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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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에 이은 간단한 작가와 작품 소개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완간 30주년을 기념하여 국내에 이 작품을 처음 소개한 북하우스에서 개정판을 펴낸다. 기존에 출간된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총 20권이었으나 이번 개정판은 캐드펠 수사의 속세 시절을 담은 『특이한 베네딕토회』라는 작품까지 추가하여 총 21권으로 나올 예정이다. 2024년 8월 현재 1권부터 5권까지 다섯 권이 먼저 나왔다.



엘리스 피터스는 1913년 9월 28일 영국 슈롭셔주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덜리 지역 약국에서 조수로 일했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해군으로 참전 한 바 있다. 이런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소설이 바로 캐드펠 시리즈가 아닐까. 1939년 첫 소설 『네로의 친구 호르텐시우스』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영국 문학에 기여한 공로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훈장Order of the British Empire을 수여 받았다.



1권을 읽고 나머지 작품에 대한 평이 궁금해서 온라인 서점 사이트 구판 도서 판매 페이지의 리뷰도 살펴보았다. 첫 완역판이 나왔을 당시 이 책을 즐겁게 읽은 팬들의 생생한 독서 후기가 남아있었다. 예전에 이미 이 시리즈의 진가를 알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한 번 찾아보시길. 결말 스포 없는 그들의 소감을 읽으며 나머지 작품에 대한 기대는 한층 높아졌다. 




2권은 1138년 8월 무렵부터 가을까지의 시기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왕위를 두고 두 진영의 갈등이 깊어지는 시기, 정치 세력으로 긴밀하게 얽혀있는 지역 유지들이 등장해 초반부터 등장하는 이름이 많다. 막판 결투씬이 다소 뜬금없어 웃기면서도 맥이 빠졌다. 이렇게 범인을 손쉽게 해치우는 장치를 쓰다니.



논픽션만 읽던 내게 불쑥 다가온 중세 미스터리의 맛... 싫지 않은 걸? 중세라는 체감할 수 없는 시대와 수도원이라는 더 생소한 배경 때문에 난해할까 지레 걱정했지만 그건 그리 높은 장벽이 되지 않았다. 확실한 기승전결, 조금씩 비밀을 드러내는 매력적인 캐릭터, 상상력을 자극하는 지리 묘사가 픽션과는 그동안 거리가 멀었던 독자도 충분히 빠져들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 중세 추리물의 이해할 수 없는 점

1. 뜬금없이 정의감에 불탄 남자가 갑자기 결투 신청을 함.

2. 결투 승부로 손쉽게(싱겁게) 범인을 해치움.

3. 결투를 지켜보던 여자가 승자에게 반해 달려가 키스함.



∎ 2권까지 읽고 깨달은 점

이야기 구조가 그리 복잡하지 않아서 읽기 어렵지 않다. 

이야기 초반에 의심 가는 범인 후보는 높은 확률로 범인이 아니다.

야심을 감출 줄 모르는 인간 중에 범인이 있다.

명민한 여성이 캐드펠의 수사 파트너가 된다. (이건 더 읽어봐야 할 듯)

범인은 반드시 정의의 심판을 받는다. (대부분 죽는다.)



* 네이버 이북 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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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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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와 작품 소개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완간 30주년을 기념하여 국내에 이 작품을 처음 소개한 북하우스에서 개정판을 펴낸다. 기존에 출간된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총 20권이었으나 이번 개정판은 캐드펠 수사의 속세 시절을 담은 단편소설집 『특이한 베네딕토회』까지 추가하여 총 21권으로 나올 예정이다. 2024년 8월 현재, 1권부터 5권까지 다섯 권이 먼저 나왔다.



나는 이번 개정판으로 작가와 시리즈 전부를 처음 접했다. 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장르에 이끌린 건 이번에도 정세랑 작가의 추천 영향이 컸다. 추천사를 많이(?) 쓰는 이유를 담은 글을 읽은 뒤로 그의 이름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 인증 마크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엘리스 피터스는 1913년 9월 영국 슈롭셔주에서 태어났다. 1939년 첫 소설 『네로의 친구 호르텐시우스』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77년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으로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서막을 열었다. 이 시리즈는 슈롭셔주 슈루즈베리의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의 수도사인 주인공 캐드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중세 미스터리 소설이다.



