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아생트의 정원 ㅣ 문지 스펙트럼
앙리 보스코 지음, 정영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4월
평점 :
과수원의 나무들, 들꽃의 향기, 눈 내리는 소리…. 이 모든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풍경들이 글로 전달되었을 때, 직접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황홀할 것이다. 상상은 현실을 넘어서는 힘을 지니고 있으니까. 보스코의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배경 묘사와 인물들 간의 심리적 묘사는 우리를 환상 세계로 이끈다. 전지전능한 시점에서 인물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경험은 그저 덤일 뿐이다.
⠀
⠀
이 작품은 세기 초 프로방스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부유하지 않지만, 생기 넘치는 인물들이 훈훈한 바람과 함께 살아가는 이곳. 그러나 이 고요한 마을에 텅 빈 영혼을 가진 한 소녀가 버려진다. 마을 사람들은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으로 그녀를 감쌌고,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채우는 경험을 하게 된다.
⠀
⠀
작품의 주인공인 소녀의 이름은 ‘이아생트’. 하이신스 꽃의 이름을 딴 이 소녀는 마법사에게 납치되어 이름과 영혼을 빼앗기고, ‘펠리시엔’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소녀를 찾아 헤매던 청년 콩스탕탱은 그녀의 진정한 이름인 ‘이아생트’를 부르며 그녀의 이름을 되찾아준다. 그 순간, 그녀의 기억과 영혼은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한다. 『이아생트의 정원』은 그녀가 본래의 세계로 돌아와 진정한 귀환을 이루고, 굳은 영혼이 깨어나는 순간을 담은 이야기다.
⠀
⠀
⠀
❝이아생트는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심연의 고요를 깨뜨리는 생명력이 그녀의 두 눈에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내가 보았다. 내가 그곳에 있었다.❞
- p.388
⠀
⠀
그녀는 본래 이름으로 불리며 존재의 의미를 찾았고, 그녀를 둘러싼 정원은 다시금 생명의 온기로 가득 찼다. 존재는 그 자체로 인정받고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참 자아가 된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미약한 인간과, 그 인간 사이의 연대 의식을 생각해 본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