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수사나 극적인 표현을 자제한 담담한 문체로 다음 장을 넘겨보지 않고서는 책을 놓지 못하는 경험을 여러 번 하였다. 이는 현재를 살고 있는 영국 소녀 '미아'를 중심으로 쓰인 이야기에 그녀의 전신과 같은, 아니 전생에 미아 그 자체였을지도 모를 일본인 '후미코'의 이야기를 액자식으로 구성하여 서스펜스를 더한 것이 기폭제 역할을 제대로 한 셈이다.
한부모 가족, 가난, 가부장제, 약물중독, 알코올중독, 학교폭력, 차별, 왕따 등 온갖 혐오스러운 상황 속에 던져진 아이들이 살아갈 유일한 방법은 철저히 타인을 경계하고, 함부로 타인에게 마음을 주거나, 희망을 품지 않는 것. 이 과정이 너무도 처절해서, 장을 넘길 때마다 마음이 덜컹 바닥으로 푹푹 꺼지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무고한 그들은 부모를, 사회를, 국가를, 그 어떤 것도 선택할 권리조도 없다.
어른들의 무책임한 부름에 이 땅에 발 디디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겪어서는 안 될 일들을 무자비하게 당할 뿐이다.