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fi 문학과지성 시인선 511
강성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는 내면의 언어이며, 내적 소리의 발화이다. 이러한 발화적 능력은 시인에게 있어 입밖으로 끄집어내는 단순함에 그치지 않는다. 시인은 타인의 세계가 자신의 '시 세계'로 맞닿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낯섦'을 '익숙함'으로 연결시키는 일종의 유기체적 요소를 제공한다. 그 드러냄과 관계의 방식은 사람들이 알고 있음에도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상적인 현상을 기반으로 한다.

일상적 공간을 무대로 삼았음에도 내면의 언어가 그 사유적 한계를 뛰어넘는 시인이 바로 강성은이다. 그녀는 '동료들이 뽑은 올해의 젊은 시인상'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는데 "과도한 수사 없이도 환상적인 공간을 그려낼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시집"을 낸 시인으로도 평가받으며 시인으로서 위치를 공고히 한다. 최근 <Lo-fi>가 시인에게 대산문학상이라는 영예를 안겨 주었다는 사실이 이를 다시 한번 뒷받침한다.

어느 시인이 신춘문예 수상자들을 보여 시어가 갇혀 있음 지적한 바가 있다. 시어가 갇혀 있다는 것은 시의 기저에 가장 중요하게 흐르는 독자와의 소통의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말한다. 그와 반대로 강성은의 시는 열린 공간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독자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녀의 언어는 특별한 기교가 없어 더욱 빛난다. 시인의 시어는 한 마리 새가 되어 훨훨 날고 있는 것이다. 여기가 어디인지는 모를 새는 생각보다 멀리, 높이 날고 있다. 어느 순간 새는 시를 읽는 독자의 곁에까지 날아온다. 비상하는 새는 화자가 되고, 독자가 되고, 시인이 되기도 하며 삼각관계의 순환 구도를 이룬다. 이 변주곡의 형식은 읽는 자의 눈, 그 깊이에 따라 무한 확장된다.

시인의 아픔은 날카로운 언어로 타인을 찌르지 않는다. 화자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평온하고, 그 뒤에 이미 뭉뚝해진 슬픔의 어조를 갖고 있다. 그래서 더 크게 다가오는 깊은 슬픔의 얼굴을 내비친다. 그것을 읽어 내는 독자에게 표현의 형식은 아름다움에 그치는 형식이 아니며, 사유적 확대라는 일깨운다. 시는 얼마나 많이 읽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읽어 내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가능성은 전적으로 독자 자신에게 달려 있다.

덧붙임 : 그녀의 시는 읽을 때마다 새롭다. 개인적으로 <Lo-fi>를 더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