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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인생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삶의 고단함을 이 꼬마아이를 통해서 펼쳐진 이야기이다. 술술 읽히되 한창 문장하나하나 곱씹어 보게 하였다. 철모르는 시기로 치부되기 쉬운 나이이지만 궂은 세상사를 살아가는 어른들이나 아홉살짜리 꼬마나 똑같은 무게로 다가오는 것이다. 단지 어린애라는 이유로 그들의 아픔을 쉽게 지나쳐 버리는 경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방황했던 이 작은 꼬마가 세상을 터득한다. 기쁨, 슬픔, 꿈과 희망, 좌절과 고통에 이리저리 치일거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거라며 오히려 세상 속에 뛰어든다. 하지만 골방 안에서 천하를 이루겠다던 골방철학자의 불행은 아쉽기만 하다. 좀더 그에게 숨통을 틔어주었으면 좋으련만...
진보성향의 잡지, 노동자에 관한 책을 냈다던 저자의 약력이 뭐가 심상치 않다고 여기며 펼쳤던 책이다. 몇 장 읽어나가지도 않았는데 곳곳에 자본주의의 허점을 맹렬하게 꼭꼭 집어내는 장면이 많다. 주인공 눈으로 본 이곳의 세계는 이해할 수 없는 구석들로 채워져 있지만 이러한 논리가 통하는 먹고 먹히는 강자만이 살아남는 세상이다. 지지리도 찌들어버린 아이들 세계의 폭력도 무책임한 어른들의 산물이다. 물리적, 언어적으로 가하는 폭력을 행할 때 아이들 맘속엔 굴종대신 증오심만 뿌리 깊게 자라난다. 이들이 어른으로 자라났을 때 폭력이 되풀이 되는 것이 아닐까한다.
애늙은이처럼 일찍이 눈을 떠버린 아홉 살짜리 백여민. 얄미울 정도로 귀엽게 꼬집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