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스치는 바람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38
하지만 시간은 언제나 너무 늦게 오거나 아니면 너무 빨리 온다. 우리는 언제나 너무 빨리 만난 사랑 때문에, 너무 오래 만나지 못한 사람 때문에, 그리고 너무 늦게 알아버린 진실 때문에 아파한다.

p.170
그렇다. 시는 총알을 막지 못하고 문장은 전투를 중단시키지 못한다. 어쩌면 시란 할 수 있는 것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공허한 시 한 편이 이 광기의 시대에 무슨 소용인가? 동주는 자신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지만 믿고 싶었다. 전쟁의 광기가 언어를 압살해도 그 야만성을 증거할 수단은결국 언어밖에 없다는 것을. 가장 순결한 언어만이 가장 참혹한 시대를 증언할 수 있다는 것을.

p.199
그 말은 한 나라의 언어가 단순히 의미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한 민족의 역사를 담은 헌장이며 한 인간의 영혼을 담는 그릇이라는 선언이었다.

p.260
"그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야. 거짓과 더러움과 악으로 가득한 모순이 우리 삶을 떠받치고 있어. 모순은 거짓이 아니라 진실을 강화하는 방식이야.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 때문에 인간은 죄에서 벗어났지.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는 괴로우면서도 행복할 수 있었던 거야."

p.315
"우리는 살아가야 해. 살아남아야 이 전쟁이 끝나는 것을 볼 수 있고 더러운 시대에 침을 뱉을 수 있어. 살아남는 게 승리하는 거야. 시체는 결코 만세를 부를 수 없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