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보이즈 창비청소년문학 138
정보훈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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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히트 드라마 작가의 첫 소설이라니. 달리는 소년들의 이야기라니. 여름과 꿈과 청춘이라니. 읽지 않고 베길 수 있을까요?


정식 출간 전, 창비 스페셜 서평단으로서 이 소설을 먼저 읽어볼 수 있었다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더욱이 작가님의 손편지까지 함께 받으니 한 명의 소중한 독자가 된 기분이 가득했어요.

“처음에는 ‘어디서’ ‘왜’ 달리는지 고민했다가 결국에는 ‘누구와 함께’ 달리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 정보훈 작가의 편지에서)



🏃시놉시스처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줄거리


어렸을 적 엄마의 얼굴 기억조차 없이 자란 희재. 그마저도 열여덟 살에 유일한 가족이었던 아빠마저 잃게 됩니다. 아빠의 오랜 친구이자 지금은 서울 무진고의 체육선생인 도철. 그의 손을 잡고 전학 온 희재 앞에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집니다. 달리기에 재능이 있던 아빠의 피를 이어받았기에, 희재는 육상부에 들어가 달리기를 계속하고자 하죠. 하지만 무진고 남자 육상부는 해체 위기. 계주에 출전하기 위해선 4명의 부원을 꾸려야 하고, 운동장은 이미 학교 대표 일진들에게 점령당한 상태입니다. 과연 희재는 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달릴 수 있을까요? 해체 위기의 육상부와, 상처와 꿈을 안고 서울에 온 한 소년의 여름. 그 시작점에서 우리는 어떤 성장과 우정을 마주하게 될까요?



🏃매력적인 캐릭터, 입체적인 서사


소설 곳곳에는 캐릭터들의 서사가 살아 숨쉽니다. 희재의 첫사랑이자 육상부 코치 도철의 딸, 여자 고등부 전국 1등 진주. 희재는 진주를 오랜 시간 좋아한 만큼 진주의 슬럼프까지도 누구보다 잘 알아주는 존재입니다. 쌍둥이 남매인 진우 역시 함께 달리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죠. 진우는 아빠 도철에게 인정받고 싶지만, 말로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 서툽니다.


그리고 진우의 절친이자 한때 라이벌이었던 효진. 도망가듯이 갑작스레 육상을 그만둔 효진의 선택에는, 사실 진우를 위한 숨겨진 사연이 숨어 있습니다.


해체 위기를 넘기기 위해 희재가 선택한 것은 모두가 주목하는 야구부의 에이스가 아닌, 만년 대주자였던 도루왕 정민. 자신을 필요로 해주는 이를 처음 만난 정민이 기꺼이 팀에 합류하면서, 비로소 ‘시티 보이즈’ 육상부가 완성됩니다.


그리고 이들을 든든히 받쳐주는 도철 코치. 학생들에겐 사이코라고 불릴 만큼 냉철하지만 사실 누구보다 따뜻한 어른. 소년들의 성장 곁에서 묵묵히, 또 때로는 강단 있게 길을 제시합니다. 소설 말미에서 아들 진우에게 건네는 말은 그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져 큰 울림을 줍니다.



🏃마치 드라마처럼 생생한 연출, 영상처럼 펼쳐지는 이야기


『응답하라 1997』,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통해 검증된 정보훈 작가의 강점이 드라마틱한 장면 연출과 대사에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중간중간 삽입된 희곡 형식의 시나리오 파트는 처음엔 낯설었으나, 곧 인물들의 감정 변화와 사건의 전개를 한 번 더 클로즈업해주는 효과가 크더라고요. 플래시백, 페이드아웃 등 시나리오 기법 덕분에 종이 위의 인물들이 실제로 살아 움직이며,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머릿속에 영상이 그려집니다. 그래서인지, 작중 임팩트 있는 장면 한 컷 한 컷이 또렷하게 마음에 남습니다.



🏃쉽지 않은 인생, 그러나 함께 달리며 어른이 되어가는 소년들


"뭣보다 괜찮은 척 센 척하지마. 같잖으니까. 우리 이제 겨우 열여덟이잖아. 그러니까 안 괜찮아 해도 돼, 뭐든."

"약점을 감추는 게 아니라 장점을 살리는 거지."


이런 다정하고 단단한 문장들이 곳곳에 박혀 있어, 한참을 곱씹게 됩니다. 소설은 단순히 경쟁에서 1등을 다투는 육상부의 이야기가 아니라, 각자의 약점과 아픔을 어떻게 품고, 친구들과 함께 성장하며 자기 삶의 기록을 깰 수 있는가를 묻는 이야기입니다. 계주라는 종목이 그렇듯, 인생과 성장 역시 혼자가 아니라 함께임을 일깨워 주죠.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이기에 더 크게 다가오는 이야기


달리기, 청춘, 성장. 낯설지 않은 소재임에도 『시티 보이즈』는 인물 간의 관계와 서사, 그리고 드라마틱한 장면의 힘으로 특별한 감동을 줍니다. 순간순간 숨이 막히도록 긴장되고, 이따금 짠하고, 자주 미소 짓게 됩니다. 어쩌면 어른이 된 우리가 놓치고 사는 함께의 힘과,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니까요.


한 청춘들의 달리기가 이렇게 따뜻하게 제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누구와 함께 달리고 있는지, 그리고 지금 내 곁에는 어떤 응원과 감동이 있는지,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생각하게 됩니다. 더운 여름, 청량한『시티 보이즈』를 반드시 만나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 본 서평은 창비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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