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발견 - 사랑을 떠나보내고 다시 사랑하는 법
캐스린 슐츠 지음, 한유주 옮김 / 반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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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캐스린 슐츠는 작가, 저널리스트, 비평가로 현재 《뉴요커》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5년 태평양 북서부 지진 위기를 다룬 기사로 내셔널매거진어워드와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책 『상실과 발견』은 전미도서상과 앤드루카네기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2023년에 람다문학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한유주는 200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로 다수의 소설집을 펴냈다. 



『상실과 발견』은 저자의 아버지가 세상과 이별하는 과정에서 겪은 혼란과 상실, 그리고 때마침 운명처럼 다가온 사랑의 발견에 관한 이야기다. 이건 책의 큰 흐름을 지나치게 요약한 문장에 지나지 않고 저자는 좀 더 집요하게 ‘상실’과 ‘발견’의 의미를 파고든다. 생각의 경계는 때로는 현미경의 배율을 조절하는 것처럼 때로는 천체 망원경으로 관측하듯이 자유롭게 확장된다. 과감한 전개 방식이 글에 동적인 인상을 준다.



무언가 중요한 것이 사라질 때,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작아지고 이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광활해진다. 

캐스린 슐츠 『상실과 발견』 (반비, 2024) 34쪽



첫 번째 장 「상실」은 사소한 물건의 분실로부터 출발한다. 작은 상실부터 생을 뒤흔드는 커다란 상실까지 그때 내면에서 요동치는 감정을 하나씩 포착해 나간다. 왜 우리는 일상에서 잦은 상실을 겪으면서도 매번 당혹스럽고 놀라는 걸까. 누구라도 상실의 순간에 처하면 ‘이 세계가 관습적인 법칙에서 어긋난 것처럼’(32쪽) 보이고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어떤 균열이라도 생긴 것’(32쪽)처럼 느낄 것이다. 



인류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상실 너머의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잃어버린 것들은 어딘가에서 ‘반드시 한데 모여 서로를 발견’(50쪽) 하는 이야기다. 어딘가에 다시 존재하리라는, 닿지 않을 하늘 어딘가에라도 우리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존재 그대로 있으리라는 믿음. 끝을 알 수 없는 애도의 시간 속에서 저자는 자신의 관점에서 겪은 슬픔을 넘어 궁극적으로 존재의 전부를 잃은 이는 바로 아버지라는 것을 깨닫는다.



내 모든 기억들을 다 모아도 아버지처럼 존재하는 단 하나의 순간도 만들어낼 수 없고, 내가 겪은 상실 전체는 아버지가 경험한 상실 앞에서 창백해진다. 

캐스린 슐츠 『상실과 발견』 (반비, 2024) 99쪽




두 번째 장 「발견」에서 특히 빛나는 부분은 이야기의 구조였다. 왜 운석을 주운 아이의 이야기로 문을 열었는지에 대한 비밀은 이 장의 끝부분에 드러난다. 작가가 계획한 우연, 독자로 하여금 뜻밖의 깨달음에 맞닥뜨리게 설계한 이야기의 구조가 앞서 길게 설명해 온 발견의 본질인 환희와 쾌감을 선사한다. 표지를 수놓은 별들이 새삼 다른 의미로 아름답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독자는 새로운 이야기를 듣기를 원한다. 인류가 지금껏 노래하길 멈춘 적 없는 주제를 다루더라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 다른 해석, 다른 연결 고리를, 무언가를 발견하길 원한다. 세 번째 장 「그리고」는 기존의 회고록과 다른 점을 찾는 독자에게 미처 예측하지 못한 ‘발견’의 즐거움을 선사한 부분이었다. 가족의 죽음과 사랑의 발견에 관여하는 ‘그리고’에 얽힌 이야기. 옮긴이의 말에서 한유주 작가가 남긴 말처럼 나 또한 ‘이 접속사가 이토록 아름다운 권능을 지녔다는 걸’ 깨닫고 놀랐다.




