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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료전쟁 ㅣ 가일스 밀턴 시리즈 1
가일스 밀턴 지음, 손원재 옮김 / 생각의나무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아무리 흥미 진진한 소재, 좋은 자료를 산처럼 가지고 있다 해도 누구나 "인 콜드 블러드"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상식적인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쓰인 책 같다.
향료 전쟁은 중세 서양인들의 향료에 대한 탐욕과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사실은 본인들의 부귀영화를 위해) 망망대해에 배를 띄운 선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향료 를 손에 넣기 위한 각국의 노력과 장기적인 물리적 마찰은 충분히 전쟁이라 불릴 만하다.
먼 바다를 항해하는 거친 사나이들의 욕망, 그 사이에서 생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으면서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 향료를 둘러싼 갈등 속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지속된 영국과 네덜란드의 신경전 등
하나하나가 흥미를 자극하는 소재들임에도, 전체를 읽고나면 기억나는 대목이 별로 없다는 희안한 책이다.
영어 원제가 나다니엘의 넛맥인데, 나다니엘은 네덜란드에 맞서 런섬에서 영국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다 죽은 나름 영웅이지만, 그의 삶과 투쟁이 전체 내용에서 중심이 된다거나 중심을 잡아준다거나 하는 기능은 전혀 없다.
대체 제목을 왜 그렇게 지었을까? 나다니엘 파트를 읽었을 때의 허망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 책의 부가적 장점은 대부분 잘 몰랐던 향료 전쟁에 대한 약간의 지식과 대체 왜 영국이 헤게모니 국가였을 때 이에 경쟁하던 국가가 우리가 잘 알던 프랑스나 에스파냐가 아니라 네덜란드였는지를 알게 해준다는 것 정도.
영국의 동인도 회사 문건을 중심으로 기술했기 때문에 심하게 영국 편향적인 것은 상당히 거슬리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