각 권은 각각 독립된 이야기이지만 해당 작품에만 등장했다 결말과 함께 퇴장하는 인물뿐만 아니라 주요 배경 인물로 다른 작품까지 계속 등장하는 인물도 있으므로 가급적 순서대로 읽는 것을 추천한다. 매 작품 새롭게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 개요는 뒤표지에 잘 정리되어 있다. 







Q. 설레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와의 첫 만남 소감은?

A. 이거 뭐야 진짜 재밌잖아!



뒤에서도 계속 등장할 로버트 부수도원장의 오만하고 뻔뻔한 품성이 선명하게 각인되는 이야기였다. 예상 밖의 범인에게 자백을 받아내는 방법이 상상치도 못한 방법이라 웃음이 나왔다. 진지한 신앙심을 기반으로 살았던 그 시대 사람들 입장에서는 충분한 가능한 설정이려나? 개인적으로 더 큰 웃음이 터져 나온 부분은 시체 은폐 방법이었다. ‘아니 이게 말이 되냐고요!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 아니냐고요!’ 근데 됩니다. 알면서 시치미를 떼는 소설적 허용이 풍자적인 재미까지 더한다.



다섯 권을 한 번에 읽고 전부 서평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은 이미 1권의 책장을 덮은 후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남기며 자취를 감췄다. ‘이런 얘기면 하루에 한 권씩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이야기가 끝나는 게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거참 고작 한 권 읽고 엄청 호들갑을 떠네.’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같이 호들갑 떨 사람 필요하니 일단 한 번 읽어보셔라.




∎ 1권에서 찾은 옥에 티

238쪽 20행, 모두지 그녀를 마주 볼 수 → 도무지 그녀를 마주 볼 수

277쪽 6행, 몇 시간 장도는 → 몇 시간 정도




* 네이버 이북 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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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발견 - 사랑을 떠나보내고 다시 사랑하는 법
캐스린 슐츠 지음, 한유주 옮김 / 반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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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캐스린 슐츠는 작가, 저널리스트, 비평가로 현재 《뉴요커》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5년 태평양 북서부 지진 위기를 다룬 기사로 내셔널매거진어워드와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책 『상실과 발견』은 전미도서상과 앤드루카네기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2023년에 람다문학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한유주는 200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로 다수의 소설집을 펴냈다. 



『상실과 발견』은 저자의 아버지가 세상과 이별하는 과정에서 겪은 혼란과 상실, 그리고 때마침 운명처럼 다가온 사랑의 발견에 관한 이야기다. 이건 책의 큰 흐름을 지나치게 요약한 문장에 지나지 않고 저자는 좀 더 집요하게 ‘상실’과 ‘발견’의 의미를 파고든다. 생각의 경계는 때로는 현미경의 배율을 조절하는 것처럼 때로는 천체 망원경으로 관측하듯이 자유롭게 확장된다. 과감한 전개 방식이 글에 동적인 인상을 준다.



무언가 중요한 것이 사라질 때,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작아지고 이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광활해진다. 

캐스린 슐츠 『상실과 발견』 (반비, 2024) 34쪽



첫 번째 장 「상실」은 사소한 물건의 분실로부터 출발한다. 작은 상실부터 생을 뒤흔드는 커다란 상실까지 그때 내면에서 요동치는 감정을 하나씩 포착해 나간다. 왜 우리는 일상에서 잦은 상실을 겪으면서도 매번 당혹스럽고 놀라는 걸까. 누구라도 상실의 순간에 처하면 ‘이 세계가 관습적인 법칙에서 어긋난 것처럼’(32쪽) 보이고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어떤 균열이라도 생긴 것’(32쪽)처럼 느낄 것이다. 



