 하는 진정인을 이해할 수 없었던 초보 조사관 시절을 떠올리며, 긴 세월이 흐른 지금 저자는 그 거짓말 속에 어떤 일말의 진실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이 꿈꾸던 삶 이야기를 누군가 진지하게 들어줄 때, 그 상상의 이야기를 멈출 수 없었을 것이라며. 진정인의 거짓말도 다시한번 돌이켜 생각하는 저자의 너그러운 마음씨가 느껴진다.
2002년에 있었다는 서울지검에서 조사받던 피의자가 고문으로 사망한 사건이나 1992년 네팔이주노동자 찬드라가 정신병원에 6년 3개월 26일을 감금당한 사건들은 유명한 사건이었지만 다시 읽어도 안타까운 사건이다. 찬드라 사건과 유사하게 2014년에도 나이지리아인 1명이 오해로 11일동안 구치소에 감금되었다 풀려난 일도 있다니, 우리가 노력하지 않으면 비슷한 사건들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프놈펜 소재 한 민간단체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출장을 다녀온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새로 온 사무소 책임자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증거들을 모을 수 있었고, 사건을 잘 마무리한다. 조사관의 전례없던 해외출장이라는 무모한 도전으로 얻은 결과였다. 이 글의 마무리는 피해자와의 만남으로 끝나는데, 피해자는 조사관님의 손이 앞으로도 계속 따뜻했으면 좋겠다고 장갑을 선물한다. 일을 계속하다보면 아무래도 일을 능숙하게는 처리하게 되어도 처음보다는 따뜻함을 잃어갈 때가 많은데, 매년 장갑을 보며 마음을 다지는 저자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교사로 살자는 생각을 해 본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은퇴 후 꿈인 '정의구현 행정단'을 소개한다. 은퇴한 조사관들을 모아 이 이름의 엔지오를 만들자는 꿈, 공무원 경험을 살려 행정분야에 필요한 인권활동을 찾아보자는 즐거운 꿈이란다. 이주노동자를 위한 법률센터를 연 은퇴한 선배 이야기를 하며 소개한 저자의 꿈이다.
어떻게 보면 누군가의 고통으로 호소하는 말을 날마다 듣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까운 누구 하나의 힘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벅찬데.. 이런 일을 인권위 이전 시민단체에서부터 꾸준히 해 온 저자가 대단하고 고맙다. 그래서 은퇴 후에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주고 싶어하는 저자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앞으로도 지치지 말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따뜻한 손으로 잡아줄 수 있기를.
저자가 들려준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여러 아픈 이야기를 잊지 않겠다고, 귀를 모으고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에 나도 귀 기울이겠다고 저자에게 말해주며 저자의 따뜻한 손을 꼭 잡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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