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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학과 분석철학 - 후설, 하이데거, 사르트르, 메를로-퐁티, 무어, 러셀, 카르납, 비트겐슈타인 ㅣ 知의 총서 4
박이문 지음 / 지와사랑 / 2007년 10월
평점 :
현상학에서 현상이라는 말은 의식이나 그 의식의 물질적 대상만을 따로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의식의 물질적 혹은 비물질적인 대상이 의식과의 관계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경험을 가리킨다. 그런데 현상학에서 말하는 현상, 즉 경험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경험과는 달리 의식과 그 대상과의 가장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관계를 가리킨다.
현상학의 목적은 어떤 존재, 어떤 대상의 본질을 발견하는 것인데, 그 목적은 궁극적으로는 존재의 본질을 보는 데 있다. 그런가 하면 분석철학의 입장에서 볼 때 철학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혹은 그 밖의 목적을 위해서 사용된 언어의 의미를 분명히 이해하는 일인데, 그것은 결국 넓은 의미로서의 논리적 작업이다.
실존은 인간적 존재, 즉 인간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실존주의는 인간에 대한 이론, 즉 인간학이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개념은 막연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동물학적ㆍ생물학적ㆍ심리학적ㆍ화학적 혹은 물리적인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입자에서 본 인간과 구별해서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자율적 인간을 가리켜 실존이라 부른다. 그래서 실존의 과학적으로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서 설명될 수 있는 객관적인 대상으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체험하는 살아 있는 인간을 가리킨다. 인간이라는 앎의 대상이 구체적이고 체험하는 주체로서 파악되었을 때 실존주의적 인간학은 현상학과 필연적인 관계를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현상학과 분석철학의 근본적인 차이점의 하나는, 철학적 앎이 전자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라고 믿는 데 반해서 후자는 언어에 대한 명석한 이해라고 믿는 데 있다. 이와 같은 존재와 언어의 대립관계는 현상학과 분석철학이 다같이 삶이란 것을 두고 얘기할 때도 나타난다. 현상학이 삶의 세계를 말하는 데 반해서 분석철학은 삶의 양식을 이야기한다. 다시 말하자면 삶을 현상학은 존재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분석철학은 그것의 언어화된 차원에서 각기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덧붙임 : 후설을 읽기 위해 현상학 입문서로 이 책을 읽었다. 나의 개인적 논점이 현상학에서 파생된 실존주의라 후설, 하이데거, 사르트르를 집중적으로 보았다. 그런 이유로 분석철학은 논점에서 벗어났으니 그에 따른 연구자들(무어, 러셀, 카르납, 비트겐슈타인)은 집중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분석철학은 다음 기회에 깊이 읽어야 할 것 같다.
메를로 퐁티가 후설 현상학의 가장 근접한 연구자라고 해도 내 성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느껴졌다. 그에 반해 사르트르는 원래 관심이 있었으므로 해당 부분을 복습하듯 가장 집중적으로 흥미롭게 읽었다. 앞으로 사르트르는 쭉 읽어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