인류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상실 너머의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잃어버린 것들은 어딘가에서 ‘반드시 한데 모여 서로를 발견’(50쪽) 하는 이야기다. 어딘가에 다시 존재하리라는, 닿지 않을 하늘 어딘가에라도 우리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존재 그대로 있으리라는 믿음. 끝을 알 수 없는 애도의 시간 속에서 저자는 자신의 관점에서 겪은 슬픔을 넘어 궁극적으로 존재의 전부를 잃은 이는 바로 아버지라는 것을 깨닫는다.



내 모든 기억들을 다 모아도 아버지처럼 존재하는 단 하나의 순간도 만들어낼 수 없고, 내가 겪은 상실 전체는 아버지가 경험한 상실 앞에서 창백해진다. 

캐스린 슐츠 『상실과 발견』 (반비, 2024) 99쪽




두 번째 장 「발견」에서 특히 빛나는 부분은 이야기의 구조였다. 왜 운석을 주운 아이의 이야기로 문을 열었는지에 대한 비밀은 이 장의 끝부분에 드러난다. 작가가 계획한 우연, 독자로 하여금 뜻밖의 깨달음에 맞닥뜨리게 설계한 이야기의 구조가 앞서 길게 설명해 온 발견의 본질인 환희와 쾌감을 선사한다. 표지를 수놓은 별들이 새삼 다른 의미로 아름답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독자는 새로운 이야기를 듣기를 원한다. 인류가 지금껏 노래하길 멈춘 적 없는 주제를 다루더라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 다른 해석, 다른 연결 고리를, 무언가를 발견하길 원한다. 세 번째 장 「그리고」는 기존의 회고록과 다른 점을 찾는 독자에게 미처 예측하지 못한 ‘발견’의 즐거움을 선사한 부분이었다. 가족의 죽음과 사랑의 발견에 관여하는 ‘그리고’에 얽힌 이야기. 옮긴이의 말에서 한유주 작가가 남긴 말처럼 나 또한 ‘이 접속사가 이토록 아름다운 권능을 지녔다는 걸’ 깨닫고 놀랐다.




모든 개념들이 세상에 대해 알고 있는 구성요소를 다른 요소와 연결 짓는 ‘결합’을 통해 생성된다고 믿은 철학자 데이비드 흄을 인용하며 결합으로 만들어진 중요한 개념들도 살펴본다. 여자들과 참정권, 인간과 동물, 인간과 권리 같은 개념들을 예로 들며 이어지는 ‘정신적인 수학에서 가장 강력한 연산은 간단한 덧셈일지도 모르겠다’(261쪽)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소멸은 우리에게 소중하게 여겨야 할 일시적인 존재를, 방어해야 할 취약함을 상기시킨다. 상실은 일종의 외부적 의식으로, 우리에게 유한한 날들을 잘 사용하라고 한다. 우리의 삶은 찰나에 불과하고, 인생을 잘 산다는 건 보이는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이다.

캐스린 슐츠 『상실과 발견』 (반비, 2024) 300쪽



책의 후반부는 죽음을 주제로 한 책에서 흔히 도달하는 깨달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익숙한 깨달음을 상기시키는 것이 이 책의 유일한 목적은 아니다. 저자는 ‘이해는 우리가 사물 간의 연결고리를 볼 수 있을 때 생성’(262쪽) 되고 ‘우리의 도덕적 능력은 지적 능력과 마찬가지로 이전까지 보이지 않았거나 간과해온 확실한 연결들에 기인’(262쪽) 한다고 설득하며 우리가 연결에 대한 감각을 성장시켜야 하는 이유를 강조한다. 



나는 이 감정이 상호적이리라 생각한다. 내내 아버지의 빈자리가 생생하게 느껴지기는 했다. 하지만 때로 달이 낮에도 보이는 것처럼, 희미하게 그리고 이상하게 아름답게 그러했다. 그저 거기 늘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것처럼. 

캐스린 슐츠 『상실과 발견』 (반비, 2024) 271쪽



이 책을 읽고 마지막까지 내게 선명하게 각인된 부분은 이 문장이었다. ‘때로 달이 낮에도 보이는 것처럼’이라는 비유가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지만 얄궂게도 맞붙어 때로 복잡한 감상을 자아내는 인생의 경험들이 사실은 자연스러운 것임을 상기시킨다. 내게도 언젠가 찾아올 상실의 순간에 위안이 될 문장을 미리 찾은 듯하여 기뻤다.



