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링 짐 ㅣ 매드 픽션 클럽
크리스티안 뫼르크 지음, 유향란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은 대개 영미산과 일본산으로 나뉜다.
개인적으로 일본 추리 소설의 매력은 쉽게 읽히고, 흐름을 빠르게 타고, 감정이입을 강하게 유도하는 거라고 본다. 반면 트릭을 이용하는 본격추리소설은 지나치게 기교적인 면이 있고(정말 이런 식의 살인이 있어??) 사회파 소설은 너무 설교를 해대는 (특히나 가해자의 인권을 반대하는 쪽으로)경향이 있다. 어느 경우든 화자나 목격자, 범인 등이 살아 숨쉬는 인간이라기보단 스테레오 타입의 느낌이 강하다.
그에 반해 영미권 소설은 캐릭터 등에 더 현실적인 느낌이 살아있지만, 지나치게 잔인하고, 몰입이 어려운 문체가 특징이다.
'달링 짐'은 이런 구분에서 조금 벗어난 소설이다. 아일랜드 떠돌이 이야기꾼의 전통을 배경으로 한 옴므 파탈인 짐을 중심으로 사건이 벌어진다. 아일랜드 구석진 마을에 짐이라는 매력적인 떠돌이 이야기꾼이 나타난다. 세 자매는 그가 연쇄살인범이란 걸 알게 되어 적의를 품는다. 그러자 짐이 그들의 이모이자 후견인과 결혼하고, 자매에게 폭력적인 경고를 보낸다. 결국 그들은 짐을 살해하고, 이모는 그 복수로 세 자매를 감금 살해하려하다, 그들의 저항에 부딪혀 결국 다 같이 죽는다.
이정도로 요약 가능한 스토리는 그러나 짐의 이야기와 자매의 감정이 맞물리면서 더 풍성한 결을 갖게된다. 아일랜드 시골이 배경이고, 극도로 폭력적인 이야기는 아니어선지, 사망자가 적지 않음에도 어딘가 지역뉴스 같은 느낌도 신선하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모의 이야기가 없다는 점. 다른 세 자매가 비망록의 형태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그 와중에 이런저런 형태로 짐의 캐릭터가 풍성하게 드러난데 반해, 이모는 끝까지 최악의 사이코로만 남았다. 다만 악 그 자체인 악역도 아니고, 연쇄살인범 그루피에 욕구불만 히스테리 정도로만 기억될 이모 캐릭터가 세 자매와 팽팽한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작품 전체를 가볍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