모든 개념들이 세상에 대해 알고 있는 구성요소를 다른 요소와 연결 짓는 ‘결합’을 통해 생성된다고 믿은 철학자 데이비드 흄을 인용하며 결합으로 만들어진 중요한 개념들도 살펴본다. 여자들과 참정권, 인간과 동물, 인간과 권리 같은 개념들을 예로 들며 이어지는 ‘정신적인 수학에서 가장 강력한 연산은 간단한 덧셈일지도 모르겠다’(261쪽)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소멸은 우리에게 소중하게 여겨야 할 일시적인 존재를, 방어해야 할 취약함을 상기시킨다. 상실은 일종의 외부적 의식으로, 우리에게 유한한 날들을 잘 사용하라고 한다. 우리의 삶은 찰나에 불과하고, 인생을 잘 산다는 건 보이는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이다.

캐스린 슐츠 『상실과 발견』 (반비, 2024) 300쪽



책의 후반부는 죽음을 주제로 한 책에서 흔히 도달하는 깨달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익숙한 깨달음을 상기시키는 것이 이 책의 유일한 목적은 아니다. 저자는 ‘이해는 우리가 사물 간의 연결고리를 볼 수 있을 때 생성’(262쪽) 되고 ‘우리의 도덕적 능력은 지적 능력과 마찬가지로 이전까지 보이지 않았거나 간과해온 확실한 연결들에 기인’(262쪽) 한다고 설득하며 우리가 연결에 대한 감각을 성장시켜야 하는 이유를 강조한다. 



나는 이 감정이 상호적이리라 생각한다. 내내 아버지의 빈자리가 생생하게 느껴지기는 했다. 하지만 때로 달이 낮에도 보이는 것처럼, 희미하게 그리고 이상하게 아름답게 그러했다. 그저 거기 늘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것처럼. 

캐스린 슐츠 『상실과 발견』 (반비, 2024) 271쪽



이 책을 읽고 마지막까지 내게 선명하게 각인된 부분은 이 문장이었다. ‘때로 달이 낮에도 보이는 것처럼’이라는 비유가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지만 얄궂게도 맞붙어 때로 복잡한 감상을 자아내는 인생의 경험들이 사실은 자연스러운 것임을 상기시킨다. 내게도 언젠가 찾아올 상실의 순간에 위안이 될 문장을 미리 찾은 듯하여 기뻤다.



추천하고픈 사람

잃어버린 물건에 대한 애착을 놓지 못하는 사람

세상을 떠난 가족을 그리워하고 있는 사람

애도는 언제 끝나는지 알고 싶은 사람

첫눈에 운명의 짝을 알아볼 수 있다는 걸 믿지 않는 사람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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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프레임 - 우리는 왜 가짜에 더 끌리는가
샌더 밴 데어 린덴 지음, 문희경 옮김 / 세계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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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저자 샌더 밴 데어 린덴Sander van der Linden은 현재 케임브리지 대학교 사회심리학 교수이자 케임브리지 사회의사결정연구소 소장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인포데믹 관리단에서 활동 중이다. 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관한 심리학이 주요 연구분야이고 이 연구로 다수의 연구 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회심리학에서 인지과학까지 폭넓게 연구하며 잘못된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를 설계하고 이를 예방하는 '심리 백신' 아이디어를 주창했다.




사람들은 어쩌다 잘못된 정보를 믿게 될까? 잘못된 정보는 어떻게, 왜 퍼져나갈까?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이 모든 질문을 다룬다.

샌더 밴 데어 린덴 『거짓의 프레임』 (세계사, 2024) 15쪽



 가짜 뉴스와 잘못된 정보에 속지 않는 방법에 관해 자신의 연구에서 밝혀진 모든 정보를 담았다고 밝힌 『거짓의 프레임』은 타인을 설득하는 방법이 아니라 설득에 저항하는 방법을 다룬다. 우리의 정신을 방어하기 위한 저항력을 키우는 방법을 다룬다. 전염병에 대비해 백신 접종을 하듯이 가짜 뉴스에 담긴 심리 조작 기법을 알아보고 심리적 면역력을 기르도록 돕는 것이 책의 목표다.



