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지류가 흘러들어 하나의 본류로 합류하는 과정. 이 지난한 풍경 속에 벼려지는 삶의 행태. 그것은 진실된 마음만으로는 현재를 살아갈 없는 모든 이들의 얼굴을 닮아 있다. 굴곡진 삶의 이면을 부둥켜안음과 동시에 밀쳐 내고 싶은 욕구. 시를 쓰는 시인과 시를 읽는 독자의 마음이 엮이듯 하나의 강줄기로 모인다. 65명의 시인들의 시가 각각 2편씩 실린 시집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른다. 그리고 과거부터 수십 년간 지어올렸을 언어의 성을 바라본다. 성벽 너머의 낯선 시선. 사이사이로 비춰 드는 무수한 얼굴들. 오랫동안 잊었던 그들을 다시 기억한다. 나를 다시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