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의 아이 레인보우 북클럽 3
소냐 하트넷 지음, 김은경 옮김, 김지혁 그림 / 을파소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틴은 천사들이 우리를 외면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땅을 파기 시작했는지도 몰라요." 
 
우리나라에서는 그러지 않지만 서양에서는 태어난 요일에 따라 아이의 운명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는가 봅니다. 이 책의 주인공 틴은 방랑할 운명을 타고난 목요일의 아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틴의 방랑은 좀 특별한 구석이 있습니다. 틴은 사고로 우연히 자신이 땅을 파는 재주를 타고났다는 걸 알게 되었고, 땅속에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며 방랑의 길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다른 식구들은 그런 틴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틴 바로 위의 누나이자 이 이야기의 화자인 하퍼는 누구보다 동생을 잘 이해하고 애틋하게 여깁니다. 하퍼 가족은 언제나 가난하고, 행복한 날들도 있지만 불행도 끊이지 않고 일어납니다. 집이 무너지고, 막내 동생이 사고로 죽고, 아버지 어머니는 충격에 넋이 나가고... 읽다 보면 '아, 이거 진짜 너무하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하지만 이 이야기는 똑순이 하퍼가 역경을 꿋꿋이 헤쳐 나간다...는 식으로 식상하게 펼쳐지지 않습니다. 서로 사랑하던 식구들도 계속되는 불행에 조금씩 지쳐 가고, 하퍼는 언니도 오빠도 동생들도 떠나 버린 집에 혼자 남게 됩니다. 하지만 땅속 어딘가에 있을 틴과의 교감은 사라지지 않고 하퍼를 지탱해 줍니다. 그리고 영영 가족을 떠난 것만 같았던 틴은 식구들에게 마지막으로 놀라운 선물을 안겨 줍니다. 

낯설고 신비로운, 아직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호주는 이런 느낌일까, 싶은 이야기였어요. 하퍼 가족이 사는 곳이 호주의 황량한 초원 지대거든요. 작가가 쓴 자기 고향 이야기라 그런지, 묘사를 차근차근 머릿속에 그려 나가면 그곳의 흙먼지 냄새까지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틴에 대한 하퍼의 감정도, 가족애 같은 단어 하나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섬세하고 미묘한 감정이었고요. 오랜만에 만나 본 속이 깊고 색다른 작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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