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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 - 호모사피엔스에서 트랜스휴먼까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찾는 열 가지 키워드 ㅣ 묻고 답하다 5
전주홍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3년 7월
평점 :

이 책은 인간의 역사, 설화, 어원을 따라 그간 인간을 탐구하기 위해 이루어졌던 생물학적 접근을 연결하여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를 더 이해하기 위해 쓰인 과학서입니다. 저자 전주홍 교수는 분자 생리학자로서 인문학적, 예술적 소양이 풍부한 과학자를 양성하는 데 힘을 쏟고 계시는데요. 이 책도 그러한 일환에서 굉장히 쉽고, 친절한 해설로 마치 친근한 선생님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듭니다.
출산, 유전, 마음, 질병, 장기, 감염, 통증, 소화, 노화, 실험의 주요 10가지 테마로 구성된 목차만 봐도 '요람에서 무덤까지', 즉 탄생 - 죽음까지 이어지는 동안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변화와 상태에 대해 차근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사실에서 궁금증을 유발하고 관련 연구와 사건들을 매치시켜 이야기의 서사를 풀어내는 것입니다. 생명을 연구하는 학문이라 더욱 윤리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데요. 생명윤리는 앞서가는 과학기술에 비해, 우리가 놓치는 부분을 더욱 세심하게 파고드는 영역이라 할 수 있죠. 과학기술은 양날의 검과 같아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함과 동시에, 인간성을 포기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요새는 AI의 발전이 화두지만, 이전에도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곳곳에는 윤리적인 문제가 따랐었습니다. 책에서는 '아기를 디자인할 수 있나?', '몸을 기계로 갈아 끼우면 어디까지 나일까?' 등의 흥미로운 의문을 던집니다. 문제 제기는 먼저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지식과 지식 사이 벌어진 틈을 찾아 나만의 물음표를 던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생각하는 사람이 곧 인공지능 시대가 원하는 인재상일 뿐만 아니라 본인 자신의 삶을 컨트롤할 수 있는 주체적인 자아이기 때문입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시대에 과학적 관찰이 가능했다?
제물로 바친 짐승의 내장 모양을 조사하는 것은 고대 사회에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점술 중 하나였기에, 간의 생물학적 구조를 공부해야만 했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 모형을 이용했다고 하는군요. 오늘날 실제 장기를 공부하기 위해 해부도뿐만 아니라 모형을 자주 이용하곤 하는데, 대단하네요. 왜 치과에 가더라도 구강구조를 만든 모형으로 의사 선생님께서 질환과 치료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지 않습니까?

책 사이 실린 삽화 중 저는 이 그림이 눈에 유독 들어왔어요. 메테르 파울 루벤스의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입니다. 독수리가 가슴부위를 부리로 쪼면서 날카로운 발로 머리를 짓누르고 있어요. 밑글에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일부가 써있는데요.
"말해주세요. 사랑은 어디에서 생기나요? 심장인가요? 아니면 머리인가요?"
'우리가 생각하는 마음, 온갖 감정은 우리의 마음(가슴)에서 나온다'라고 표현했던 것을 더 정확히 말하면 머리, 즉 뇌에서 온갖 신경전달물질과 뉴런과 시냅스의 작용으로 이뤄진 사고 과정이라고 합니다. 최근 발달한 뇌과학으로 밝혀진 사실이지요. 그런데 이러한 그림을 17세기에 그렸고, 셰익스피어가 글로 썼고, 이것을 연결시킨 저자의 통찰이 인상적입니다.
책에 인용된 말로, 시인 존 키츠는 "아이작 뉴턴이 분광학으로 무지개를 분석하는 바람에 무지개에 대한 시성이 파괴되었다."라고 한탄했다고 합니다. 180년 뒤<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과학은 영감의 원천으로 인해 실제적 아름다움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라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느 쪽인가요?
생명에 관한 궁금한 키워드 10가지를 통해 역사, 예술, 고전, 연구를 묶은 방대하지만 쉽게 풀어놓아 읽는 내내 호기심 유발과 동시에 답을 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인문과 과학의 통합적 사고를 통하여 인간이 구현해 낼 미래에 대해 '상상력으로 만들었지만,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생명과학, 의료계 진학을 꿈꾸는 분 뿐만 아니라 깊은 사고와 넓은 시야를 갖고 싶은 분들 모두 보셔도 좋을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