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한정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배경 묘사가 너무 아름다운 소설. 습지는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묘사가 아주 세밀해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카야. 카야의 외로움. 누구에게라도 말을 걸고 싶어 필명으로 시를 썼던 그녀. 테이트와의 사랑보다 점핑과 메이블과의 이야기가 더 따뜻했다. 마지막으로 반전까지 완벽한 이야기. 오래 기억하고 다시 읽게 될 것 같다.

점핑은 카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다른 시간 다른 장소였다면 늙은 흑인과 젊은 백인 여자는 포옹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장소, 그 시간에는안 될 말이었다. 카야는 양손으로 점핑의 손을 꼭 감싸 쥐었다가 돌아서 떠났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 점핑의 모습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카야는 그 후로도 점핑의 가게에서 연료와 생필품을 샀지만 다시는구호 물품을 받지 않았다. 점핑의 부두를 찾을 때마다 카야는 훤히 잘 보이는 창가에 자랑스럽게 자기 책이 놓여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아버지가딸의 책을 자랑하듯이.
- P377

어맨다 해밀턴은 카야였다. 카야가 그 시인이었다.
테이트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얼굴을 찌푸렸다. 그 오랜 세월 카야는 녹슨 우체통에 시를 넣고 지역 출판사에 투고했던 것이다. 필명을 앞세웠기 때문에 안전했을 것이다. 아마 손을 뻗어 다가가려는 몸짓, 갈매기들이 아닌 누군가에게 그녀의 감정을 표현하는 길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말들에 어딘가 갈 곳을 찾아주려고,
- P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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