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지음, 박상곤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당한 재산을 가진 독신 남성에게 아내가 필요하다는 건 보편적인 진리이다."("It is a truth universally acknowledged, that a single man in possession of a good fortune must be in want of a wife.")의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18~19세기 영국의 시대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유한 집안에 현모양처 스타일의 여성을 혼인시키는 것이 당시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후 다수의 작품이 비슷한 클리셰로 탄생했는데 영국의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하며, 한국의 로맨스 작품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시크릿 가든』, 『파리의 연인』 등 인기를 끌었던 작품의 줄거리는, 어려운 가운데 ‘캔디’ 같은 꿋꿋하고 밝은 이미지로 냉혈한이지만 알고 보면 츤데레인 재벌가 남성과 결혼에 성공하여 행복한 삶을 꾸린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보통 여성들의 대리만족을 충족시켜 주는 한편, ‘어쩌면 나도 저런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요새야 당찬 여성의 이미지가 대두되고 있지만, 작품을 보면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현상을 파악할 수 있는 점이 흥미롭다.

물론, 무조건적인 ‘신데렐라 신분 세탁’ 발상은 금지이다. 단순히 외모만 예쁘다고 ‘간택’되는 것이 아닌, 외모는 부족해도 자신만의 뚝심과 주장이 강한 여성들이 금수저를 잡는다는 식의 주제 의식이 바탕이 되었다. 첫째보다 덜 예쁘지만, 고집과 자존심이 있는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결말만 봐도 그렇다. 그러니 ‘여성들이여, 자기 내면을 가꿔라! 당찬 속을 채워라! 진정한 사랑은 그런 당신을 알아봐 주는 사람과 하는 것이다.’, 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성행할 만도 하다. 남자든 여자든 연예 시장에서 자신의 매력을 최대로 뽐내고, 내가 선택한 그와 새로운 세대를 창조하는 것이 생물학적인 생존본능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요즘 세태와는 아주 다르다. 본능을 이성으로 억누르는 듯한 느낌이 자주 든다. 사회경제적으로 너무 힘들고 고된 개개인이 삶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결혼과 번성은 누구에게는 관심이 없고, 상관없고, 뜬구름인 주제인 것.

그런데도 이 작품이 갖는 고귀한 점은, 19세기 경직된 계급사회와 여성의 역할 한계를 지적한다는 것이다. 즉 자신의 위치를 결정하는 것이 부, 결혼, 평판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유머 섞인 풍자로 짚어준다. 재독 할 때마다 독자들에게 새로운 보상을 제공하는 걸작으로 페이지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전 세대를 거울삼아 오늘날 우리를 비춰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눈부신 문학적 가치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