추천하고픈 사람

잃어버린 물건에 대한 애착을 놓지 못하는 사람

세상을 떠난 가족을 그리워하고 있는 사람

애도는 언제 끝나는지 알고 싶은 사람

첫눈에 운명의 짝을 알아볼 수 있다는 걸 믿지 않는 사람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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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프레임 - 우리는 왜 가짜에 더 끌리는가
샌더 밴 데어 린덴 지음, 문희경 옮김 / 세계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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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저자 샌더 밴 데어 린덴Sander van der Linden은 현재 케임브리지 대학교 사회심리학 교수이자 케임브리지 사회의사결정연구소 소장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인포데믹 관리단에서 활동 중이다. 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관한 심리학이 주요 연구분야이고 이 연구로 다수의 연구 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회심리학에서 인지과학까지 폭넓게 연구하며 잘못된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를 설계하고 이를 예방하는 '심리 백신' 아이디어를 주창했다.




사람들은 어쩌다 잘못된 정보를 믿게 될까? 잘못된 정보는 어떻게, 왜 퍼져나갈까?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이 모든 질문을 다룬다.

샌더 밴 데어 린덴 『거짓의 프레임』 (세계사, 2024) 15쪽



 가짜 뉴스와 잘못된 정보에 속지 않는 방법에 관해 자신의 연구에서 밝혀진 모든 정보를 담았다고 밝힌 『거짓의 프레임』은 타인을 설득하는 방법이 아니라 설득에 저항하는 방법을 다룬다. 우리의 정신을 방어하기 위한 저항력을 키우는 방법을 다룬다. 전염병에 대비해 백신 접종을 하듯이 가짜 뉴스에 담긴 심리 조작 기법을 알아보고 심리적 면역력을 기르도록 돕는 것이 책의 목표다.



 1부에서는 잘못된 정보에 취약한 이유를, 2부에서는 잘못된 정보가 개인 사이에서 어떻게 퍼져나가는지를, 3부에서는 잘못된 정보를 사전에 반박하고 잘못된 정보로부터 예방하는 방법을 전달한다. 저자가 각 장에서 다양한 사례와 연구 결과를 살펴본 후 뽑아낸 '가짜 뉴스 항원'은 각 장의 마지막 쪽에 요약되어 있다. 핵심 내용을 정리해 두어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참고하기 좋다.


 1부에서 중요하게 표시한 부분은 '음모론적 사고의 7가지 특성'이었다. CONSPIRE로 모순된 논리 Contradictory logic, 전반적 의심 Overriding suspicion, 비도덕적 의도 Nefarious intent, 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 Something must be wrong, 박해받는 피해자 Persecuted victim, 증거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 Immunity to evidence, 무작위성의 재해석 Re-interpreting randomness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음모론은 전염성이 강해 한 번만 접해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를 알아채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참고할 수 있는 유용한 지침이다.



 3부에서는 심리 조작의 6단계, 이른바 'DEPICT 조작' (불신 Discrediting, 감정 Emotion, 양극화 Polarization, 사칭 Impersonation, 음모 Conspiracy, 트롤링 Trolling)을 각각 상세히 다룬다. 설명을 읽다 보면 온라인에서 한 번쯤 마주한 적 있는 익숙한 수법임을 알 수 있다. 잘못된 정보라면 최대한 접촉을 피하는 것만이 상책이라 생각했는데 요즘 시대엔 개인이 일일이 모든 정보를 검토하고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미리 잘못된 정보를 노출하고 기법을 인지하는 것이 접종 효과를 준다는 주장이 새로웠다. 





