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이창남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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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막대한 부의 상속인이 된 어린 여성, 그를 착취하고 이용할 궁리만 하는 후견인, 그리고 예정된 부당한 결혼. 수도원에서 예정된 결혼식 전날 오만한 남작이 주검으로 발견된다. 바로 전날 그에게서 해고된 향사가 갑자기 도둑으로 지목되고 그는 사람들이 접근하길 꺼리는 장소에 몸을 숨긴다.


우연의 일치치곤 참으로 묘하게도 어린 신부를 곤혹스럽게 만든 이들만이 희생자가 된다. 그럼에도 살해 방법은 수수께끼고 진범의 행방 또한 묘연하다. 나환자들의 요앙소인 세인트자일스 병원에서 봉사하고 있던 마크 수사가 결정적인 증언으로 도망자의 누명을 벗는데 도움을 준다.


남다른 기운을 내뿜던 노인의 정체가 밝혀졌을 땐 한동안 잊힌 존재였다가 어느 날 모험을 마치고 돌아온 영웅 신화의 한 장면이 연상되기도 했다. 자신의 유일한 혈육을 위한 마지막 일을 마치고 홀로 길을 떠나는 모습이 쓸쓸했지만 헤어짐 뒤에 이어지는 문장 덕분에 그의 뒷모습이 더욱 숭고하게 느껴졌다.



정해진 길을 따라 목적을 가지고 신중하게 움직이는 그 모습이, 서두르지 않되 그렇다고 지체하지도 않고 제 갈 길을 가는 숙명과도 같았다.


엘리스 피터스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북하우스, 2024) 321쪽





책을 다 읽고 나서 출판사의 SNS 계정을 찾아보고 내가 놓친 정보가 있는 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아래는 북하우스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확인한 내용이다.



∎ 캐드펠 수사 시리즈 기본 판본과 다른 점 (출처 : 북하우스 공식 트위터)

1. 1권, 2권, 5권 제목을 영어 원제에 가깝게 바꿨습니다.

2. 시리즈 순서를 알기 쉽도록 각 도서에 번호를 붙였습니다.

3. 정확하면서도 잘 읽히도록 교열하면서 기존 판본의 오류들을 잡고, 인명/지명을 현재의 외래어표기법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1번과 2번의 개선점이 마음에 든다. 특히 1권의 제목은 기존 제목보다 훨씬 궁금증을 유발하는 제목이어서 더 좋았다. 


(순서대로 구판 → 개정판) 

1권 『성녀의 유골』 →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2권 『99번째 주검』 → 『시체 한 구가 더 있다』

5권 『죽음의 혼례』 →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3번의 개선 사항도 물론 환영한다. 하지만 오류가 종종 눈에 띄어 표지만 새로 입히고 원고 검토는 생략한 줄 알았다. 교열하면서 기존 오타를 놓친 것인지 이번 판에서 새로 발생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정판의 옥에 티* 같아 아쉽다. 책이 날개 돋친 듯 팔려서 이 모든 걸 새로 반영한 판이 또 나왔으면 좋겠다.


* 작가소개의 연도 오류, 드라마 제작 방송국 불일치, 본문의 오탈자, 주석 누락, 중세 지도상의 표기와 본문 표기의 불일치 등



∎ 추천 사유 1 : 재밌으니까


시리즈물의 특성상 에피소드마다 완성도와 재미의 편차가 있을 법한데 다섯 권을 읽는 동안 그런 아쉬움은 느끼지 못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첫 권을 읽었을 때 싹튼 기대는 내내 꺾이지 않았고 오히려 다음 이야기를 읽을수록 점점 좋아졌다.



사람마다 자신이 선택한 소설에서 기대하는 바가 다르고 특히 취향을 많이 타는 장르라는 걸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떻게 구슬려도 ‘그 장르 내 취향 아님’으로 무장한 독자를 설득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 번은 권하고 싶다. 재밌으니까.



내가 이 장르를 처음 접했다는 점에서 비교 대상 자체가 없기에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재미의 본질을 핑계로 그냥 우기고 싶다. 재미만큼 누구나 직관적으로 알아챌 수 있는 것이 또 어디 있을까. 그래서 권하고 싶다. 재밌으니까.




