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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1948 ㅣ 바람청소년문고 15
심진규 지음 / 천개의바람 / 2022년 7월
평점 :
이 책은 초등학교 교사이기도 한 심진규 작가님이 쓰셨다. 어린이책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지만, 천개의바람 출판사 청소년문고로 나온 책이었다. 어린이가 화자가 아닌 3인칭 인물들이 등장하는 역사소설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청소년들이 읽기 좋겠다.
이 책은 4.3 민중항쟁의 잘 알려지지 않은 또다른 이야기를 소개한다. 두 군인이 상관을 암살한 사건이다. 산으로 들어간 토벌대와 평화적 협상을 통해 해결하려 한 김익렬 연대장 대신 새로 온 박진경 연대장은 강력한 무장진압으로 해결하려 한다. 폭력적인 무장진압에 죽어가는 제주도민들을 더이상 볼수없는 문상길, 손선호는 박진경 연대장을 암살한다.
작가는 실존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작품에 사용했다. 작가의 말에서 누군가의 잘못을 들추거나 문상길, 손선호의 행동을 변호하기 위해서가 아닌, 아픈 역사에 희생된 분들과 그 역사를 품고 사는 우리 모두를 위해 이 글을 썼다고 밝힌다.
작가는 이 사건을 씨앗 삼아 문상길과 가까워진 진숙네 가족 이야기를 같이 풀어 나간다. 진숙이 남편은 토벌대 활동으로 죽고, 진숙이 부모님도 서북청년단에 의해 희생되고, 진숙은 남편동생 순욱, 진숙 동생인 진수와 아이 둘과 힘겹게 살아간다. 순욱을 좋아하는 군인 문상길은 이 가족과 연을 맺으며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이 가족들과 다른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애쓴다.
그동안 어린이책에서는 희생자 입장을 주로 다루었다면 이 책은 희생자와 가해자 입장, 그 주변 여러 사람들의 입장을 고루 다루고 있다. 군인, 경찰, 서북청년단 들이 각자 어떤 입장이고, 어떤 관계였는지 궁금하거나 잘 몰랐던 청소년들이 4.3 민중항쟁의 역사를 폭넓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른인 나도 큰 도움이 되었다.
어른이 되고도 한참 지나서야 이런 역사적 진실을 알게된 우리 어른들보다 일찍 이런 역사를 읽고 자라난 청소년들은 우리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거라 믿는다. 아이와 제주여행을 가기 전, 이 책을 한번 권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