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여자, 착한 남자
이만교 지음 / 민음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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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편의 단편 중에서 마지막에 실린 '너무나 모범적인' 먼저 일고 '나쁜여자 착한남자'를 맨 나중에 읽었다. 이렇게 읽다보니 작가의 의도가 술술 읽히고 흐름상 아귀가 딱딱 맞는다. 어릴 적 작가자신의 '착한 아이'가 어떻게 냉소적인 '나쁜 남자로' 변해버렸는지 알수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속에서는 사회속의 인간이 어떤지 들려준다. '농담을 이해하다'에서는 농담과 진담을 알아먹지 못하는 주인공이 있다. 사람이 내뱉는 말이 담긴 아리송함과 애매모호함에 당한다. 고도의 추한 심리전에 내둘리지 말아야 함을 알려준다. '눈빛 마주치다'는 데자뷰현상 즉 기시감에 대해 다룬 작품이다. 별 문제 없이 잘 나가는 직장인이라고 자평하는 주인공이 그런 현상을 만나 흔들린다. 어디서 와 본 듯한 장소, 어디서 본 듯한 사람을 통해 느껴지는 혼란과 허허함을 이야기 한다. '두레질' 또한 '눈빛 마주치다'처럼 기이한 현상과 느낌을 다루었는데 그 소재가 독특하다. '세상은 존재하는 숫자만큼 다양한게 아니라 패턴 숫자만큼 존재하는 거야'라는 말이 등장한다. 이 세상에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독립된 자아는 사실 거울처럼 반영된 또 다른 자아가 수없이 존재함을 말해준다. '나쁜여자 착한남자'는 작가의 세상에 대한 냉소와 비꼼이 가장 직설적으로 나타난다.

이 모음집의 표면적으로는 남녀간의 사랑을 다루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으로 보자면 약간 이해를 달리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좀더 세심히 그려보고자 한 흔적이 더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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