∎ 추천 사유 2 : 질문에서 해방


왜 좋았나? 정의는 살아있다는 이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진실에 불을 밝혀 갑자기 세상을 떠난 희생자의 원한을 반드시 풀어주니까. 어릴 적 읽었던 전래동화도 이런 모양새였다. 꼬여있던 오해가 풀리고, 억울함이 해소되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남은 이들은 모두 행복하게 살았다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야기.



개운한 마무리가 오히려 약점일까? 결말이 깔끔해서 읽은 후에 사뭇 심란한 숙제**를 독자에게 남기지 않는다. 질문이 남지 않는 것, 독서 후 독자의 생각과 삶이 이전과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기준으로 진정한 독서의 가치를 논한다면 아마 순전히 오락의 기쁨만을 선사하는 소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것이다.


** 인간은 도대체 왜 이러는지, 사회는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삶은 왜 모순으로 가득한지, 희망은 있을지 따위의 질문




그럼에도 우리는 늘 의미만 추구하지 않는다. 그저 맘 편히 현재를 즐기는 순간도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순간을 함께하기에 좋은 책이다. 정형화된 결말이 식상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 중요한 건 결말이 아니라 시종 우리는 붙드는 이야기 그 자체가 아닐까.



다섯 편의 리뷰를 준비하면서 개정판의 다양한 부분을 조목조목 살펴보기 위해 노력했다. 구판과 달라진 점, 워크룸의 표지 디자인, 추리문학상과 저자가 해당 장르에서 차지하는 지위, 중세물의 클리셰, 독초에 관한 짧은 정보 등 겨우 맛보기로 찾아봤을 뿐이지만 스스로 찾아 정리했다는 데에 만족을 느낀다.



한때의 영광이 무색하게 그 명성이 후대의 독자까지 이어지지 않는 작품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가. 시간의 검증을 거쳐 현대의 독자에게까지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야기는 그래서 더 놀라움을 준다. 허브향에 취해 여름밤을 새우던 나는 이제 오매불망 후속편만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리뷰가 끝에 다다른 이 순간,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독자가 가장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 네이버 이북 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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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축일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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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은 성 베드로 축일 전후로 일어난 살인사건을 다룬다. 축일장 전야, 축일장 첫째 날, 둘째 날, 셋째 날, 축일장이 끝난 뒤까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터의 부산함과 왁자지껄함 속에서 일어난 도난과 알코올 냄새가 진동하는 밤에 일어난 살인 사건, 무언가를 찾는 듯 다음 표적을 찾는 범인의 목적과 정체는 아리송하고 캐드펠의 수사도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다.



에마의 행동과 증언은 어딘가 탐탁지 않은 구석이 있고 공교롭게도 희생자마저 그의 주변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드러난다.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 가장 많은 희생자가 생겼지만 범인은 거의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었다. 불안한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철부지 같았던 필립이 결정적 증거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급진전을 보인다.



중세 지도 구석에 작게 그려진 선술집에서 머리를 맞대고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장면 이후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된다. 야욕에 사로잡힌 교활한 범인은 끝까지 욕심에 눈이 멀어 처참한 종말을 맞이하고 처음에 등장한 슈루즈베리 상인들과 수도원의 갈등도 원만하게 해결된다. 젊은 혈기를 주체하지 못해 사고도 치고 활약도 펼친 필립은 자신이 첫 눈에 반한 사람의 든든한 짝이 된다.



친분도 없는데 지나치게 친절하게 구는 사람은 현실이든 소설에서든 역시 의심하고 봐야한다. 힘든 문제를 마주했을 때 지지는커녕 무작정 잊으라고 부추기거나 해결과는 동떨어진 곳으로 끌어당기며 주의를 흐트러뜨리는 사람도 경계해야 한다. 문제 인물의 유형을 파악하며 다음 이야기에서는 꼭 먼저 범인을 찾아내야지 생각하지만 아직은 쉽지 않다.





∎ 마시장 터 구석의 여인숙? 선술집?

마시장 터 구석에 위치한 월터 리널드의 여인숙에서 술잔이 오가며 이야기의 퍼즐이 맞춰지는 데 본문에선 이 이름의 애칭을 워트로 표기, 책의 앞에 수록된 중세 지도에는 같은 위치가 와트의 선술집으로 표기. 여인숙이 선술집도 겸할 수 있으니 상관없지만 인물명은 일치시키는 편이 좋았을 것 같다.