아쉬운 점은 책 곳곳에서 편집 오류가 종종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초반부의 오류가 심각하게 다가와서 번역은 제대로 된건가 의심의 눈으로 읽게 된다. 57쪽에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사진에 대한 설명을 반대로 달아놓았다. 한눈에 봐도 인파가 많은 쪽이 오른쪽 사진인데 글에선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사진을 (왼쪽)으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사진을 (오른쪽)으로 표시해놨다. 당시 기사를 검색해 보니 내가 생각한 게 맞았다. 저자의 실수는 아닐 것 같고 편집상 오류를 바로잡지 못한 것 같다. 이 부분 말고도 오탈자와 문장 요소 위치가 뒤바뀐 어색한 문장도 있었다. 여기 지적한 오류는 1판 1쇄 기준이니 향후 바로 잡히면 좋겠다.








나가는 말에 와서야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책임에 대해 언급한다. 자신의 연구결과와 지침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이를 전면에 내세우는 태도는 피한 것 같다. 자극적인 소재와 논쟁을 부추기고(또는 방관하고), 폭발하는 트래픽으로 수익을 얻는 구조가 계속 이어지면 언제 어디서든 가짜 뉴스의 함정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우리가 요구해야 한다'라는 문장에 공감하는 한편 자발적으로 개선할 궁리를 하지 않는 기업의 회피적인 태도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추천하고픈 사람

나도 모르게 거짓 게시물에 낚인 적 있는 사람

가짜 뉴스에 속지 않을 방법을 익히고 싶은 사람

음모론 영상을 공유하는 사람을 막고 싶은 사람

소셜미디어 여론에 휘둘리고 싶지 않은 사람 

대화 상대가 봇은 아닐까 의심해 본 적 있는 사람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 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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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말들 - 우리의 고통이 언어가 될 때
조소연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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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사랑의 실천으로 어머니를 기억하기 위해 시작한 기록이자 삶의 흔적을 모아 잊힐 위기에 처한 이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시도다. 이 시도는 실패가 자명한 도전이고 세상을 먼저 떠난 자의 궤적을 따라가는 과정은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다. 외면했던 죽음에서 오래된 상처를 발견하고 반복해서 되돌아가는 관찰 속에서 자신 또한 비슷한 상처를 억누르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어쩌면 우리의 고통은 연결된 것인지도 모른다. 같은 신체기관을 가진, 같은 고통을 공유하는 존재들은 힘겹지만 당연하게도 서로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통을 직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글쓰기를 멈출 수 없다. 슬픔을 살피는 과정은 나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타인의 슬픔과도 연결될 수 있는 통로이기에.







 『태어나는 말들』의 저자 조소연은 13년간 문학·인문·예술 분야 편집자로 일했다. 2018년 자살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죽음을 직시하며 1년여간 이어진 쓰기는 창작 플랫폼 브런치에 연재되었고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책으로 나왔다. "이 책은 어머니의 자살이 나의 삶에 미친 영향과 그 상실의 폐허 위에서 그녀의 삶을 재건하고자 하는 이야기"(296쪽)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내 인생에서 마주한 죽음 또한 돌아보게 된다. 사고도 병사도 자살도 모두 보았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임에도 자살에는 왜 이리 더 크게 마음이 동요하는지 모르겠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연예인의 자살 소식에도 오래 떠올리고 심장이 떨어질 듯이 충격을 받는 나로서는 이런 주제를 피하는 것이 온당할 터인데 왜 나는 계속 이런 목소리를 찾아 읽는 것일까.


그것은 부재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일일지도 몰랐다. 내가 부재하는 당신을 사랑하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의 흔적과 유해를 낱낱이 그러모아 그 형상을 복원하는 일이었다.

조소연 『태어나는 말들』 (북하우스, 2024) 50쪽


치욕을 이기는 건 사랑이다. 이제는 부재하는 존재에 대한 기억을 멈추지 않는 일은 사랑의 한 방식이다. 기억함으로써 생의 소멸에, 냉혹한 망각에, 삶의 치욕에 저항한다. 

조소연 『태어나는 말들』 (북하우스, 2024) 184쪽


 이런 마음과 작가가 끝없이 진실을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이 닿아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폭로처럼 느껴지는 이 이야기의 여정이 어디로 향할지 가슴 졸이며 따라가게 된다. 어떤 진실에 가닿을 수 있을까. 상처를 깊이 들여다보고 소리 내어 말하고 글을 토해내며 다다를 결말은 어디일까. 작가는 기억하기가 사랑하기라고 했지만 나는 이것이 정말 글쓴이를 위한 여정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상처를 끊임없이 들추고 살피는 일이 빛을 보여줄지 나 또한 두려웠던 것이다. 





