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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평점 :

시카모어 섬. 이름만큼이나 조용하고 이국적으로 들리지만, 이곳은 더 이상 젊음이 축복이 아닌 곳입니다. 서서히 붕괴되는 사회, 빠르게 불어나는 노년층 속에서 어린이와 젊은이들은 보호 받는 존재가 아니라 보살핌의 책임을 짊어진 이들로 살아갑니다. 손원평 작가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위태로운 현실을 낯설지만 손에 잡힐 듯한 미래로 옮깁니다. 『멋진 신세계』의 계급 구조를 닮은 ‘유닛’은 자본주의적 질서 아래서 인간의 삶이 숫자로 측정되고 계급이 고착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그 속에서 빈부 격차와 혐오, 소외와 불신의 감각이 뾰족하게 밀려옵니다.
📚노인이 넘치는 땅에서 젊다는 의미
『젊음의 나라』는 주인공 나라가 써 내려가는 일기 형식으로 진행되어, 독자가 자연스럽게 나라의 내면으로 스며들게 만듭니다. 이민자 문제, 세대 간의 갈등, 외로움과 두려움이 이 일기 속에서 잔잔하게 일렁입니다. 주인공의 기록을 통해 우리는 자연스럽게 현재 한국 사회의 고령화, 이민자 정책, 그리고 빈부 격차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이야기가 마치 개인의 고백 같아서, 주어진 사회 문제 역시 낯설지 않게 와닿습니다.
이 소설은 미래의 어딘가, 혹은 우리 곁 바로 옆에서 일어날 법한 일을 그립니다. 유닛을 차례로 내려오며 점점 굳어지는 계급의 장벽을 씁쓸하게 마주하는 나라. 여기서 나라가 맞닥뜨릴 운명은 무엇일까? 한 사람의 일기장에만 남을 법한 희망과 절망이 독자를 시종일관 긴장케 합니다.
📚차가운 세계를 껴안는 따뜻한 질문
이 소설은 해답보단 질문을 남깁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커지는 노인 혐오, 갈수록 좁아지는 청년의 자리, 익숙해져버린 불평등과 자본주의의 질서가 이 책 속에서는 거울처럼 선명하게 비춰집니다. 손원평 작가의 섬세하면서 날카로운 시선이 독자로 하여금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를 다시 들여다보게 합니다. 유닛에서 펼쳐지는 계급구조와 자본주의적 삶의 양극화는 단순한 미래 상상이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 곁에 닥친 현실일 수 있습니다.
『젊음의 나라』는 냉정한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속에서 웃음과 연민이 교차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습니다. 주인공의 일기에 녹아든 불안과 질문,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작은 용기가 따뜻한 여운으로 남습니다. 청소년 소설 『아몬드』를 썼던 손원평 작가가 이런 묵직한 SF 소설로 돌아온 것도 신선했습니다. 읽다 보면 스스로와 사회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질, 조용한 울림이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 본 서평은 다즐링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