∎ BBC 드라마 맞아요?

뒤표지에 BBC 드라마 〈캐드펠〉 원작이라는 문구가 있어 찾아보았다. DVD에는 총 13개 에피소드가 실려있고 지금도 구매 가능한 아마존 링크가 나온다. 근데 IMDb를 봐도 BBC가 아니라 ITV 제작 드라마로 나오는데 착오가 있었던 걸까? BBC랑 ITV랑 같은 곳인가? 설마 영국서 드라마화 되었다는 정보 하나만으로 BBC라고 적은 건 아니겠지? 궁금하니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주세요. 



∎ 개정판 표지 디자인 대만족

서양 회화 속 인물의 눈을 과감하게 확대하여 실은 표지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텍스트 배치와 대담한 컬러 조합도 마음에 든다. 각 표지마다 3~4개의 테마 컬러를 사용하는데 그 중 하나는 표지를 펼치자마자 보이는 면지 컬러와 일치한다. 표지에서 받은 인상이 내부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런 디테일까지 고려하는 디자이너들이 정말 좋다!)



주요 색상 요소가 표지, 책등, 책날개, 면지까지 일관성 있게 배치되도록 신경 썼다. 그저 컬러 블록을 짜 맞춘 단순한 조각보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아름답다. 조각보라는 단어가 연상된 김에 생각을 확장해보면 이것 또한 책의 스토리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뚜렷한 색상 대비로 선명하게 나뉜 구역, 반듯한 경계, 우회하는 곡선 하나 없이 직선으로만 구성된 화면이 주는 메시지를 떠올릴 수 있다. 명료함, 속도감, 타협하지 않음 등이 연상된다. 예리한 관찰과 추리로 사건을 풀어나가며 선과 악을 가리는 결말로 곧장 직진하는 추리 시리즈에 대한 해석으로 괜찮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역사 미스터리인 시리즈 특성 또한 제대로 살렸다. 눈만 클로즈업 했을 뿐인데 어쩐지 인물마다 석연치 못한 구석이 있을 것 같고 의뭉스러운 수상함을 자아낸다. 처음 출판사 공식 홍보 이미지를 접하고 각 표지의 눈빛이 심상치 않아 보자마자 ‘이거 누구 디자인이야!’하고 찾아보니 워크룸이었다. 탁월한 선택이다.



* 네이버 이북 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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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의 두건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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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으로 시작한 캐드펠 시리즈의 3권 『수도사의 두건』은 1981년* 영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실버 대거 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1, 2권으로 기대가 점점 올라가는 상황에 상까지 수상한 작품이라니 한층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 책날개의 작가소개를 인용했는데 연도에 오류가 있는 것 같다. CWA 역대 수상자 목록을 검색하면 1980년 수상작으로 나온다.



이왕 추리문학상 얘기가 나온 김에 한번 찾아보았다. 영국 추리작가협회(The Crime Writers' Association)에서 수여하는 대거 상(Daggers Award)은 미국 추리작가협회(Mystery Writers of America)에서 수여하는 에드거 상(Edgar Award)**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추리문학상이다. 최우수 장편에 ‘골드 대거’를 수여한다. 1969년부터 2005년까지 준우승에 ‘실버 대거’를 수여했으나 이후 폐지되었다.


** 엘리스 피터스는 1963년 『죽음과 즐거운 여자』로 에드거 상도 수상한 바 있다.  



엘리스 피터스는 1993년 영국추리작가협회 평생공로상에 해당하는 Diamond Dagger를 받았다. Historical Dagger라는 부문이 있어 더 알아보니 익숙한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CWA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1977-1994)로 역사 미스터리 장르를 대중화한 것으로 평가받는 엘리스 피터스를 기념하여 1999년부터 2005년까지 그의 이름을 딴 Ellis Peters Historical Dagger를 수여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는 Ellis Peters Historical Award로 불렸고 현재는 CWA Historical Dagger라는 이름으로 수여하고 있다.