 1부에서는 잘못된 정보에 취약한 이유를, 2부에서는 잘못된 정보가 개인 사이에서 어떻게 퍼져나가는지를, 3부에서는 잘못된 정보를 사전에 반박하고 잘못된 정보로부터 예방하는 방법을 전달한다. 저자가 각 장에서 다양한 사례와 연구 결과를 살펴본 후 뽑아낸 '가짜 뉴스 항원'은 각 장의 마지막 쪽에 요약되어 있다. 핵심 내용을 정리해 두어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참고하기 좋다.


 1부에서 중요하게 표시한 부분은 '음모론적 사고의 7가지 특성'이었다. CONSPIRE로 모순된 논리 Contradictory logic, 전반적 의심 Overriding suspicion, 비도덕적 의도 Nefarious intent, 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 Something must be wrong, 박해받는 피해자 Persecuted victim, 증거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 Immunity to evidence, 무작위성의 재해석 Re-interpreting randomness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음모론은 전염성이 강해 한 번만 접해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를 알아채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참고할 수 있는 유용한 지침이다.



 3부에서는 심리 조작의 6단계, 이른바 'DEPICT 조작' (불신 Discrediting, 감정 Emotion, 양극화 Polarization, 사칭 Impersonation, 음모 Conspiracy, 트롤링 Trolling)을 각각 상세히 다룬다. 설명을 읽다 보면 온라인에서 한 번쯤 마주한 적 있는 익숙한 수법임을 알 수 있다. 잘못된 정보라면 최대한 접촉을 피하는 것만이 상책이라 생각했는데 요즘 시대엔 개인이 일일이 모든 정보를 검토하고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미리 잘못된 정보를 노출하고 기법을 인지하는 것이 접종 효과를 준다는 주장이 새로웠다. 





아쉬운 점은 책 곳곳에서 편집 오류가 종종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초반부의 오류가 심각하게 다가와서 번역은 제대로 된건가 의심의 눈으로 읽게 된다. 57쪽에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사진에 대한 설명을 반대로 달아놓았다. 한눈에 봐도 인파가 많은 쪽이 오른쪽 사진인데 글에선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사진을 (왼쪽)으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사진을 (오른쪽)으로 표시해놨다. 당시 기사를 검색해 보니 내가 생각한 게 맞았다. 저자의 실수는 아닐 것 같고 편집상 오류를 바로잡지 못한 것 같다. 이 부분 말고도 오탈자와 문장 요소 위치가 뒤바뀐 어색한 문장도 있었다. 여기 지적한 오류는 1판 1쇄 기준이니 향후 바로 잡히면 좋겠다.








나가는 말에 와서야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책임에 대해 언급한다. 자신의 연구결과와 지침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이를 전면에 내세우는 태도는 피한 것 같다. 자극적인 소재와 논쟁을 부추기고(또는 방관하고), 폭발하는 트래픽으로 수익을 얻는 구조가 계속 이어지면 언제 어디서든 가짜 뉴스의 함정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우리가 요구해야 한다'라는 문장에 공감하는 한편 자발적으로 개선할 궁리를 하지 않는 기업의 회피적인 태도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추천하고픈 사람

