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본능 어디에서 오는가
이수정 외 지음 / 학지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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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고 등장하는 사건·사고 뉴스. 하도 끔찍한 소식들을 접하다 보니 현대인들의 범죄 감수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희대의 사건이 아니면 뉴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사건들이 많으니까, 아예 화젯거리도 되지 않으니까. 아무리 끔찍한 사건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또 잊어버리니까, 인간이란 망각의 동물이니까.




최근에도 묻지마 폭행, 영유아 폭행 및 살해, 사이코패스 사건 등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사건들이 연달아 보도되었다. 갈수록 뉴스를 보기 힘들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너도나도 현생, 갓생 살기에 등이 터지는 생의 한가운데서, 살기 등등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안 그래도 힘든 현생에 불안과 공포감을 추가로 업게 되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의 현실조차 마주하기 어려운 인간들은 마음 불편한 뉴스에서 유튜브, OTT로 얼른 눈을 돌려 가볍고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시시각각 마음을 달랜다. 그래야 다음 날 비슷한 현생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일종의 살고자 하는 '자기방어'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를 비롯해, 프로파일러, 심리 박사 등 현장에서 범죄 사건과 관련하여 심리 전문가로 활동한 5명이 지난 20년간 직접 겪었던 것 중 기억에 남는 사건들을 재구성한 사례집이다. 왜 인간이 인간의 탈을 쓰고 악마가 되는지, 그 기원을 찾기 위한 추적서로 보아도 무방하다. 책에 쓰인 사례들을 보며 범죄자들이 어떻게 탄생하고, 어떻게 범죄를 시작하며, 그들의 사고회로는 어떤 식으로 가동되는지 독자가 곁에서 쫓아갈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다, 그러기에 이 책은 불편한 책이다.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이 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인간의 사악한 본성의 근원이란 성선설·성악설을 따지는 거리감 있는 주제가 아니다. 현생·갓생을 사는, 모두의 발끝 앞에 놓여있는, 인간의 추악한 부분을 직면함으로써 '함께 살아갈 방법'을 생각해 보기 위해서이다. 너, 나, 우리 그 누구라도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다는 가정을 현실적으로 체감하기 위해서이다.

청소년 중독문제부터 연쇄살인, 스토킹 범죄, 성범죄, 데이트 폭력, 가정폭력, 가스라이팅, 정신질환자 범죄 등 18편에 달하는 사건들을 만날 수 있다. 픽션 같은 논픽션에 마음이 힘들 것이다. 나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책을 끝까지 볼 수 없었다. 중간에 다른 것으로 환기해야 했다.

그래서 주의를 필요로 한다. 소설처럼, 영화처럼 마구 빠져들어 감정 이입하지 말 것. 내가 '범죄 수사관이다, 프로파일러이다' 하며 객관적인 시선으로 문제 해결 차원의 시각으로 보면, 사건의 궁극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조금 더 이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읽으면서 내리 들었던 생각은, 주요 성격과 자아상이 형성되는 유·아동 시절에 부모-자녀 간의 유대감과 애착 형성이 얼마나 중요한가였다. 사람의 평생을 좌지우지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불우한 시절을 겪었다고 모두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역경을 이겨낸 사람 곁에는 부모가 아니어도 존재 자체를 지지해 주는 단 한 사람이 있었다. 대부분 사건의 베이스가 그러하다. 가난하고, 부모가 없거나, 불행하거나, 아이를 존재 자체로 대우하지 않거나, 편애하거나, 비교하거나, 무시하는 등의 인격모독과 부적절한 관계 속에서 악의 씨앗을 품고 싹을 틔우다가 어떤 트리거(trigger)를 만나 본격적으로 줄기를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는 것이다. 그 끝이 인간을 향해 겨누는 순간, 칼이 되고 착취가 되고 주먹이 된다. 문제는 이것이 대물림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한 인간의 평생을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어린 시절부터 부모까지도 조사해야 하는데, 가해자에게 영향을 준 부모는 또 어떤 부모를 만났길래 그렇게 되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평범한 사람이 사회에서 아무 일 없이 잘 지내다가 별안간 악마로 돌변하여 범죄를 저지른다면 반드시 그 이유가 있다는 것과, 특별한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해서 범죄자에게 '정신질환'으로 섣부르게 단정 짓지 말 것도 당부하고 있다. 내가 부모라면 어떻게 자녀를 대해야 할지, 교사라면 학생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떤 진실한 조언과 따스한 감정을 줄 수 있을지 신중히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곧 성숙한 사회로서의 책임과 국가의 국민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되묻는 것과 동일하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으나, 솔직하게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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