해당 기간의 수상작을 검색하면 작품 표지 사진 아래 ‘Estate of Ellis Peters’라고 표시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폰서가 바뀔 때마다 이름이 자주 변경되는 대거 상의 특성상 이전 명칭을 따로 표기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후 영미권 역사 추리소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면 Historical Dagger 수상 목록을 참고해도 좋겠다. thecwa.co.uk/past-winners에서 검색할 수 있다.





독살에 주로 쓰이는 식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지닌 추리소설 애독자라면 3권의 제목만 보고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알아챘을 것이다. 물론 나는 지식이 전무했기에 이번에 새로 알게 되었다. 수도사의 두건(monk's hood)은 그 생김새를 본떠 붙인 풀의 이름이다. 한국어로도 투구 모양을 닮았다하여 투구꽃이라 부른다. 



캐드펠이 ‘수도사의 두건’ 뿌리로 만든 약물이 이번 살인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독살 당한 영주를 중심으로 이권이 얽힌 인물들이 하나둘 소환된다. 음흉한 제롬 수사와 성질 급한 행정관이 사사건건 캐드펠의 추리를 가로 막지만 이번에도 적절한 탈출 기회를 만나는 주인공은 범인과의 거리를 좁혀간다. 



3권의 배경은 1138년 12월이다. 2권에서 만난 인물과의 반가운 재회도 있고 로버트 부수도원장의 코가 납작해지는 반전도 있다. 실마리가 보이지 않던 사건은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급박하게 전개된다. 양 떼를 몰던 캐드펠이 헛간에서 범인의 진실을 들은 후 내리는 마지막 선택의 순간과 크리스마스 아침에 맞이하는 평화로운 정경의 대비가 극적이다.



이번에도 살인 사건은 무사히 해결되고 죄인은 스스로 회개할 자유를 얻는다.  정말이지 모두가 기쁘고 축복받는, 누구도 괴롭지 않은 전형적인 크리스마스 동화가 연상된다. 그날 아침에는 결국 모두 웃게 되는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다. 결말에 다다른 후에야 왜 이 작품이 수상작이 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짙은 허브향과 겁 없이 투닥투닥 장난치는 어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에피소드다.



∎ 3권에서 찾은 옥에 티

195쪽 9행, 열한 살 소녀가 오기는 모습을 → 오가는 모습을

248쪽 18행, 고개를 숙이 뒤 → 숙인

313쪽 13행, 오아인 귀네드 26번 주석 누락 → 1권의 오아인 왕자, 2권의 오아인 귀네드를 참고할 것 



* 네이버 이북 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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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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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에 이은 간단한 작가와 작품 소개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완간 30주년을 기념하여 국내에 이 작품을 처음 소개한 북하우스에서 개정판을 펴낸다. 기존에 출간된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총 20권이었으나 이번 개정판은 캐드펠 수사의 속세 시절을 담은 『특이한 베네딕토회』라는 작품까지 추가하여 총 21권으로 나올 예정이다. 2024년 8월 현재 1권부터 5권까지 다섯 권이 먼저 나왔다.



엘리스 피터스는 1913년 9월 28일 영국 슈롭셔주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덜리 지역 약국에서 조수로 일했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해군으로 참전 한 바 있다. 이런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소설이 바로 캐드펠 시리즈가 아닐까. 1939년 첫 소설 『네로의 친구 호르텐시우스』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영국 문학에 기여한 공로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훈장Order of the British Empire을 수여 받았다.



1권을 읽고 나머지 작품에 대한 평이 궁금해서 온라인 서점 사이트 구판 도서 판매 페이지의 리뷰도 살펴보았다. 첫 완역판이 나왔을 당시 이 책을 즐겁게 읽은 팬들의 생생한 독서 후기가 남아있었다. 예전에 이미 이 시리즈의 진가를 알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한 번 찾아보시길. 결말 스포 없는 그들의 소감을 읽으며 나머지 작품에 대한 기대는 한층 높아졌다. 




2권은 1138년 8월 무렵부터 가을까지의 시기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왕위를 두고 두 진영의 갈등이 깊어지는 시기, 정치 세력으로 긴밀하게 얽혀있는 지역 유지들이 등장해 초반부터 등장하는 이름이 많다. 막판 결투씬이 다소 뜬금없어 웃기면서도 맥이 빠졌다. 이렇게 범인을 손쉽게 해치우는 장치를 쓰다니.



