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2009년 초 연준은 긴급 유동성 공급에서 훗날 QE1으로 알려지는 방식으로 지원형태를 바꾸게 된다.
QE1은 제1차 양적완화(QuantitativeEasing)라고도 부르며 연준이 대차대조표상에서 직접 대량의 MBS를 사들여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법이다. 중앙은행이 이렇게 정부 국채를 매입하는 것은 통화신용정책의 전통적인 메커니즘이었다.
그렇지만 이제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거대한 규모로 다양한 자산을 매입한 것이다. 연준은 장기 자산을 사들이는 대신 그 즉시 유동성 자금을 시장에 공급한 것이다. 양적완화 혹은 QE는 일반적으로 미국식 위기 대응 정책의 전형이며 연준의 과감성을 상징한다. - P309
연준의 조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건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주역들, 즉 각국 중앙은행과 다국적 대형 은행 모두에 민간 부문의 자금조달이 예상치 못하게 어려워져도 달러를 무제한으로 공급함으로써 각 은행의 대차대조표상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최후의 해결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안심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글로벌 최종대부자의 역할이었다. - P315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만 유별나게 동유럽이나 러시아처럼 취약한 모습을 보였던 건 한국의 금융시스템이 전 세계와하나로 엮여 있었기 때문이다. - P370
아시아의 그 어떤 지역이나 국가도 2008년의 한국처럼 수출 불황과 환율 폭락, 그리고 유동성 위기가 종합적으로 덮친 곳은 없었다. 그렇지만아시아 지역 전체로 봤을 때 그 영향은 대단히 극적으로 전개되었다. - P371
스트레스 테스트는 미국 금융의 전망에 대한 해석을 민간인이나 시장이 아닌 정부가 선택한 감독관들이 강제로 실시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준 셈이었다. 또한 스트레스 테스트는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사업의 영역에 대해 정부의공식적 승인이 필요하도록 만들었다. - P428
적절한 대응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어쨌든 스트레스 테스트와 도드-프랭크법, 자본재구성 계획과 TARP로 이어지는 미국 정부의 정책들을 통해 미국의 은행시스템은 회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으며 더 과격하고 급진적인 방식들을 피할 수 있었다. 또한 은행들은 여전히 대마불사의 상징으로 남게 되었다. - P449
반면에 치명상을 입은 유럽 은행시스템은 포괄적 자본재구성이 부족해금융위기에서 근본적 전환점 중 하나를 놓치고 말았다. - P450
다시 말해 미연준은 "세계 경제의 불안"을 키운 적이 전혀 없으며 실제로는 글로벌 현금공급원 역할을 했다. 유로존이 점차 위기에 빠져들면서 유럽 은행들은 2010년 5월에 맺은 현상유지 협정을 파기하고 말았다. 은행들은 유럽 밖으로 돈을 옮기고 미국 사업을 축소하고 대차대조표에서 차입을줄여 건전성을 강화하고 막대한 액수의 현금을 축적했다. 제2차 양적완화조치 덕분에 유럽 은행들은 유럽중앙은행이 아닌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최후의 보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연준과 함께 유동성을 확보한 것이다. 경기확장을 위한 처방은 아니었지만 유로존 위기에 대한 해결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최소한 안정을 위한 보완책 마련되었다. - P520
유럽의 신뢰도가 점점 추락하면서 "재설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IMF 내부에서는 이제 "만기연장이 곧 경기회복"이라는 주장을 반복하는 일 같은건 그만두자는 새로운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 P535
2011년 5월 IMF는 더 이상 "만기연장이 곧 경기회복" 전략이 아닌 유로존의 진짜 해결책에 대한 기본 원칙을 분명하게 정했고 도미니크 스트로스칸도 실제로 실행에 옮기려는 것처럼 보였다.
한편 IMF가 유로존을 경제위기에서 구해줄 것이라는 희망은 물거품처럼 사라졌고 IMF 총재 없이 남겨졌다. - P536
그렇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신용등급 평가기관들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보여준 셈이었다. 평가기관들이 수천억 달러 규모의 서브프라임 MBS에 내린 AAA등급은 2008년 금융위기를 발생시킨 요인 중 하나였다. 유로존 위기의 속도를 좌우한 것도 이들의 연속적인 등급조정이었다. 그런데 이제 미국 예산안에 대해서조차 올바른 결론을 내릴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 P550
돌이켜보면 마리오 드라기가 "어떤 노력이라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을 때가 유로존 위기의 전환점이었다. 그의 발언 이후 시장은 급속도로안정되었고 취약한 국가들이 발행한 국채 대부분은 시장금리가 정상적인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로존 붕괴에 대한 이야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 P611
그렇지만 메르켈 총리와 쇼이블레 장관이 마리오 드라기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결국 주사위는 던져졌다. 유럽중앙은행은 단기국채매입프로그램(Outright Monetary Transactions, OMT)라는 이름으로 최종대부자라는 새로운 역할을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그렇지만 대단히 엄격한 조건부 합의였다. - P615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고 12개월이 지난 2013년 11월 IMF 행사에 참석한 래리 서머스는 이렇게 경고했다. "이번 위기를 통해 내가 배운 교훈과 내가 생각할 때 전 세계가 그만 잊어버렸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중요한 교훈은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확실히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런 말을 하는 래리 서머스도 훗날 자신의 예언이 얼마나 정확하게 들어맞을지 당시로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 P622
불평등은 "총체적"인 문제이며 "시스템"이 보통의 미국 노동자 계층에 불리하게 조작되어 있다는 가정은 피해망상이 아닌 현실적 결론이라는 사실 또한 알았다.
2011년 월스트리트 점령 사태 때 "시스템은 고장 난 것이 아니라조작된 것이다"라는 구호가 나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 P639
"연준이라는 남편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을 키워나간다"라는 처방은 해외의 중앙은행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었다. 제3차 양적완화 조치를 중단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신흥시장국가들에 대한 압력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 - P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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