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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의 심리학 - 예술 작품을 볼 때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오성주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3월
평점 :
미술관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압도당한다. 수많은 작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우리는 그 앞에서 망설인다. 모든 작품을 꼼꼼히 감상해야 할까, 아니면 직관적으로 끌리는 작품을 좇아야 할까? 나는 전자를 지향하지만, 결국 후자의 방식으로 감상하게 된다. 놓치고 싶지 않아 이곳저곳 기웃거리지만, 결국 나를 사로잡는 한 작품 앞에서 멈춘다. 감상은 애초에 그런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우리의 눈이 단 0.1초 만에 상당한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미술관을 빠르게 한 바퀴 돌며 본능적으로 끌리는 작품을 찾아 다시 집중적으로 감상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감상은 정보의 습득이 아니라 감각과 감정의 실천이기 때문이다. 보는 행위는 단순한 수용이 아니라 해석이며, 감상은 결국 참여하는 행위다. 이때의 참여란, 나와 세계의 거리를 가늠하고, 그 거리 위에 놓인 감정을 되짚는 과정이다.
예술을 감상하는 순간, 우리는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소통을 시작한다. 감상이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감각과 감정을 다시 구성해보는 과정이다. 경이로움, 당혹감, 혹은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까지—이 모든 감정은 단순히 작품에 내재된 것이 아니라, 감상자의 경험과 내면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가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결국 그 그림을 매개로 자신의 감정을 읽어내는 일이다.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명확하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정교해지더라도, 예술 감상의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감상이란 결국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며, 세계를 해석하는 방식의 문제다. 한 점의 그림 앞에서 우리의 시선은 색과 형태를 좇지만, 그 안에서 무엇을 발견할 것인지는 감상자의 경험과 태도에 달려 있다. 미술을 단순히 이해하는 대상으로 보지 않고, 감상자와 작품이 만나는 사건으로 바라보는 이 시선이야말로, 이 책이 가진 가장 특별한 지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