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린 드 메디치 - 검은 베일 속의 백합
장 오리외 지음, 이재형 옮김 / 들녘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어떤 사람의 일생을 그려본다는 것을 어떤 일일까? 

그 사람의 행적, 사료, 편지 기타 등등 남아있는 자료를 몽땅 모아 당시 그 사람이 처한 상황, 했을 법한 생각, 어찌하지 못할 어려움, 때론 장고 끝의 악수까지도 유추해 보는 것.  

한 사람의 전 생애를 보는 것은 어쩌면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른 의미로 평전을 쓰는 작가는 반드시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그 사람의 고통과 실수를 애정어린 그렇지만 냉정한 눈으로 전체 역사의 관점에서 고찰하는 시야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팬이 아닌 독자라면 그 사람에 대한 변호나 투정이 아니라 지식과 정보 그리고 통찰을 원한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좋은 평전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책은 카트린 드 메디치에 대해 흔히 가질 수 있는 편견, 마치 문정왕후처럼 자식들 위에서 태후로 군림하며, 국정을 농단하고, 생각이 편협하여 타협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왕권에 커다란 손실을 입힌 여자라는 편견에 대한 변론이다. 

사실 그녀는 마키아벨리를 공부한 메디치가 출신이고, 폭력을 극도로 혐오했으며, 왕권의 붕괴를 온몸으로 막아낸 여전사이자, 어머니라는 것이다.  

기존에 카트린이 가진 극단적인 이미지에 대면, 그녀가 어떤 적과도 협상과 타협을 주저하지 않았던 정치가란 사실을 환기시키는 것도 나쁘진 않다. 

그러나 저자는 카트린에 대한 과도한 애정으로 그녀의 비이성적 행동이나 명백한 실수를 하냥 감싸주려고만 한다. 관점이 너무나 치우쳐져 있어서 그녀가 정권을 잡은 중반 이후에는 읽기가 몹시 불편한 지경이다. 자식들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탁월한 정치가인 카트린이 무능한 자식들의 철없는 행동과 여기저기서 우후죽순 일어나는 반역적 세력들을 견디며 왕권을 지키는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읽기는 몹시 지루하고 힘겹다. 

서술상의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위기와 그에 닥친 영웅적 용기와 협상 능력을 말로만 설명하고 정확히 어떻게 영웅적이었는지가 안나온다. 또, 카트린의 세 아들과 노스트라다무스의 설화적 만남-심지어 카페 왕조를 끝내고 부르봉 왕조를 여는 앙리 4세에 대한 예언 -을 아무런 태그나 설명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삽입한다. 이건 정말 진짜일까? 이런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얘기 뒤에 아무런 차이도 두지 않고 바로 삽입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비상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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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8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생강차 2017-02-08 12:07   좋아요 0 | URL
저 진짜 가끔 쓰고 불성실한데 ㅠ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해요~ 복 받으실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