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자리를 내놓고 나온 이유는 도피에 가까웠다. 나는업무를 꼼꼼하게 파악한 뒤에야 움직이는 성격인데, 그런 성격이 임원 자리에는 맞지 않았다. 임원으로서 결정하고 처리해야 할 업무 범위는 내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해도 세부 사항을 모두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예상을 빗나가는 일이 자주 벌어졌고, 그럴 때마다 나는 부하 직원을 달달 볶았다. 내가 애를 쓰면 쓸수록 상황이점점 나빠졌고 실적은 떨어졌다. 내가 능력에 맞지 않는 자리에 앉아 있다는 평가가 사내에 팽배해졌다. - P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