나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함으로써 나의 병듦을 비로소 인식했으며, 그것으로부터 다시 출발하기로 했다. 아픈 몸과 영혼마저도 내 삶의 일부로 끌어안기 위해 나는 다시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조소연 『태어나는 말들』 (북하우스, 2024) 179쪽


 어머니의 유해를 끌어모아 재배치하며 죽음을 이해해 보려는 시도―어쩌면 실패할 것이 자명한―를 이어가며 저자 또한 자신이 방치해 온 상처 조각들을 발견한다. 나 또한 조각난 채 삶을 이어오고 있었음을, 어머니가 넘어간 저 죽음과 내 삶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음을, 죽음이 내게도 굉장히 가까운 조건임을 깨닫는다. 그 지점에서 허무를 마주하고 포기를 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멈추지 않고 거기서 다시 출발하기를 택한다.



그들이 새끼를 낳고 품었듯이 나는 당신을 낳고 품을 것이다. (…) ‘히스테리’라 불렸던 당신의 고통에 대해서, 나의 고통에 대해서, 여성의 고통에 대해서 말할 때가 됐음을 안다. 우리의 모든 고통이 자궁에서 연유한다는 이상하고 기이한 역사에 대해서.

조소연 『태어나는 말들』 (북하우스, 2024) 121쪽



  중간에 갑자기 자궁 질환에 대한 주제로 넘어가는 것에서 조금 뜬금없음을 느꼈는데 그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와의 공통점, 여성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고통, 두 여성이 공유하는 고통의 출발점을 찾아내는 시도로 보였다. 어머니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여성인 내가 유일하게 어머니와 연결되는 장기, 자궁에서 이야기는 새로 태어난다. 자궁의 질병, 공포, 고통. 오랜 세월 치유의 손길에서 소외된 자궁에 대한 술회는 억압받고 금기로 치부된 여성의 욕망에 대한 질문과도 연결된다.



 고립된 삶에서 탈출하려 몸부림 친 여성의 죽음을 밝히다가 자궁 질환에 대한 이야기로 선회하며 여성 독자에게 좀 더 호소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시도에서 ‘아 이건 치트 키 아닌가?’ 싶다가도 그래서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비극은 어쩌면 계속 반복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시대를 뛰어넘어 끊임없이 되돌아오는 이 비극에서 어떤 여성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해주는 듯 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여성만이 진지하게 이 이야기에 초대받은 독자라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을 구체적으로 납득하기 시작할 때, 자신을 옥죄던 내부의 결박에서 풀려나 비로소 세상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다. 내 미지의 세계는 타인과 연결되는 통로가 된다. 그 통로에서 타인의 고통을 감지하는 민감한 촉수가 생성되기 시작한다. 이 통로의 존재가 선명해질수록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공통체적 감각을 살려낼 수 있게 된다.

조소연 『태어나는 말들』 (북하우스, 2024) 199쪽


 조심스러운 주제인 만큼 오래 고민하고 숙고하여 적은 듯한 문장들, 밀도 높은 생각의 조각들을 만날 수 있다. ‘말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해 입을 여는 책의 초반부는 정말 숨이 막힐 듯 했다. 책은 마치 다시 태어난 자가 숨을 되찾는 과정 같았다. 몸과 마음을 짓누르는 침묵 속에 호흡마저 잃을 뻔한 신체가 한계까지 참은 숨을 뱉는다. 처음은 폭발할 듯 거칠게 몰아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숨은 잠잠해지고 자연스러운 리듬을 되찾는다. 몸은 자연의 흐름에 맞게 자기의 자리를 되찾는다. 고통을 비우고 태어난 신체는 비로소 타인과 진정으로 소통할 준비를 마친다.



질문을 멈추지 않는 동안 살아 있게 된다. 질문함으로써 죽음을 유보한다.

