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자가 된다는 것
니콜 크라우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평점 :
…한 사람을 만나고 반평생이 지난 뒤에야 그 만남이 무르익어 터지며 온전히 실현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거듭 반추하게 된다.
- 단편 1 스위스 -
운좋게도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3편의 단편을 먼저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아직 책 전부를 읽지는 못했기에 감히 책 전체에 대한 내용을 말할 순 없으니 내가 읽은 3편의 단편으로 생각해보자면 어쨌거나 그리움, 이다.
1편 스위스에서도 오래 전 연락이 끊긴 누군가를 궁금해하는 주인공의 마음은 어쩌면 그리움의 한 종류일지도 모르겠다. 내내 그리워해야만 그리움이 아니듯 그저 안부가 궁금해지는 순간순간에도 그리움이라고 부룰 수 있을 지도. 그리고 그 그리움이라는 것은 애정을 가진 대상이어야만 나타날 수 있는 감정이라 생각되서 그 누군가일 수도 있고, 꼭 누군가가 아니더라도 그 시절과 그 순간의 본인에 대한 사랑일 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었다. 원래 인생이 복잡하듯 사람의 마음 또한 복잡한 물건이니 책의 여는 첫 이야기로는 미로의 입구에서 이렇게 하나씩 감정을 찾아나가는 여정이 시작된다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2편 에르샤디를 보다, 에서 나는 조금 딴 생각을 했다. 주인공과 친구처럼 나도 인생을 걸쳐 잊지 못하는 영화 한 편쯤 갖고 싶어졌다. 이건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종류의 무언가가 아니지만, 내내 읽으며 에르샤디를 향한 주인공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나도 영화 한 편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만큼. 에르샤디에 관한 주인공의 마음도 대상은 역시 그 배우일 수도 있고 영화에서의 그 배우일 수도 있겠지만 내겐 여전히 그리움의 대상은 매 한 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3편 아무르에서는 조금 다르다. 그리움이 남아있을까? 그토록 오래 사랑했고 오래 알고 지낸 누군가를 언젠가 길의 끝에서 헤어졌다고 해서 그 끝으로 돌아와 그리워질까? 사랑의 단면으로만 평생을 지탱하며 서로를 보듬고 살 수 없었던 이야기이기에 과연 끝에 남아 있었을지 궁금해졌지만...이야기는 끝이 나 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되었다.
단편으로만 읽었기에 모든 내용을 알 순 없었지만, to be a man 이라는 제목에 나는 남자가 된다는 것보다는 사람으로 해석되어 읽었다. 모두 다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