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궁둥이 삐리, 조선 최초의 신부를 만나다 - 2021 문학나눔 선정 바람어린이책 14
양자현 지음, 어수현 그림 / 천개의바람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김대건 신부의 이야기지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아이는 줄타기를 하는 어름사니가 되고 싶어하는 짝궁둥이 소년 말뚝이다. 

부모 없이 사당패에 들어가 줄타기를 배우고 있는 삐리(사당패 신입), 말뚝이. 삼년 째 삐리 신세에 힘든 생활을 하다가 늘 못살게 구는 사당패 아들과 싸운 후 사당패에서 도망친다. 산속으로 도망치다가 다친 말뚝이를 눈 맑은 도령이 구하고 보살펴 준다. 그 도령이 바로 훗날 조선 최초의 신부가 되는 김대건 신부님이다. 도련님 대신 형이라 부르라는 도령은 말뚝이의 어름사니 꿈을 응원해 주고, 사당패를 나오면서 꿈을 이루지 못할거라 생각했던 말뚝이는 열심히 꿈을 키워간다. 그리고 청나라 기예단에서 어름사니 꿈을 위해 기예를 배우면 좋겠다는 김대건 신부의 말에 신부가 되기 위해 청나라로 떠나는 김대건 신부 일행에 동행하게 된다. 여러 어려움을 겪고 각자의 꿈을 이룬 둘이 다시 만나고 헤어지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먹먹했다.

위험하고 힘들지만 줄 위에 있는 그 순간이 늘 즐겁고 행복한 말뚝이의 마음과 천주교를 박해하는 조선에서 위험하고 힘든 신부의 일을 하지만 그 일이 기쁜 김대건 신부의 마음이 겹쳐진다. 말뚝이가 줄 위에서 새로운 기술을 멋지게 선보이는 마지막 장면은 삽화와 글 편집이 참 아름답다. 밤에 하는 공연이라 종이 전체를 검푸른 색으로 칠하고 글자를 흰색으로 인쇄하였다. 줄 아래로 글을 배치하는 세심함까지!

글씨가 크고 구어체 문장이라 초등학교 저, 중학년이 읽기에도 좋다. 교사나 부모가 책을 읽어주기에도 좋겠다. 다만, 천주교 신자인 나에게도 김대건 신부의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아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

어렵게 한국인 최초 사제가 되었지만 사제로서의 꿈을 활짝 펼치지 못하고 젊은 나이로 순교하여 많은 업적을 남기지는 못했다.(물론 한국인 최초 사제와 순교 자체가 업적이긴 하다.) 그래서 묵묵히 힘든 길을 걸어 꿈을 이룬 것에 주목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 같다. 나에게 이 책은 위인 김대건 신부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꿈을 이루고자 애쓰고 결국 그 꿈을 이룬 두 소년에 대한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