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편의 단편 중에서 마지막에 실린 '너무나 모범적인' 먼저 일고 '나쁜여자 착한남자'를 맨 나중에 읽었다. 이렇게 읽다보니 작가의 의도가 술술 읽히고 흐름상 아귀가 딱딱 맞는다. 어릴 적 작가자신의 '착한 아이'가 어떻게 냉소적인 '나쁜 남자로' 변해버렸는지 알수 있기 때문이다.이 소설속에서는 사회속의 인간이 어떤지 들려준다. '농담을 이해하다'에서는 농담과 진담을 알아먹지 못하는 주인공이 있다. 사람이 내뱉는 말이 담긴 아리송함과 애매모호함에 당한다. 고도의 추한 심리전에 내둘리지 말아야 함을 알려준다. '눈빛 마주치다'는 데자뷰현상 즉 기시감에 대해 다룬 작품이다. 별 문제 없이 잘 나가는 직장인이라고 자평하는 주인공이 그런 현상을 만나 흔들린다. 어디서 와 본 듯한 장소, 어디서 본 듯한 사람을 통해 느껴지는 혼란과 허허함을 이야기 한다. '두레질' 또한 '눈빛 마주치다'처럼 기이한 현상과 느낌을 다루었는데 그 소재가 독특하다. '세상은 존재하는 숫자만큼 다양한게 아니라 패턴 숫자만큼 존재하는 거야'라는 말이 등장한다. 이 세상에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독립된 자아는 사실 거울처럼 반영된 또 다른 자아가 수없이 존재함을 말해준다. '나쁜여자 착한남자'는 작가의 세상에 대한 냉소와 비꼼이 가장 직설적으로 나타난다.이 모음집의 표면적으로는 남녀간의 사랑을 다루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으로 보자면 약간 이해를 달리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좀더 세심히 그려보고자 한 흔적이 더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