나도 모르게 거짓 게시물에 낚인 적 있는 사람

가짜 뉴스에 속지 않을 방법을 익히고 싶은 사람

음모론 영상을 공유하는 사람을 막고 싶은 사람

소셜미디어 여론에 휘둘리고 싶지 않은 사람 

대화 상대가 봇은 아닐까 의심해 본 적 있는 사람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 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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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말들 - 우리의 고통이 언어가 될 때
조소연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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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사랑의 실천으로 어머니를 기억하기 위해 시작한 기록이자 삶의 흔적을 모아 잊힐 위기에 처한 이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시도다. 이 시도는 실패가 자명한 도전이고 세상을 먼저 떠난 자의 궤적을 따라가는 과정은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다. 외면했던 죽음에서 오래된 상처를 발견하고 반복해서 되돌아가는 관찰 속에서 자신 또한 비슷한 상처를 억누르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어쩌면 우리의 고통은 연결된 것인지도 모른다. 같은 신체기관을 가진, 같은 고통을 공유하는 존재들은 힘겹지만 당연하게도 서로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통을 직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글쓰기를 멈출 수 없다. 슬픔을 살피는 과정은 나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타인의 슬픔과도 연결될 수 있는 통로이기에.







 『태어나는 말들』의 저자 조소연은 13년간 문학·인문·예술 분야 편집자로 일했다. 2018년 자살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죽음을 직시하며 1년여간 이어진 쓰기는 창작 플랫폼 브런치에 연재되었고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책으로 나왔다. "이 책은 어머니의 자살이 나의 삶에 미친 영향과 그 상실의 폐허 위에서 그녀의 삶을 재건하고자 하는 이야기"(296쪽)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내 인생에서 마주한 죽음 또한 돌아보게 된다. 사고도 병사도 자살도 모두 보았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임에도 자살에는 왜 이리 더 크게 마음이 동요하는지 모르겠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연예인의 자살 소식에도 오래 떠올리고 심장이 떨어질 듯이 충격을 받는 나로서는 이런 주제를 피하는 것이 온당할 터인데 왜 나는 계속 이런 목소리를 찾아 읽는 것일까.


그것은 부재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일일지도 몰랐다. 내가 부재하는 당신을 사랑하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의 흔적과 유해를 낱낱이 그러모아 그 형상을 복원하는 일이었다.

조소연 『태어나는 말들』 (북하우스, 2024) 50쪽


치욕을 이기는 건 사랑이다. 이제는 부재하는 존재에 대한 기억을 멈추지 않는 일은 사랑의 한 방식이다. 기억함으로써 생의 소멸에, 냉혹한 망각에, 삶의 치욕에 저항한다. 

조소연 『태어나는 말들』 (북하우스, 2024) 184쪽


 이런 마음과 작가가 끝없이 진실을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이 닿아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폭로처럼 느껴지는 이 이야기의 여정이 어디로 향할지 가슴 졸이며 따라가게 된다. 어떤 진실에 가닿을 수 있을까. 상처를 깊이 들여다보고 소리 내어 말하고 글을 토해내며 다다를 결말은 어디일까. 작가는 기억하기가 사랑하기라고 했지만 나는 이것이 정말 글쓴이를 위한 여정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상처를 끊임없이 들추고 살피는 일이 빛을 보여줄지 나 또한 두려웠던 것이다. 





나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함으로써 나의 병듦을 비로소 인식했으며, 그것으로부터 다시 출발하기로 했다. 아픈 몸과 영혼마저도 내 삶의 일부로 끌어안기 위해 나는 다시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조소연 『태어나는 말들』 (북하우스, 2024) 179쪽


 어머니의 유해를 끌어모아 재배치하며 죽음을 이해해 보려는 시도―어쩌면 실패할 것이 자명한―를 이어가며 저자 또한 자신이 방치해 온 상처 조각들을 발견한다. 나 또한 조각난 채 삶을 이어오고 있었음을, 어머니가 넘어간 저 죽음과 내 삶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음을, 죽음이 내게도 굉장히 가까운 조건임을 깨닫는다. 그 지점에서 허무를 마주하고 포기를 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멈추지 않고 거기서 다시 출발하기를 택한다.



그들이 새끼를 낳고 품었듯이 나는 당신을 낳고 품을 것이다. (…) ‘히스테리’라 불렸던 당신의 고통에 대해서, 나의 고통에 대해서, 여성의 고통에 대해서 말할 때가 됐음을 안다. 우리의 모든 고통이 자궁에서 연유한다는 이상하고 기이한 역사에 대해서.

