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트리만과 - 2025 아르코 제작지원 선정작
김병호 지음 / 세종마루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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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세종마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나와 트리만과』는 존재론이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일상의 언어와 비유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철학 SF 소설이었습니다. 삼중가닥 DNA, 인간 이후의 존재 같은 낯선 개념들이 등장하지만, 이야기는 결국 ‘나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수렴됩니다.



🧬추상에서 구체로,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


1장은 추상적인 이야기들이 의식의 흐름처럼 이어집니다. 다만 대화체로 쓰여 있어 철학 서적처럼 버거운 느낌보다는, 생각 많은 친구와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누가 누구와 이야기하는 것인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대화들이 계속되는데, 2장에 들어서 그 대화의 주체와 상황이 하나둘 드러나면서부터 서사가 한층 더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앞서 보았던 추상적인 문장들이 뒤늦게 제자리를 찾아가며,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이야기가 단단해지는 과정이 인상 깊었습니다.



🧬철학을 씌운 SF, 삶을 다시 묻다


이 소설이 좋았던 점은 철학적 개념을 어려운 용어로 강의하듯 설명하기보다, 인물들의 감정과 선택, 관계를 통해 천천히 체험하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책을 덮고 나면 존재란 무엇인지, 의식과 몸은 어디까지 하나인지 같은 질문을 거창한 논의가 아니라 내 일상과 연결해 곱씹어 보게 됩니다. 결국 삶과 그 삶을 사는 방식에는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기만의 해답과 과정을 찾아가는 일이 의미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SF를 좋아하는 독자뿐 아니라, 철학과 인문학을 읽으며 사색을 즐기는 분들에게도 매력적인 소설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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