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과 사상 24 - 대한민국 우익의 수사학
강준만 지음 / 개마고원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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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물과 사상'이 나온 이후부터 지금껏 한 권도 빼놓지 않고 읽은 독자이다. 이번에 주문한 8권의 책 중에서도 이 '인물과 사상 24'부터 책 상자에서 빼내어 들었다.강준만은 책 머리글에서 스스로 '분노의 글쓰기'를 넘어 차분한 탐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따라서, 그간 이 '인물과 사상'이라는 공간을 통해 강준만 특유의 독설을 접하며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나를 포함한 여러 독자들은 이번 호에서는 아쉽게도 그런 재미가 다소 반감된 것을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우선 그가 타겟으로 삼은 '우익 인사들'의 면면을 보자. 조갑제, 지만원, 허화평 등. 이들은 극우와 우익의 차이를 구분할 줄 아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비판 가능한 범주에 놓인 인사들이다. 물론 머릿속으로 비판하는 것과, 탄탄한 논리적 근거를 갖춘 실제적인 비판은 다르다. 또, 그 차이가 바로 강준만의 미덕이기도 하다.

다만, 나는 이제 강준만의 독자들이라면 그런 이들의 논거를 방어할만한 자기논리는 충분히 확보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강준만은 한국인 다수가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한 극우논리에 좌우되고 있다는 답답함에서 상식적인 자기주장의 반복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이제 어느 정도의 '방향 조절'은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즉, 나는 앞으로, 강준만이 정상적인 우파와 정상적인 좌파의 논쟁이 맞부딪히는 지점에 있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강준만이 그 지점에서 상식적 우파의 이데올로기를 계속 생산해내고, 또 그 반대편에서 진중권, 김규항과 같은 상식적 좌파들이 강준만의 주장과 지속적으로 충돌하며, 이 양 축이 사회적 의제설정의 리더 역할을 해준다면, 지금껏 강준만이 강조해온 극우적 멘탈리티의 극복은 더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이번호에서 손호철에 대한 강준만의 비판은 유의미했다고 본다.

이번 호에 별 다섯개를 달지 않고, 네 개만 단 이유는, 위에서 제기한 개인적인 아쉬움도 있겠지만, 최보은의 박근혜 지지론에 쏟아진 비판의 생산성을 보지 않은 채 그 비판들을 '원칙만 강조하는 불성실'로 몰아간, 동의할 수 없는 강준만의 생각 때문이었다. 오히려 그러한 비판은 정치 주체로서의 여성을 사회ㆍ정치적 젠더가 아닌, 생물학적 성의 여성으로 오도한 최보은에게 돌아가야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이런저런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한국사회에서 강준만의 의미는 소중하다. 그의 계속된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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