조소연 『태어나는 말들』 (북하우스, 2024) 218쪽


자신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속에 자리한 무수한 타자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타인의 슬픔은 가닿지 못할 영원한 불모의 땅이 될 것이기에.

조소연 『태어나는 말들』 (북하우스, 2024) 259쪽


 1부은 어머니의 죽음과 연관된 의문과 억압된 여성의 삶, 고립되기 쉬운 여성의 상황과 환경을 돌아본다. 2부는 자궁을 중심으로 고통의 여정을 좀 더 깊숙이 따라가며 저자도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자신의 상처를 발굴해 나간다. 3부에서는 고통을 마주하는 글쓰기가 가져온 변화와 회복의 과정, 나아가 다른 상처와도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보인다.



 질문을 이어가고자 책 속에서 파묻혀 있는 듯 했던 글쓴이는 3장에서 돌연 바다 앞에 선다. 갑작스러운 배경 전환. 어두운 미궁에서 함께 그의 뒤를 종종 따라 걷던 독자도 함께 몰아치는 바람과 파도 앞에 선다. 어머니가 자신을 추방한 모성의 세계는 산으로 상징되고 책의 후반부에 저자가 다시 태어남을 경험하는 공간은 바다로 상징된다. 이 대비가 극적이다. 긴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좋은 장소인 것 같다.




  현대 의학과 대체 의학을 통합한 관점에서 여성 질환을 연구한 크리스티안 노스럽을 인용하며 난소 왼쪽을 설명한 부분은 조금 납득하기 어려웠다. 여성주의적 시각을 반영했다는 책을 읽다 보면 유달리 ‘대안’, ‘대체’, ‘해체’ 등을 개념을 적극 포섭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는데 이것을 ‘모성적’ 포용의 실천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가부장적인 주류 시스템 바깥을 탐구하고 새로이 개척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리송하다.



  가끔 정말로 사이비처럼 보이는 이상한 주장을 옹호하는 책들을 만나게 되면 당황스럽다. 이것 역시 내가 주류의 사고방식에 오염된(?) 시각으로 판단하기 때문일까? 고정관념을 전복하려는 다양한 시도와 해석은 환영하지만―이런 단서를 다는 것에서부터 망한 변명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주류를 벗어났다는 특성 하나만으로 주목하고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에는 왠지 거리를 두게 된다.





 글이 새로 시작하는 제목 페이지 하단에 다음에 이어질 글을 예고하는 키워드가 실려있다. 단어의 뜻은 사전적 의미나 어원을 살필 때도 있지만 대부분 저자가 글쓰기 여정에서 발견한 의미로 다시 쓰인다. 깊은 사유의 바다에서 퍼올려 말리고 정갈하게 다듬은 정의가 『태어나는 말들』 이라는 제목의 책에 어울리는 구성 요소라고 생각했다. 



 이야기 중간에 등장하는 인용들이 꽤나 적절해서 책을 읽다 말고 당장 인용된 책을 먼저 찾아 읽고픈 충동도 들었다. 편집자이자 오랜 기간 작가를 꿈꿨던 저자가 수집한 문장들이 적재적소에 자리 잡고 있다. 인용한 책 목록이 맨 뒤에 참고 자료로 잘 정리되어 있는 점도 섬세하게 느껴져 좋았다. 어쩐지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용기 내어 글을 쓰고 싶어지는 책이다. 비밀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싶어지는 책이다.




추천하고픈 사람

‘말할 수 없는 죽음’으로 여전히 침묵 안에 있는 자살생존자(자살자의 유가족)

자궁 질환으로 고통 받은 여성을 아는 사람

오래된 상처를 정리하고 싶지만 막막한 사람

죽음에 대한 생각에 오래 사로잡힌 적 있는 사람

욕망에 솔직한 여성을 마주하면 당황하는 사람

제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치유로 나아가는 글쓰기를 실험 중인 모든 글 쓰는 사람들

참사의 희생자를 조롱하는 인간을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사람

여성의 내재된 고통과 공포, 억압이 역사를 깊이 이해하고픈 남성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 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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