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숨에 삶이 들어오는 만큼, 날숨에 삶이 빠져나간다. 오늘을 산 만큼 죽음이 다가온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가깝지만 멀고, 멀지만 가깝다.
스무 살쯤 닥쳤던 할매의 부고는 당시의 나에겐 '너무 먼, 비현실적인, 아득한 미래'라고만 느껴졌다. 많이도 울고, 수많은 시간 동안 그리워했다. 할매는 이따금 꿈에 나타나 또렷한 잔상을 남기고 갔다. 할매는 생전에 나만보면 자동으로 '이놈이 아들만 되었어도….'라는 한 서린 말을 내뱉곤 했다. 말은 족족 화살이 되어 어린 마음을 많이도 찔러댔지만, 이제 그이는 더 이상 내게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친절하게 왔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편이다.
얼마 전 할매의 딸인 고모의 부고 소식을 들었을 때는 '가까운, 현실적인, 당장의 오늘'이라고 생각되었다. 몸이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내가 나이가 들어서인 건지 코가 찡하며 눈물이 조금 났을 뿐 시끄럽지도 요란하지도 않은 시간을 보냈다. 공교롭게도 고모는 할매와 같은 날에 소천하셨다. 뭐가 그리 좋아 하늘에 가는 날까지 어미 뒤를 쫓아가는 건지.
정보라 작가의 저서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는 평범한 일상에 스며드는 죽음의 기운을 다양한 형태로 그리고 있다. 그 기운은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천사의 탈을 쓴 악마의 모습으로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모를 경계 어디쯤에서 오늘의 독자를 흔들곤 한다. 평범함을 깨트리는 불편함은 주로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비롯되었는데, 바로 그 점 때문에 더욱 어깨를 움츠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