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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창해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 실린 6편의 단편중 '빵가게 재습격'이 수작인거 같다. 나머지 5편은 범작이라 할까? 읽고 난 뒤에는 늘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기 때문이다. 묘연하기만 심리상태, 이해하기 힘든 주변의 일들, 설명되지 않을수록 짐짓 이해하려 하지만 어느새 싱겁게 끝나는 결말, 공허하고 허하다. 그것이 독자들에게 등장인물에 대한 심리를 더 파고들게 만드는 장치일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읽고나면 남는 기분이 없다. 하루키의 작품들은 괜한 허무만을 주는 소설로 여기는게 이런 스토리 구조 때문이다.
하지만 '빵가게 재습격'은 그나마 뿌듯하게 느꼈다. 빵을 훔친 확실함과 스토리 전개가 명확해서 좋았다. 빵가게 주인의 알 수 없는 행동에 왜 되레 그들이 충격받는지 그 때문에 왜 배가 허기져 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부부가 다시 패스트푸드점을 털려갔을때 직원들의 적지않은 당혹함이란... 언젠가 직원들도 빵가게 주인이나 부부처럼 되리라는 암시까지... 재미있는 결말이었다. 왜 사람들은 타인의 알 수 없는 행동에 (상식에 벗어나는) 놀라워하며 긴 여운과 깊은 인상으로 각인되는지 이해될 수 있었다. 첫번째 단편은 완벽했으나 나머지 다섯편은 극적인 구조없이 평범하게 끝나서 조금은 실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