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전히 미쳐 있는 - 실비아 플라스에서 리베카 솔닛까지, 미국 여성 작가들과 페미니즘의 상상력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류경희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7월
평점 :

역대 페미니즘 문학서로 꼽히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이는 1979년 발간된 것으로, 미국 영문학자 및 작가인 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가 남성 중심의 사상, 문학 및 글쓰기를 비판하고 19세기 주요 여성 작가들의 업적을 세세히 기려넣은 작품으로, 오늘날 스테디셀러 반열에 이르렀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의 낙선과 트럼프주의에 대한 세계 최대 규모의 여성 행진을 경험한 길버트와 구바는 그간 연구했던 여자들의 분노, 즉 가부장제에 의해 침묵을 강요당했던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체감하였다. 여성들의 삶과 희망, 절망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고, 약 5년간 방대한 자료조사와 집필 끝에 『다락방의 미친 여자』의 계보를 잇는 『여전히 미쳐 있는』을 2021년에 출간하였다. 이는 전작에서 언급한 이후의 시대, 즉 1950년대 ~ 2020년 사이 주로 활약했던 여성 작가, 여성 운동가, 페미니즘 및 퀴어 이론 연구자들의 삶과 글을 심도있게 분석하고 있다.
<주목한 인물과 사상>
이는 페미니즘 제2물결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파트이다. 1971년에 성평등 헌법 수정안이 하원에 통과되었고 케이트 밀릿은 여성해방운동에 앞장선 사람으로 칭송되었다. 그의 박사 학위 논문 『성 정치학』을 통해 여성이 처음으로 자신들에 관한 연구를 시작한 시기에 사회운동과 연구가 시너지 효과를 내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1970년대를 표현하는 말로 "대각성"의 시대라고 칭했는데 여성 건강, 정치, 강간 위기 센터, 여성학 연구 프로그램 등 여성들의 삶을 구체화하는 다양한 페미니즘들이 양산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 작가들이 활력을 불어넣었고, 케이트 밀릿이나 수전 손택은 이른바 '가족 로맨스'를 해체하고 토니 모리슨, 에리카 종, 메이 브라운 등의 소설가들은 여성을 쇠약하게 만드는 성 역할에 대해 분석했다.
그 중 페미니스트 철학자인 수전 손택은 그의 자전적 에세이들을 통해 '여성은 무의미하고 순종적이며 비합리적인 존재'라는 생각을 부수고자 했다. 또 여성 억압, 여성성, 남녀 구별된 호칭, 핵가족 등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여성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내세울 시위와 집단행동을 할 것을 명시했다.
이후 토니 모리슨, 앨릭스 케이츠 슐먼, 매릴린 프렌치 등은 여성을 파괴하는 사고방식 때문에 여성의 삶이 어떻게 일그러지는지 소설을 통해 묘사했다.
1950-60년대에 주로 활동했던 작가 실비아 플라스는 그의 글에서 이미 1970년대 페미니즘을 구성하는 내용을 구체화했다고 평가받는다. 그녀는 7세 때 아버지의 죽음으로 늘 자살에 대한 강박이 있었다고. 당대 최고 시인이었던 테드 휴즈와 결혼했지만, 그의 여성 편력 때문에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다 끝내 이혼하였다.
그녀의 학업 부진은 극단적인 초조와 불안을 만들었고 스스로 지하실에서 자살을 시도했으나 의식을 가까스로 회복하였던 경험이 1963년에 발표한 자전적 소설 『벨 자(The Bell Jar)』에 묘사되었다. 우울증이 심했던 그녀는 가스 오븐에 머리를 넣고 죽음을 선택한 이후 그녀의 작품이 호평받게 되었다. 그녀가 서술한 1950년대 문화에 대한 분석이 곧 1970년대 페미니스트들이 문제 삼았던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플라스의 자살은 남편 테드 휴스에게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시가 발표되면서 페미니스트들이 문학적 폭동을 일으키는 촉진제가 되었다.
Audre Lorde(1934.2. - 1992.11.)
아프리카계 미국인. 흑인, 레즈비언, 엄마, 전사, 시인으로서 "모든 것에 의문을 품고" "절망을 혁명의 고질병으로 여기며" 평생 인종주의, 성차별, 동성애 혐오에 맞서 싸웠다.
특히 '오드리 로드'에 대해 집중 조명하고 싶은데 이유는 그녀가 흑인 페미니스트의 한 획을 그은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시인, 작가, 교수, 페미니스트 활동가로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고, 가정사가 좋지 않았기에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시를 쓰며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녀는 레즈비언으로서 흑인 사회 내 동성애 혐오와 맞서 싸웠고, 백인 페미니스트들의 유럽 중심주의를 맹렬히 비난했다. 또 계급에 의한 경제적 불평등을 비판했고, 암 환자가 되었을 때는 의료 당국을 맹비난했다.
그녀는 "눈에 띄는 일에 대한 두려움, 가혹한 시선과 어쩌면 비판에 대한 두려움, 고통에 대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를 나약하게 만들지만, 말의 자유는 "가장 큰 힘의 원천"이 되어준다. 그것은 말이 "우리 사이의 차이들을 잇는 다리"를 놓아주기 때문이다. "우리를 무력하게 만드는 것은 차이가 아니라 침묵이다. 그리고 깨져야 할 침묵은 너무나 많다"라고 주장했다. 암 환자로서 죽음을 향해 걸어가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거침없이 표현했던 그녀의 거침없는 행보는 현대 페미니스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
사회 곳곳에 무의식적으로 배후된 여성에 대한 의식, 선입견, 차별 등은 여전히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여전히 미쳐 있는" 사회다. 그러나 여기 맹렬하고, 도전적이며, 옳은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이 책 한권에 오롯이 담겨있다. 그녀들의 자취들을 따라 이 세상을 사는 여성들이 살아갈 방향과 지침, 후대에게 널려줄 사상에 대해 고민하는 오늘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