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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따리, 한글을 지키다 - 주시경과 호머 헐버트의 한글 이야기 ㅣ 토토 역사 속의 만남
안미란 지음, 방현일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감수 / 토토북 / 2018년 4월
평점 :
이 책은 우리나라 역사 속 두 인물의 아름다운 만남을 담은 '토토 역사속의 만남' 시리즈 가운데 하나이다. 어느 누구도 혼자 살아가지 않고 혼자 성장하지 않는다. 위인들도 다 스승이 있고, 벗이 있다. 이런 만남을 중심으로 이야기책을 쓰다니! 많은 역사동화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새로운 기획이다.
이 책에는 '주시경'과 우리가 잘 모르는 인물 한 명이 더 등장한다. 미국인 '호머 헐버트'다. 이 분은 주시경과 함께 한글에 관심을 갖고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쓰신 분이다. 책에는 '헐벗'이라는 한글 이름으로 등장한다. 이 책은 주시경과 호머 헐머트가 스승과 제자로, 또 벗으로 만나며 한글 연구를 하고 서로 가르치고 배워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이 책에 이어, 이순신과 류성룡, 정약용과 정약전에 대한 책도 출간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주시경이 영어사전처럼 한글 사전(말모이)을 만들겠다며 열심히 자료를 모으는 것을 보고, 친구 평복은 숟가락 하나로 태산을 옮기려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걱정을 한다. 사전을 만드는 일은 지금도 그렇지만 그당시에는 더욱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주시경은 이렇게 말한다. "숟가락 하나로 태산을 판다... 해야 하는 일이라면 못할 것도 없지."
주시경이 숟가락 하나로 어려운 첫 술을 떴기에 오늘날 우리가 한글을 잘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첫술을 뜰 수 있도록 도운 스승이자 한글 연구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던 벗, '호머 헐버트'. 한글 연구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쓰신 분이자, 죽어서까지 우리나라에 있길 원하시고, 지금 우리나라에 잠들어 계신 분. 이 책을 읽고 역사 속에 묻혀 알지 못했던 고마운 사람 한 분을 알게 되어 기쁘다.
이 책은 장편동화 두께이지만, 삽화가 꽤 많은 편이다. 한 두장에 한번 그림이 나오는 편이고, 뜸한 곳도 네 장에 한번은 그림이 있어 지루하지 않게 글을 읽어나갈 수 있다. 책 뒤에는 관련 역사와 자료를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고, 주시경과 호머 헐버트의 삶을 연표로 그려 놓았다. 아이들에게 한글에 관해 세종대왕이 아닌 또 다른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면, 이 책을 들려주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