조소연 『태어나는 말들』 (북하우스, 2024) 121쪽



  중간에 갑자기 자궁 질환에 대한 주제로 넘어가는 것에서 조금 뜬금없음을 느꼈는데 그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와의 공통점, 여성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고통, 두 여성이 공유하는 고통의 출발점을 찾아내는 시도로 보였다. 어머니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여성인 내가 유일하게 어머니와 연결되는 장기, 자궁에서 이야기는 새로 태어난다. 자궁의 질병, 공포, 고통. 오랜 세월 치유의 손길에서 소외된 자궁에 대한 술회는 억압받고 금기로 치부된 여성의 욕망에 대한 질문과도 연결된다.



 고립된 삶에서 탈출하려 몸부림 친 여성의 죽음을 밝히다가 자궁 질환에 대한 이야기로 선회하며 여성 독자에게 좀 더 호소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시도에서 ‘아 이건 치트 키 아닌가?’ 싶다가도 그래서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비극은 어쩌면 계속 반복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시대를 뛰어넘어 끊임없이 되돌아오는 이 비극에서 어떤 여성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해주는 듯 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여성만이 진지하게 이 이야기에 초대받은 독자라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을 구체적으로 납득하기 시작할 때, 자신을 옥죄던 내부의 결박에서 풀려나 비로소 세상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다. 내 미지의 세계는 타인과 연결되는 통로가 된다. 그 통로에서 타인의 고통을 감지하는 민감한 촉수가 생성되기 시작한다. 이 통로의 존재가 선명해질수록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공통체적 감각을 살려낼 수 있게 된다.

조소연 『태어나는 말들』 (북하우스, 2024) 199쪽


 조심스러운 주제인 만큼 오래 고민하고 숙고하여 적은 듯한 문장들, 밀도 높은 생각의 조각들을 만날 수 있다. ‘말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해 입을 여는 책의 초반부는 정말 숨이 막힐 듯 했다. 책은 마치 다시 태어난 자가 숨을 되찾는 과정 같았다. 몸과 마음을 짓누르는 침묵 속에 호흡마저 잃을 뻔한 신체가 한계까지 참은 숨을 뱉는다. 처음은 폭발할 듯 거칠게 몰아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숨은 잠잠해지고 자연스러운 리듬을 되찾는다. 몸은 자연의 흐름에 맞게 자기의 자리를 되찾는다. 고통을 비우고 태어난 신체는 비로소 타인과 진정으로 소통할 준비를 마친다.



질문을 멈추지 않는 동안 살아 있게 된다. 질문함으로써 죽음을 유보한다.

조소연 『태어나는 말들』 (북하우스, 2024) 218쪽


자신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속에 자리한 무수한 타자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타인의 슬픔은 가닿지 못할 영원한 불모의 땅이 될 것이기에.

조소연 『태어나는 말들』 (북하우스, 2024) 259쪽


 1부은 어머니의 죽음과 연관된 의문과 억압된 여성의 삶, 고립되기 쉬운 여성의 상황과 환경을 돌아본다. 2부는 자궁을 중심으로 고통의 여정을 좀 더 깊숙이 따라가며 저자도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자신의 상처를 발굴해 나간다. 3부에서는 고통을 마주하는 글쓰기가 가져온 변화와 회복의 과정, 나아가 다른 상처와도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보인다.



 질문을 이어가고자 책 속에서 파묻혀 있는 듯 했던 글쓴이는 3장에서 돌연 바다 앞에 선다. 갑작스러운 배경 전환. 어두운 미궁에서 함께 그의 뒤를 종종 따라 걷던 독자도 함께 몰아치는 바람과 파도 앞에 선다. 어머니가 자신을 추방한 모성의 세계는 산으로 상징되고 책의 후반부에 저자가 다시 태어남을 경험하는 공간은 바다로 상징된다. 이 대비가 극적이다. 긴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좋은 장소인 것 같다.