논픽션만 읽던 내게 불쑥 다가온 중세 미스터리의 맛... 싫지 않은 걸? 중세라는 체감할 수 없는 시대와 수도원이라는 더 생소한 배경 때문에 난해할까 지레 걱정했지만 그건 그리 높은 장벽이 되지 않았다. 확실한 기승전결, 조금씩 비밀을 드러내는 매력적인 캐릭터, 상상력을 자극하는 지리 묘사가 픽션과는 그동안 거리가 멀었던 독자도 충분히 빠져들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 중세 추리물의 이해할 수 없는 점

1. 뜬금없이 정의감에 불탄 남자가 갑자기 결투 신청을 함.

2. 결투 승부로 손쉽게(싱겁게) 범인을 해치움.

3. 결투를 지켜보던 여자가 승자에게 반해 달려가 키스함.



∎ 2권까지 읽고 깨달은 점

이야기 구조가 그리 복잡하지 않아서 읽기 어렵지 않다. 

이야기 초반에 의심 가는 범인 후보는 높은 확률로 범인이 아니다.

야심을 감출 줄 모르는 인간 중에 범인이 있다.

명민한 여성이 캐드펠의 수사 파트너가 된다. (이건 더 읽어봐야 할 듯)

범인은 반드시 정의의 심판을 받는다. (대부분 죽는다.)



* 네이버 이북 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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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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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와 작품 소개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완간 30주년을 기념하여 국내에 이 작품을 처음 소개한 북하우스에서 개정판을 펴낸다. 기존에 출간된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총 20권이었으나 이번 개정판은 캐드펠 수사의 속세 시절을 담은 단편소설집 『특이한 베네딕토회』까지 추가하여 총 21권으로 나올 예정이다. 2024년 8월 현재, 1권부터 5권까지 다섯 권이 먼저 나왔다.



나는 이번 개정판으로 작가와 시리즈 전부를 처음 접했다. 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장르에 이끌린 건 이번에도 정세랑 작가의 추천 영향이 컸다. 추천사를 많이(?) 쓰는 이유를 담은 글을 읽은 뒤로 그의 이름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 인증 마크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엘리스 피터스는 1913년 9월 영국 슈롭셔주에서 태어났다. 1939년 첫 소설 『네로의 친구 호르텐시우스』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77년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으로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서막을 열었다. 이 시리즈는 슈롭셔주 슈루즈베리의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의 수도사인 주인공 캐드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중세 미스터리 소설이다.



각 권은 각각 독립된 이야기이지만 해당 작품에만 등장했다 결말과 함께 퇴장하는 인물뿐만 아니라 주요 배경 인물로 다른 작품까지 계속 등장하는 인물도 있으므로 가급적 순서대로 읽는 것을 추천한다. 매 작품 새롭게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 개요는 뒤표지에 잘 정리되어 있다. 







Q. 설레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와의 첫 만남 소감은?

A. 이거 뭐야 진짜 재밌잖아!



뒤에서도 계속 등장할 로버트 부수도원장의 오만하고 뻔뻔한 품성이 선명하게 각인되는 이야기였다. 예상 밖의 범인에게 자백을 받아내는 방법이 상상치도 못한 방법이라 웃음이 나왔다. 진지한 신앙심을 기반으로 살았던 그 시대 사람들 입장에서는 충분한 가능한 설정이려나? 개인적으로 더 큰 웃음이 터져 나온 부분은 시체 은폐 방법이었다. ‘아니 이게 말이 되냐고요!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 아니냐고요!’ 근데 됩니다. 알면서 시치미를 떼는 소설적 허용이 풍자적인 재미까지 더한다.



다섯 권을 한 번에 읽고 전부 서평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은 이미 1권의 책장을 덮은 후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남기며 자취를 감췄다. ‘이런 얘기면 하루에 한 권씩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이야기가 끝나는 게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거참 고작 한 권 읽고 엄청 호들갑을 떠네.’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같이 호들갑 떨 사람 필요하니 일단 한 번 읽어보셔라.




∎ 1권에서 찾은 옥에 티

238쪽 20행, 모두지 그녀를 마주 볼 수 → 도무지 그녀를 마주 볼 수

277쪽 6행, 몇 시간 장도는 → 몇 시간 정도




* 네이버 이북 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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