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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렌초의시종 > 창힐의 향연-한겨레-

창힐의 향연 다케다 마사야著 서은숙譯 이산刊
 
남의 ‘문자’가 커보인다?

●서양인, 한자의 표의성에 매혹
 유토피아 문자로 추측할 정도
 중국인은 쉬운 알파벳에 경이

 과연 실제 존재했던 인물인지 신화 속 인물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중국인들의 글자인 ‘한자’를 처음 만든 이는 창힐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의 초상을 보면 창힐은 눈이 4개였던 네눈박이였다. 일설에는 한자란 창힐이 새 등의 짐승 발자국을 보고 창안한 글자라고 하고, 다른 편에서는 주역의 팔괘나 줄을 꼬아 표시를 하는 결승에서 한자가 유래했다고도 한다.

 그 기원이 어떻든, 중국인들은 한자가 발명된 이후 한자에 유배되어 왔다. 글자 하나하나가 뜻을 가지는 표의문자는 축복인 동시에 억압이었던 것이다. 그 뜻만 알면 오류 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자는 뛰어났지만, 최소 수천자는 외워야 기본 소통이 되는 탓에 사용자들에게는 보통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한자를 만든 네눈박이 창힐 같은 위대한 신화적 존재라면 몰라도 평범한 두눈박이 보통 사람들은 한자를 능란하게 다루기 버거웠고, 이후 수천년 동안 엄청난 고생을 강요당했다. 일본 홋카이도 대학 교수인 다케다 마사야의 책 〈창힐의 향연〉은 이 한자라는 유산을 놓고 중국인들이 펼쳐왔던 애증의 드라마를 다룬 책이다. 한자의 폐단을 놓고 중국에서 면면히 이어져온 ‘한자회의파’의 전통과 한자 개조의 노력, 그리고 이 독특한 문자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다루면서 인간과 문자의 관계가 빚어낸 풍경을 유쾌한 역사의 막간극을 보여주듯 서술하고 있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중국과 서양이 서로의 문자에 보인 관심에 대해서다. 서양인들은 정작 중국인들은 가장 난감해했던 한자의 특성인 ‘표의성’에 매혹됐다. 글자만 알면 뜻을 소통할 수 있는 한자를 바벨탑이 무너진 뒤 사람들의 언어가 다양해지면서 사라진 태초의 언어, 곧 ‘아담의 언어’에 필적하는 언어로 본 것이다. 또한 음의 높낮이가 있는 중국어 특유의 ‘성조’도 그들에겐 관심사였다. 한자야말로 유토피아의 문자로 추측할 정도였다.

 반면 중국인들은 선교사들이 전해준 라틴 알파벳의 편리함에 경이로워했다. 지역에 따라 발음이 바뀌는 중국어의 근본적 문제를 극복하고 있는 놀라운 문자를 본 것이다. 서양 표음문자를 동경한 중국인들은 이후 수많은 문자 개조 시도에 나섰다. 바로 ‘두눈박이 창힐’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런 문자개혁의 결정판이 바로 20세기 새롭게 바뀐 지금 중국의 ‘한어병음’ 방안이다. 마오쩌둥의 교시에 따라 복잡한 글꼴을 간결하게 바꾸고 라틴 자모를 이용해 표음방식을 연구해 만들어낸 이 한어병음방안도 그 종착역은 아닐 것이다. 한자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한자문화권 주변 국가들 역시 이처럼 계속되는 ‘한자의 향연’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인간에게 없는 창힐의 두 눈은 과연 무엇을 보았을까, 그리고, 그에 맞서는 두눈박이 창힐들은 이제 무엇을 보려 하는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편집 2005.01.14(금) 18:24