  현대 의학과 대체 의학을 통합한 관점에서 여성 질환을 연구한 크리스티안 노스럽을 인용하며 난소 왼쪽을 설명한 부분은 조금 납득하기 어려웠다. 여성주의적 시각을 반영했다는 책을 읽다 보면 유달리 ‘대안’, ‘대체’, ‘해체’ 등을 개념을 적극 포섭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는데 이것을 ‘모성적’ 포용의 실천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가부장적인 주류 시스템 바깥을 탐구하고 새로이 개척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리송하다.



  가끔 정말로 사이비처럼 보이는 이상한 주장을 옹호하는 책들을 만나게 되면 당황스럽다. 이것 역시 내가 주류의 사고방식에 오염된(?) 시각으로 판단하기 때문일까? 고정관념을 전복하려는 다양한 시도와 해석은 환영하지만―이런 단서를 다는 것에서부터 망한 변명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주류를 벗어났다는 특성 하나만으로 주목하고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에는 왠지 거리를 두게 된다.





 글이 새로 시작하는 제목 페이지 하단에 다음에 이어질 글을 예고하는 키워드가 실려있다. 단어의 뜻은 사전적 의미나 어원을 살필 때도 있지만 대부분 저자가 글쓰기 여정에서 발견한 의미로 다시 쓰인다. 깊은 사유의 바다에서 퍼올려 말리고 정갈하게 다듬은 정의가 『태어나는 말들』 이라는 제목의 책에 어울리는 구성 요소라고 생각했다. 



 이야기 중간에 등장하는 인용들이 꽤나 적절해서 책을 읽다 말고 당장 인용된 책을 먼저 찾아 읽고픈 충동도 들었다. 편집자이자 오랜 기간 작가를 꿈꿨던 저자가 수집한 문장들이 적재적소에 자리 잡고 있다. 인용한 책 목록이 맨 뒤에 참고 자료로 잘 정리되어 있는 점도 섬세하게 느껴져 좋았다. 어쩐지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용기 내어 글을 쓰고 싶어지는 책이다. 비밀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싶어지는 책이다.




추천하고픈 사람

‘말할 수 없는 죽음’으로 여전히 침묵 안에 있는 자살생존자(자살자의 유가족)

자궁 질환으로 고통 받은 여성을 아는 사람

오래된 상처를 정리하고 싶지만 막막한 사람

죽음에 대한 생각에 오래 사로잡힌 적 있는 사람

욕망에 솔직한 여성을 마주하면 당황하는 사람

제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치유로 나아가는 글쓰기를 실험 중인 모든 글 쓰는 사람들

참사의 희생자를 조롱하는 인간을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사람

여성의 내재된 고통과 공포, 억압이 역사를 깊이 이해하고픈 남성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 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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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 -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브렉시트까지, 하룻밤에 읽는 교양 세계사 인생 처음 시리즈 2
톰 헤드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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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톰 헤드는 어바웃닷컴(현 닷대시)에서 9년간 시민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글을 기고하고 철학과 대중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인문교양 유튜브 채널 와이즈크랙에서 작가로 일했다. 현재 프리랜서 작가로 대중에게 역사를 쉽게 알리고자 힘쓰고 있으며 최근 미국에서 주목받는 역사 스토리텔러라고 출판사는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지난해 출간된 인생 처음 철학 수업에 이어 현대지성에서 펴내는 인생 처음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원서는 2017년에 나왔다. 책의 부제처럼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브렉시트까지를 다루고 있다. 



