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모른 채로 사랑한다는 것 - 내가 하는 사랑이 정말 사랑일까, 물음 던진 적이 있었던가.
정상윤 지음 / 달꽃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유년기의 트라우마로 인해 스스로를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저자의 매우매우 사적인 이야기인데, 읽으면서 입이 떡 벌어지는 에피소드들도 많았다. 트라우마나 공황장애 등 진짜 심리적으로 힘든 사람에게는 읽기 어려운 책이 될 것 같다. 나도 읽기 힘들어서 넘긴 부분도 있었다.

다만, 나는 정서적으로 성숙해지길 원하는 사람이고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서 이와 같은 사람들이 읽으면 책을 통해 위로를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모든 고통은 나라는 자의식이 생길 때 시작된다. 그 고통이 나쁘지만은 않다. 내가 우주에서 떨어진 개체가 아닌 일부분임을 인정하고 산다면 나는 나라는 존재를 너를 나와 같이 소중히 여길 수 있다. 나는 너를 도우며 사랑해야 한다. 우리는 결국 같으니까. 나는 너고, 너나는 나니까.

나를 사랑해야 하는 것! 우리 모두 아는 사실이고 자신을 사랑하길 원하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다. 철학에도 관심이 많아 그런지, 철학자의 말을 인용한 글이나 철학적인 글이 굉장히 많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려가는 과정의 글이 많았고, 철학적이기에 문장이 다소 복잡해보이는 단점이 있지만, 책을 읽으며 동시에 생각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글 쓸 때 말고는 사고를 치고 다녔다. 기숙사 창밖으로 뛰어내려 탈출을 한다든지, 동양인들과 무리를 지어 다니며 평소 동양인을 깔보던 친구의 신발을 기숙사 밖으로 던진다든지 하며 철없는 행동을 많이 했다. 그저 공부 잘하는 평범한 동양인으로 살기 싫었다. 그저 나 자신으로 살고 싶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소속되지 못하면 슬픔을 느낄까. 왜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없을까.

내가 걱정하던 부분을 딱 짚어줘서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사람이 왜 소속감을 느껴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못한다면, 나 혼자 세상에 떠다니는 느낌이 든다. 사실은 전혀 아닌데도 말이다. 강박적으로 나와 맞는 집단을 찾아 들어가려 애를 쓰고, 이내 이 집단은 나와 맞지 않다는 걸 깨닫고 후회하곤 한다.

 

어쩌면 인간은 이 유한함 안에서 서로가 만나 각자의 세계를 공유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사랑한다. 사랑은 두 세계, 니체가 받아들이고 사랑해라 했던 각자의 운명의 만남이며, 그것은 유한함에 대한 저항이다. 나라는 인간은 그 소중한 희망을 나의 결핍을 채우는 시간으로 탕진해왔다. 이것만큼 비겁하고 슬픈 것이 있을까.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건 정말 저자가 말하는 유한함 안에서 가장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사랑이 존재할지는 잘 모르겠다. 나의 결핍은, 누군가가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사랑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사랑보다는 소울메이트를 원하는 쪽에 더 가깝기도 하고! 내 결핍을 보여주기도 두려운 것 같다.

저자의 글은 굉장히 철학적이라, 어렵게 다가오기도 하고 더 마음깊이 다가오기도 한다. 그리고 저자가 힘들었을 상황이 글에 그대로 녹여져 있어 그 감정이 독자에게 전달되고 있다. 개인차가 있으니 트라우마의 심연에 관한 글을 읽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