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음식들 - 우리가 잃어버린 음식과 자연에 관한 이야기
댄 살라디노 지음, 김병화 옮김 / 김영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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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잃어버린 음식과 자연에 관한 이야기

그러나 부를 이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자본만 있으면 물건뿐만 아니라 음식 등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 잘나가는 시대에 음식과 관련하여 문제의식을 제기한 댄 살라디노. 『사라져 가는 음식들』이라니. 대체 어떤 음식들이 사라져간다는 것인가?

그는 음식 저널리스트로서 10여 년 넘게 음식과 관련된 역사, 문화, 지리, 정치 등 모든 면을 조사하고 그중에서도 멸종해 가는 음식들에 주목하였다. 책을 집필하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책 페이지 수만 600여 장이 달하고 참고문헌 챕터만 해도 분량이 30페이지가 넘는다.

지역에 상관없이 국경을 초월하여 야생, 곡물, 채소, 육류, 해산물, 과일, 치즈, 알코올, 차, 후식까지 10챕터로 나누어 집필하였고, 하위 목록으로 주목해야 할 음식들에 대해 태생부터 역사, 현재에 이르기까지 서술하고 있다. 예를 들면 '1. 야생' 챕터에 세부 항목으로 '메망나랑(인도, 가로 힐스)' 이런 식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보면서 든 생각은, 생전 처음 보고 듣는 다양한 식물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점이 놀랐고, 그것을 파헤치기 위해 음식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스토리로 엮었다는 점에서 작품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게 되었다. 인간의 기원과 진화, 현재까지를 다룬 기념비적인 책이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라면 이것은 음식에 대한 모든 것을 총망라한 음식 인문 역사서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다양한 식물들이 소멸하고 어떻게 일부만 남아 인간들을 먹여 살리는 것일까?

그것은 일종의 적자생존 전략과 비슷하다.

인간도 강한 자, 권력을 가진 자, 우세한 종을 위주로 계속해서 선택되고 살아남아 발전하였다.

조금 다른 방향에서 이야기를 해본다면 강대국은 더욱 강해지고, 주위국이나 약소국은 강대국의 영향권에 머무르며 규약이라는 전제로 규제당한다.

대기업은 빠른 변화에 발맞추어 계속 시대의 흐름을 선도하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기억에서 사라진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똑똑하고 발 빠른 전략으로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는 사람은 부를 거머쥐며 계속해서 부를 증식하며 시대의 부르주아로 권력을 잡는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주변인에 머무르며 주어진 월급에 만족하고, 더 열악한 사람들은 사각지대에서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보장받지 못한 채 삶을 살아간다.

다양한 인간과 문화가 존중받고 개성을 존중받는 사회가 아니라 획일화된, 사회에 필요한 존재들만이 시대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로 성장한다.

안타까운 것은 이것이 대물림된다는 점이다.


음식 또한 이 논리에 맞추면 된다. 여러 지형과 기후와 성질에 따라 개체만의 독특함, 유일함을 후대에 이어줄 기회를 아예 잃어버리는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과 필요에 의해서, 더 빨리 증식하고, 더 널리 퍼지며, 더 오래 먹을 수 있는 종족들로 대량 생산되고 개종당한다. 따라서 우리는 다양한 음식을 먹는다고 착각하지만, 본질적인 재료는 다 비슷하다는 것이다.

때로는 필요에 의해 유전자가 변형되고, 환경에 맞게 재조성된 재료들로 가공을 더 해 인간의 입맛에 맞게 만든 것뿐이다.

이는 기후, 풍토 등 자연에서 적응한 다양한 생물들을 말살함과 동시에 최종 포식자인 인류도 멸종의 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거대한 비닐하우스에서 인위적으로 필요한 것들만 재배 및 사육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생태학적 성질을 무시한다는 것이고, 결국 바이러스, 돌연변이 등의 이상 현상이 동반되기 마련이다. 기후변화, 변이 바이러스 등으로 인한 각종 질병 전파의 결과 또한 외면할 수 없다.

코비드 19를 예를 들자면, 특정 동물에서 발생한 특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영향을 미쳤다. 또는 조류독감, 구제역 등도 유전적으로 비슷한 종이 모여있기 때문에 순식간에 전염이 된다는 것이다. 유전학적으로, 생태학적으로 다양한 종이 유지되었다면 한 지점에서 발생한 질병이 전국구,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는 재앙은 어느 정도 차단될 수도 있었다.


특정 지역에서만 사는 종족, 동물, 식물, 해조류 등은 애초에 그 환경에 맞게 살도록 적응하며 진화해 왔다.

이를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다루기 쉬운 특정 생물로만 번식시킨다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이고 이는 각종 질병과 재해로 인간이 피해를 보는 악순환을 겪는다. 가까운 미래에 기후변화로 인하여 대량의 생태적 변화가 있을 것이고 먹거리의 문제로 인류 간의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 재앙은 절대로 일어나지 말길. 우리에게는 친숙한 생물들이 후대에 이르러 어느 인공 박물관에서 공룡 보듯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았으나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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