 고대, 중세, 근대, 현대 4개의 장으로 나눠 각 시대별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서술하고 있다. 고대에서는 히타이트 제국, 올메카 문명, 쿠시 문명, 아소카 황제를 처음 알게 되었다. 중세에서는 종교 갈등을 조금 비중 있게 다룬 부분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간의 갈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근대부터 현대는 제국의 팽창과 쇠퇴, 독립 혁명, 산업 혁명과 1,2차 세계대전, 냉전 시기의 이념적 갈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여성 운동의 시작과 진행을 포함한 부분도 좋았다. 20세기 후반의 정치 경제 이념과 이란 민주주의 퇴보의 계기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향후 세계 뉴스를 접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뒤표지에 책의 핵심 장점이 잘 드러나 있다.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쉬운 입문서로 생생한 컬러 이미지로 세계사의 핵심 장면을 선명하게 살필 수 있다. 서양 중심이 아닌 동서양 역사를 균형 있게 다루었다고 했지만 서유럽 중심이 아닌 동유럽과 중앙아시아를 포함한 정도의 느낌이었다. 동아시아를 다룬 부분은 역시나 분량이 적었다.



 컬러 도판이 많이 실려 있는 부분은 좋았다. 도판 출처에 퍼블릭 도메인은 따로 표기하지 않았다고 명시했는데 회화 작품의 경우 화가 이름을 추가로 실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역사적 사건을 주제로 그린 화가가 있다면 그 작가의 작품을 찾아보면서 세계사와 더불어 그 시기 미술사도 살펴보기 좋았을 것 같다. 물론 거기까지는 이 책의 주제를 넘어가는 일이니 그냥 희망 사항으로 남겨둔다.



 하나 아쉬운 점은 색인이 없다는 점이다. 여러 번 언급되는 인물과 지명이 있는데 세계사를 처음 접할 입문자에겐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어서 ’이게 그때 그 사람 맞나?‘ 확인차 책장 앞뒤를 옮겨 다니기가 조금 번거로웠다. 입문서여도 다루는 범위가 방대한 책은 색인을 꼭 실어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마지막으로 남긴다.




추천하고픈 사람

인생 처음 철학 수업을 흥미롭게 읽은 독자

주말 동안 가볍게 세계사를 훑고 싶은 독자

도판이 많은 역사책을 선호하는 사람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 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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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 - 현대 문명의 본질과 허상을 단숨에 꿰뚫는 세계사
수바드라 다스 지음, 장한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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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수바드라 다스Subhadra Das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과학사와 철학사를 전공하고 현재 동 대학교 박물관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과학적 인종주의와 우생학의 역사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를 중심으로 연구하며 권력이 조작하고 숨긴 역사를 대중에게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은 저자가 펴낸 첫 책이다. 세계사를 사건 또는 인물 중심으로 펼치지 않고 상식처럼 널리 퍼져있는 개념과 생각을 중심으로 풀어내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고 소개하고 있다. 나 역시 당연한 통념 이면의 숨은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지 묻는 책 소개에 큰 흥미를 느꼈다.




‘역사적인 주장을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역사학자의 역할’(16쪽)이기에 저자는 그간 서양이 만들어 낸 ‘문명’과 그것을 떠받친 온갖 이상과 진보적 가치들 중 널리 알려진 10가지를 뽑아 분석한다. ‘서양 문명이란 현실을 누르고 브랜딩에 성공한 사례’(17쪽)이자 단순한 결과물이 아닌 ‘문명화라는 사명’을 내세운 식민 국가들의 비전이자 변명에 불과했음을 밝혀나간다.



문명화된 그 모든 것들의 반대편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비문명적인 사물과 사람이 있다는 의미다.


수바드라 다스 『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 (2024, 북하우스) p.12



저자가 몸담고 있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교육용 박물관 저장고에 있는 한 철제 상자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과학이라는 굳건한 요새 뒤에 숨은 인종주의, 우생학을 조명하고 식민국가의 잔인한 토벌과 노예제, 계급의 역사를 살핀다. 고전이라는 것을 정하고 그 가치를 추켜세워온 인물들이 사실상 백인 남자들 분이었다는 사실을 짚는 것도 잊지 않는다.