http://books.hani.co.kr/section-009100003/2005/01/0091000032005011418242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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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존 버거 지음, 김우룡 옮김 / 열화당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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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카피라는 말처럼, 이 책은 다양한 인물들의 사진에 담긴 모습들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을 이야기합니다. 처음에는 사진이 함께 실려 있지 않아서 의아하기도 하고, 책을 읽어나가면서는 사진들이 궁금해지기도 했답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사실 사진이 없어서 이들의 모습을 더 자유스럽게 상상할 수도 있으니까, 뭐 일종의 여백이라는 느낌일까요. 아무튼 설명에서처럼 이 책은 명사부터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작가는 치우침 없이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소개합니다. 이 책이 특별히 마음에 남는 것도 아마 모두를 친구이자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아주 작은 부분까지 세세하게 속삭여주는 듯한 그런 따뜻함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속독하는 버릇이 있고, 이 책은 서점에서 서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버렸지만, 비슷한 종류의 다른 책들과 다르게 이 책은 사서 다시 몇 번이고 천천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번역가분의 다른 책들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말의 세심한 결들이 잘 살아나는 느낌이어서 번역도 굉장히 만족스러웠구요. 아무튼 글에서밖에 만나볼 길 없지만, '행운아'나 '제7의 인간'에서부터, 역시 존 버거는 저를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라는 걸 다시 확인해서 참 기쁩니다. 자신을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보잘 것 없는 사람으로 한없이 낮출 수 있어서 계속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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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미술 Art & Ideas 8
토니 고드프리 지음, 전혜숙 옮김 / 한길아트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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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Concertual Art Tony Godfrey)을 처음 알라딘에서 주문하면서  반가운 마음에 들떠있었던 기억이 난다.  온갖 미술이론서 가운데, 특히 현대미술, 그 가운데서도 개념미술만큼 다루기 어려운 분야가 또 있을까 싶다. 더구나 학문적인 글쓰기가 되지 않고서는 좀체로 독자들의 이해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조형예술 영역(혹은 범주)를 넘나드는 모습이 참으로 방사적인 개념미술부분이 토니 고드프리 나름의 체계로 다뤄져있어서 얼마나 반가왔는지 모른다.

  비교적 어려운 분야로 여겨질 뿐만아니라,  온 문화예술 쟝르를 포괄하는 개념미술의 미학원리가 나름대로 쉽게 다루어져 있어서 2~3개월 주목하여 계속 궁리하며 읽어볼만했다.  모름지기 쉽게 쓰여지고, 쉽게 읽히는 책이 좋은 책이 아닐까?  대부분의 미술서적은 그림이 많아서 쉽게 보이거나 사전처럼 단순한 나열에 그쳐서 학문적 깊이를 의심케하기도 한다.  글쓰는 체계가 제 아무리 잘 잡혀있고 주요인물, 연표, 도판, 찾아보기 등에 자료의 집적이 충실하다할지라도 내용을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위함이 아니라면 무슨 소용일 것인가. 그런데 이 책은 쉽게 다뤄져 있다.  이 책에서는 Chapter마다 서두에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한 노래가사와 미학적 연구서의 일부분을 인용한다. 물론 예술가들의 행위, 설치, 회화와 조형예술 이외의 개념미술 소품들이 사진으로 곳곳에 삽입되고 짧은 설명이 되어있다.

    생활 속에 영향끼친 개념미술의 인과관계가 드러나서 관심가진 독자에게는 더없는 기쁨을 준다.     살아오면서 혹은 살아가면서 현대( 20세기) 사회상, 특히 시각, 조형예술과 그 미학원리에 관심 갖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더러는 반가운 락, 팝 음악의 노래가사와 현대미학에 영향을 미친 프로이트, R. D. 랭, 비트겐슈타인, 푸코, 롤랑 바르트 등의 저술의 몇줄이 인용되어있어서 관심을 환기한다.  궁극적으로 생활 속에서 늘 접했던 조형물, 디자인, 환경컨셉등이 20세기 중반의 다양한 예술쟝르에서 비롯하였으며 예술가 개인의 감성, 관념에 따른 표현양식을 반영하고 있었음을 발견한 사람들은 행운을 잡은 셈일 것이다.

『개념미술』은 삶의 현장에도 다가가고, 거리, 미술관, 텔레비젼, 책, 음반 속에도 다가가는 예술가들의 사유와 표현의 한계를 폭발적으로 확장한다.    『개념미술』은 시각예술이 사진과 영화, 텔레비젼에 밀려 닫아진 공간(미술관)에 감금 혹은 소외되는 한계를 확인하고, 그러한 경계를 파기하는 다양한 작가들(코수스, 르윗, 뒤샹,  만초니, 라우센버그, 브루스 나우먼, 로버트 스미드슨, 이브 클랭, 존 발데사리, 드 쿠닝, 맨 레이, 브루데어스, 로즈마리 트로켈, 로타르 바움가르텐 등)의 작업들을 만나는 공간을 열어준다.

 

나는 미술사 세미나에서 지난 몇 주간 이 책을 보았지만, 또 다시 기회가 된다면 찬찬히 음미하면서 다시한번 보고, 읽고, 인용된 노래가사를 들으며 참고서적으로 좋을 미학원리를 인용한 글 본래의 책도 읽어보고싶다.

좋은 책을 번역, 출판, 배송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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