교육이라는 정신적 종속, 알고 보면 평등한 적 없던 법, 소수의 기득권만을 위한 정치, 과학적 경영의 탈을 쓴 착취, 국민의 선별적 보호와 배제, 예술과 문화제 독점 등 자신들이 곧 세계의 기준이자 선두의 ‘문명’이었기에 침략하고 지배할 권리가 있다고 맹신한 백인들의 자기 세뇌가 불러온 처참한 결과와 현재를 보여준다.





자신만의 이미지 속에서 문명을 일굴 때면, 다른 문화에 있는 흥미롭고 가치 있는 것들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심각하게 희생되는 것 같다. 


수바드라 다스 『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 (2024, 북하우스) p.115




저자는 서구 열강이라는 제국과 약하고 운이 없었던 피식민지의 구도로 이야기를 전달하지 않는다. 강자와 약자의 대비를 강조하는 서술 방식은 강자가 남용한 권력의 힘을 부각하여 비판에 더욱 힘을 실으려는 의도와 달리 자칫 결과에 대한 정당성 부과라는 왜곡된 결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서양 문명을 비판하며 취하는 태도는 ‘너희 정말 잔인하고 무섭구나.’ 라기 보다 ‘너희 정말 한심하고 안타깝다.’에 가깝다. ‘뭐라도 되는 양 어깨에 힘주면서 온 동네를 들쑤시고 다니더니 정말 생각도 짧고 시야도 좁구나. 그렇게 오만 잘난 체는 혼자 다하더니 아주 그냥 깡그리 망쳐놨구나.’라는 톤으로 읽혔다.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이 책의 원제는 『Uncivilised : Ten Lies That Made the West』 이다. 책의 내용도 ‘문명’의 주인이 누구이고 누가 그것으로 이득을 얻는가, 누가 문명을 주입하고 세계 곳곳에 그럴싸한 브랜드로 자리 잡도록 주도했는가를 반복해서 지적하고 있다. 문명과 야만 같은 대립이 자주 등장하며 그 자체가 책의 주요 키워드다.






한국어판 제목은 원제의 부제를 그대로 옮긴 격이다. 『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 - 현대 문명의 본질과 허상을 단숨에 꿰뚫는 세계사』 라는 한국어판 제목과 책등에 적힌 부제를 보고 든 첫 인상은 ‘참 길다.’ 였다. 저자의 의도를 최대한 상세히 전하고픈 의도였을까? 나는 제목이 아쉬웠다.




일단 원제만큼 머리에 선명하게 남지 않는다. ‘세계를 움직인’이라는 수식 또한 왠지 낡은 인상을 준다. 딱 저 문구로 인터넷 서점에 검색해서 나오는 책들의 표지와 출간 연도를 살펴보시라. 책장을 펼치기 전부터 진부한 느낌이 감돈다. 제목도 표지 디자인도 원작의 개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24년 2월에 발간된 책이 이렇게 금방 번역되어 나온 것에 놀랐다. 시의성이 중요한 책이어서 서둘러 내놓은 것일까? 그럴만한 이슈가 무엇이 있나 돌아보았으나 잘 모르겠다. 빠르게 선보이느라 제목과 표지 디자인은 양보할 수 밖에 없었나? 책의 내용이 좋은데 너무나 눈에 띄지 않는 옷을 입고 있어서(온통 빨간색으로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다.





책은 서양의 악행과 만행을 고발하는데서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의 잘못된 행동을 거울삼아 지금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그동안 간과했던 진실을 깨달은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세상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앞으로 지향해야 할 행동은 무엇인지 독자에게 여러 질문을 남긴다.




나는 특히 고유의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간 민족들의 얘기가 와닿았다. 그저 표현하고 전달하는 방식이 달랐을 뿐인데 서양 문명이 일방적으로 부여한 야만과 미개라는 낙인 아래 세상을 떠난 사람들. 다양한 삶의 방식으로 검토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미지의 선택지들이 궁금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내가 귀 기울여야 할 곳은 어디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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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 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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